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최종병기 활]활을 가지고 액션이 가능하냐고? 물론이지!

송씨네 2011. 8. 7. 10:39





많은 액션영화에서 주인공이건 적이건 간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기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총 아니면 칼이나 검같은 종류들이겠지요.

대부분의 영화들이 이런 무기들을 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금 이야기할 무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재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활' 입니다. 활은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사극에서는 볼품없는 무기로 주로 등장합니다.

특히나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들을 보면 하나같이 힘없는 자들이 가장 많이 들고다니는 무기가 되어버리죠 그러나 이런 무기를 정말 대단한 기인들이나 달인들이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그 재미는 좀 달라지겠지요. 활을 가지고 멋진 액션을 만들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겠습니다. 영화 '최종병기 활' 입니다.



오래전 과거... 한 집안이 가족들이 많은 이들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역적이라는 이유로 온 가족이 살해를 당했고 그나마 남이와 자인만 살아남았습니다.

남이는 훌륭한 신궁이 되었고 누이인 자인은 혼례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친구인 김무선 대감의 집에서 힘겨운 삶을 살았던 그들은 김 대감의 아들인 서군과 친한편...

서군은 자인과 사랑에 빠져 혼례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하필 이 시기에 청나라 군사가 쳐들어오게 됩니다. 병자호란의 시작이었던 것이죠.

모두 몰살되거나 포로로 잡히는 신세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남이는 자신의 여동생인 자인을 찾기 위해 다시 활을 장전합니다.

무섭게 공격하는 남이의 활약상에 놀라는 것은 청나라 충신인 쥬신타...

이렇게 네 사람은 맞딱뜨리고 물러설수 없는 전쟁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과연 남이는 자인을 되찾고, 서군은 시링하는 각시를 구할 수 있을까요?  





독특한 소재에 잘 짜여진 액션과 시나리오...

알고 봤더니 '극락도 살인사건'과 '핸드폰'의 김한민 감독이었군요.

'극락도 살인사건'은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이야기했고 반대로 '핸드폰'은 광범위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였죠. 

'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가상의 인물을 첨가시켜 만든 사극입니다.

사극들이 그렇듯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의 고민일껍니다. 

청나라 군사의 침략으로 서민들은 강제로 포로가 되고 심지어는 희롱되기도 했을껍니다.

나라는 무능하여 심지어는 돌아오는 자들은 같은 청나라 사람으로 간주하여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살벌한 소문까지 돌아다닙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탈출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자유의 의지는 누구에게나 있음을 보여준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작품은 활을 가지고만 액션을 만든 영화입니다.

칼이나 검이 등장하긴 하지만 등장횟수는 많지 않습니다. 물론 도끼도 등장하지만 역시 그 횟수는 적고요, 영화속에서는 서군이 주로 칼이나 검을 사용하는 인물로 그려져 남이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지요.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걱정을 한 것이 이기심과 배반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가령 서군은 혼인한 자인을 버리고 도망갈 것이고, 청나라 군사는 의지가 약한 병사들은 죽음을 면치 못하거나 그 병사들을 남겨놓고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의외로 친밀감과 유대감만이 살길임을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서군은 용감하게 반란을 일으켜 청나라 군사들을 소탕합니다. 청나라 군사들은 서로 자신들의 병사가 희생되자 그 군사들을 기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최근의 영화들이 배신이나 배반이 기본으로 탑재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면 오히려 이런 용기라던가 친밀감 같은 이야기가 어떤때는 공감이 간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다양한 활들과 활을 쏘는 기술입니다.

바람의 세기를 이용해서 활을 쏘는 곡사는 실제로는 쉽지 않은 기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작지만 강한 공격력을 가진 애깃살이나 조각칼이나 껌을 떼어낼 때 쓰는 칼처럼 끝이 납짝하게 생긴 화살로 움직이는 육량시라는 활은 상대방을 초토화 시킬 정도이지요.

이외에도 영화에서는 일타이피는 물론이요, 화살 하나로 세 명을 제압시키는 화살도 등장하니 그 위력은 대단다하는 말 밖에는 안나오죠. 





하지만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에서는 대동강을 넘어 청나라 군인들이 이동을 하면서 조선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포로와 인질로 데려가는데 이 때 등장하는 장황스러운 자막들이 보기는 편치 않더군요. 너무 긴 자막은 오히려 배우들이나 다른 성우를 이용해 나레이션으로 대체하거나 자막을 줄이거나 이동경로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대체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더구나 이 영화는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노루 같은 산짐승부터 시작해 개, 호랑이 등등... 물론 대부분이 CG로 만들어진 것지만 말들이 화살에 맞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호랑이가 등장하는 CG는 상당히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드라마 '여우누이젼'에서도 호랑이가 등장하지만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호랑이 등장 장면은 좀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죠.)

CG라면 감쪽같지만 그래도 이들 장면은 대부분이 말을 조련해서 훈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말이 쓰러지는 장면등의 경우 엔딩크레딧에 CG로 처리한 것인지 아니면 동물조련사이나 수의사 등의 협조로 인해 안전하게 촬영했다는 자막이라도 적어도 사용하는 것이 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스겟소리이지만 공룡이 등장한 헐리웃 영화 '고인돌 프린스톤' 조차도 동물에게 학대하지 않았다는 유머스러운 자막도 등장합니다. 그 정도인데 그런 자막하나 띄우지 않는다는 것이 좀 아쉽네요.)


가장 큰 장애 요소는 아무래도 만주어가 많이 등장한 만큼 자막도 많았다는 것이죠.

물론 이 영화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닌 청나라의 이야기도 포함이 된 것이기 때문에 자막은 불가피하겠지요. 만주어를 공부해야 하는 배우들도 고생이지만 많은 자막이 등장해야한다는 점에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어떤 때는 우리에게는 이 만주어라는 것이 강한 엑센트 때문인지 몰라도 어색해보이고 했고 실제로 일부 배우에들에게는 그 발음이 어색해보이기도 했으니깐요.






박해일, 류승룡 씨의 대결 구조가 인상적이었는데 류승룡 씨의 변발을 하면서 연기를 보여준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문채원 씨나 김무열 씨는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 캐릭터가 아닌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을 충분히 했지요. 재미있게도 문채원 씨의 경우 영화와 이어 드라마 연속으로 사극에 도전하는 모습도 보여주었고요, 이한위 씨는 김구택 씨와 더불어 이 영화에서도 멋진 감초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반응이 좋았던 만큼 기존 개봉일에서 하루 앞당김은 물론이요, 유료시사까지 강했는데요. 그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활을 소재로 액션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새로움은 앞으로도 김한민 감독에게서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로빈후드' 같은 영화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런 소리 하는 분들은 이 영화도 꼭 보셔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