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블라인드]세상에... 이렇게 영특한 스릴러가 있다니~!

송씨네 2011. 8. 8. 21:02






스릴러라면 둘 중의 하나이어야 합니다.

범인을 끝까지 안밝힐 자신이 있다면 반전이라는 장치를 잘 마련해야 하고, 범인을 처음부터 보여줄 것이라면 주인공과 관객들을 어떻게 쥐락펴락을 할 것이냐는 것이죠. 그런점에서 유료시사로 미리 만나본 안상훈 감독의 '블라인드'는 근래에 보기 힘든 참으로 영리한 영화라는 겁니다.

시각장애인와 날나리 배달원... 그리고 보호견...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한, 그리고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질주가 시작됩니다. 영화 '블라인드'입니다.



시각 장애인 수아는 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은 여경입니다.

고아원에서 친동생처럼 지내던 사람을 잃었고요.

늘 죄책감으로 살아가던 그녀에게 비오는 날 택시기사가 흥쾌히 그녀를 태워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차에는 소독약 냄새가 나고 그 정체불명의 기사는 그녀에게 커피를 권유합니다.

그런 사이에 차량은 동물인지 사람인지 모를 것을 뺑소니치기에 이릅니다.

분명 모범택시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수아는 경찰의 진술에 목격자가 되기로 합니다.

하지만 또 한 명의 목격자가 있습니다. 기섭이라는 배달원이고 그는 택시가 아닌 외제차라고 이야기합니다. 엇갈린 진술속에 한 남자가 수아와 기섭의 뒤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은 수아를 더 힘들게 합니다.

어둠보다 더 차갑고 낯선 진실이 그녀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론 외국에는 시각장애인이 소재가 되고 주인공이 된 영화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에서 시각장애인이 영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획기적인 일이겠지요. 재미있는 것이 실제로 시각장애인을 가지고 계신 분들중에서는 청각을 비롯한 다른 감각이 더 발달되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력은 사용할 수 없으니 다른 부분에 집중을 해야하는 것이지요. 초능력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 어느 초능력보다도 위대한 능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 속의 조 형사가 수아의 능력에 감탄하며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는 모습을 보셨을껍니다.

만약 정말 일반 시각장애인로만 끝났다면 대충 수사하다가 끝이 났겠지요.

섬세한 감각과 전직 여경이었다는 점을 영화의 시나리오에 반영했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지요.



시각장애인은 범죄를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제한적인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앞에 이야기한 조 형사, 시각 안내견 슬기, 그리고 기섭 등의 중간중간 수호천사 역할을 하는 장치들을 배치한 것이지요.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점점 러닝타임이 지날 수록 구세주 같은 존재들은 그 힘을 잃어갑니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장면이라면 화상통화를 이용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되물으시겠지요. 시각장애인에게 무슨 화상폰이 필요하냐고 말이죠. 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이 화상폰의 보급률이 높다고 합니다. 따라서 최첨단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화상통화를 하고 그것으로 인해 범인에게서 벗어나는 일촉측발의 상황을 이겨낸 것은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은 보육원에서의 혈투인데요.

어쩌면 낮이나 밤이나 어둠으로 사는 수아에게는 악당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전기를 끊고 어둠으로 만드는 부분이야말로 악당을 소탕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요. 물론 청각과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범인을 피해야 합니다. 이 톰과 제리스러운 장면은 관객들에게 심장을 조여오는 부분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안상훈 감독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송윤아 씨 주연의 '아랑'이란 영화를 떠오르신다면 금세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안상훈 감독은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든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직접 시나리오 모니터를 한 것은 물론이요, 시각장애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어둠 속의 대화' 상설체험관(홈페이지 http://www.dialogueinthedark.co.kr   트위터 @DID_korea)에 김하늘 씨가 직접 참여하는 등의 열의를 보였지요.

시각장애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고 점자를 이용한 포스터나 오프닝 타이틀 등으로 관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김하늘 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털털함을 영화 속의 이미지에 그대로 가져왔는데요. 힘들지만 그 장애를 극복하고 꿋꿋히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승호 군은 이 작품과 더불어 드라마 '무사 백동수'로 2관왕에 도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요. 감초처럼 보이지만 절대 감초연기가 아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조희봉 씨의 활약상도 매우 크죠. (직접적인 언급은 할 수 없지만 악역을 보여준 양영조 씨의 활약도 볼만합니다.)

아울러 '마음이'를 비롯한 작품에서 연기를 펼친 연기견 달이는 이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데요. 은퇴작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어서 두고봐야 알겠지만  은퇴여부를 떠나 정말 멋진 연기를 펼쳤으니 달이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길...





영화는 의외로 따뜻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속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남겨주는 상태로 영화의 결말을 맺습니다. 아울러 엔딩 크레딧도 상당히 따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게 스릴러가 맞나 싶을 정도이죠.)

한국영화로써는 쉽게 다가가기 힘든 시각장애인라는 소재...

하지만 '블라인드'는 최근 만든 스릴러 영화중에서 괜찮은 영화로 남지 않을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