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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공장]기타로 오토바이 타자? 기타로 일할 권리 주자!

송씨네 2011. 9. 18. 02:56

 

 

 

'♪ 나는 신데렐라.. 렐라...'

TV에서 기타가 나옵니다. 쎄시봉이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하던 분들은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재등장은 과거의 향수와 더불어 기타 판매수를 급증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장재인 씨를 비롯한 뮤지션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 것도 역시 판매에 영향을 끼쳤고요. '원스'라는 영화에서 사랑하는 남녀가 기타를 튕기며 부르던 노래들은 히트를 쳤으니 기타라는 녀석은 참 신기한 녀석입니다.

 

여기 공장에서 일하던 분들이 계십니다.

기타를 만들던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은 통기타를 잡아본 적도 없으며 뽕짝이 더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자신들이 일하던 터전을 빼앗겼습니다.

거의 최초이다 싶을 정도로 1980년대 그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당시만큼이나 힘듭니다. 거리에 그들은 서 있고 공구대신 그들은 전단지를 돌리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기타는 무엇일까요? 다큐 '꿈의 공장'입니다.

 

 

국내외로 알려진 세계적인 기타 제조 회사인 콜텍/콜트사... 

그런데 이 세계적인 회사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2007년 3월 인천공장 노동자 집단 정리해고 되고 4월에는 무기한 휴업이라는 이유로 대전공장이 문을 닫습니다.  

돈을 못받은 노동자들은 시위를 벌이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입니다.

이들 노동자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많은 곳에 알리기 시작하고 그들을 돕기 위한 국내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집니다. 그들은 미국, 일본, 독일 등을 돌며 악기 박람회나 락 페스티벌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기로 합니다.

지금 당신들이 쓰고 있는 기타를 우리가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억울하게 정리해고 당하고 직장에서 나와버린 이들의 모습도 알려야 하고요.

길고 긴 싸움... 노동자들도 모두 지쳐가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 뿐입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내 직장 콜트/콜텍에서 일하겠노라고 말이죠.

 

 

 

 

기타를 얼마나 알고 계신지요?

통기타나 전자 기타가 우리가 많이 보는 것들이지만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우리가 그 기타가 어느 나라 제품이고 어느 상표를 가졌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니,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싼 맛에 이들 기타 제품을 사는 것이니깐요.

 

혹시 깁슨(Gibson)이나 펜더(Fender)라는 업체를 아시는지요... 물론 모르실 수 있습니다. 더구나 기타를 사용해보지 않는 분들에게는 이 두 회사가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르실테죠. 분명한 것은 기타를 제조하는 업체들이 많지 않던 시절 깁슨과 펜더는 기타 업체중의 양대산맥이었고 여전히 이 두 업체의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죠. 이후 아이바네즈(Ibanez)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지요.

콜트/콜텍(이하 '콜트')은 바로 이런 기타를 만드는 업체였고 자체적으로 기타만 만든게 아닌 주문자 생산방식의 OEM 방식으로도 제작된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원스'로 알려진 스웰 시즌들의 맴버들조차도 몰랐다는 겁니다.

 

콜트의 위력은 무섭습니다. 전체 기타 시장의 1/3의 생산 점유율을 차지하고 매년 엄청난 떼돈을 법니다. 여기 콜트 코리아의 대표라는 사람은 한국에서 120번째 갑부라고 하고요. 하지만 이들 노동자에게는 돈 한 분 지급을 안합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는 적대관계이자 기업들이 사랑하는 그들의 영원한 친구(?)인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그들을 내쫓기 바쁩니다. 

 

사실 이들의 이런 싸움이 과거에도 없던 건 아닙니다. 1980년대 노동조합이라는 것이 생기기 이전에는 이것을 설립하기 위한 투쟁으로 몇 년간 싸웠지요. 그런데 지금 여기에 쫓겨난 노동자들은 야근과 특근을 참아가면서도 받지 못한 임급과 얼떨결에 정리해고 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이렇게 나서고 있습니다. 이유는 다른데 그들이 쫓겨나고 있는 상황은 똑같다는 것입니다.

 

 

 

 

콜트은 노동자를 우습게 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수출품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건비, 공장 비용 줄여보려고 완성된 기타를 건조시키는 건조라인이 사라지고 덕분에 기타는 수출되자마자 습기에 뒤틀려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그것도 모자라 반송처리가 됩니다. 자신들의 잘못이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직원탓을 돌리고 있는 것이죠. 보시다시피 결과는 처참합니다.

 

콜트 노동자들은 자신의 부당함을 알리고 그들의 외침은 외국의 뮤지션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정기적으로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콜트를 살리기 위해 무상으로 콘서트를 열기도 하고요.

하지만 깁슨사와 펜더사의 대표들은 그냥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니 알아보겠다고만 하고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그들은 고추장을 팔고 매실짱아찌를 팔아서라도 그들의 수입원을 모으기로 합니다. 물론 그걸로는 한계가 생기죠. 기술자들이 모여 자체적인 공장이나 가게를 열어 수제 기타를 만드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다큐 감독들은 보통 자신들이 관심하는 이슈를 영화로 만들고 그것을 시리즈로 만드는 경향이 있지요. 황윤 감독('어느 날 그 길에서')처럼 동물에 관심을 보이는 감독도 있고 권우정 감독('땅의 여자')처럼 농사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찍는 감독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김성균 감독은 기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바로 '꿈의 공장'은 기타에 관한 두 번째 다큐입니다. 이 영화는 나레이션 없이 콜트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콜트 사태를 외국의 많은 뮤지션들이 알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지독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쌍용, 기룡, 한진 등의 많은 대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을 때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수 많은 노동자들이 아직도 투쟁중이고 1%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싸우고 있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암울합니다. 우리가 콜트 제품을 안쓰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강요가 되어서는 안되고 그들이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불매운동을 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여전히 싼 제품을 사람들은 선오하고 그 노동력이 저렴하건 그렇지 않건 제품의 가격만 싸면 되는 거니깐요. 그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싶어도 그 설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질기고 질긴 싸움을 해야한다는 것이 참으로 사람을 슬프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콜트 노동자들의 승리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