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컨테이젼]전염병으로 헐리웃 배우를 한방에 보낸 소더버그, 그리고 무서운 현실!

송씨네 2011. 9. 22. 21:56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요즘 영화들을 보면 많이 등장하는 것이 있죠. 바로 좀비입니다.

좀비는 죽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약점은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누거나 공격을 하는게 최고죠.

그런데 좀비의 탄생과정은 대부분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입니다. 바이러스라...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좀비로 변해서 미치는 것보다는 대부분이 그냥 병으로 죽는게 정상이 아니던가요?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이 놈의 영화들... 그래서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과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에 공감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말이죠. 좀비만큼이나 무서운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화 '컨테이젼'입니다.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

고열과 더불어 추위를 느끼는 베스를 바라보며 남편 미치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한편 미치와 베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베스처럼 똑같이 고열과 더불어 거품을 물고 하나 둘 쓰러집니다. 알 수 없는 의문사는 계속되고 베스 역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베스의 아들 역시 세상을 떠나고 미치의 슬픔은 더해갑니다.

이 사건을 접한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는 사고가 일어난 곳으로 미어스 박사를 급파하고 WTO(세계보건기구)오란테스 박사는 홍콩으로 보내집니다.

그런데 미어스 박사마져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오란테스 박사는 홍콩 어딘가의 오지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로부터 납치를 당합니다. 감염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높은 주민들이었지요.

파워블로거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저널리스트 크럼위드는 그가 내놓았던 가설과 시나리오들이 거의 정확이 맞아떨어지자 더 유명세를 치루게 되고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개나리꽃 원액이라고 주장하게 됩니다.

악몽의 나날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희망이 보이는 듯 합니다. 질병통제센터의 핵스톨 박사는 자신을 실험용으로 이용하여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데 성공의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지요.

어느덧 백신 접종 추첨의 날은 다가오고 사람들은 백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에게 희망은 있을까요? 

 

 

 

 

일단 이 영화의 등급은 12세 관람가입니다. 좀비 머리를 향해 도끼질이나 총기를 겨눌일도 없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은근히 (잔인하다기 보다는) 무서운 이유는 미친듯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때문일껍니다. 의문사로 죽는 사람들이 많았고 손도 못써보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그저 바라봐야만 한다는 것이죠.

 

주연급에 가까운 배우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고 뇌를 절개하거나 비닐에 시신이 덮여져 매장당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이런 끔찍하지만 자극적이지는 않는 장면들이 영화 가득체우면서 의외의 공포스러움을 자아냅니다. 그것도 헐리웃 최고의 배우들이 아낌없이 망가치고 열연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영화는 바이러스가 전파된 시기를 일자별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발병 후 2일 부터가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1일은 어디로 갔을까요?

숨은 1일은 영화의 마지막에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숨은 1일에 의외의 반전이 숨어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점... 이 영화의 공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보통 좀비영화들이 공포감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좀비들이 어둠속으로 다가와 주인공이나 조연들을 물어버리려는 순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공포는 다름아닌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이며 남이 마신 컵을 만졌을 때, 카드리더기로 카드를 긁는 순간 등 아주 몇 초의, 잠깐의 순간들이라는 겁니다. 만져도, 접촉해도 죽는다는 설정은 그렇기에 공포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인류 재앙이 닥쳐올 때의 상황들을 잘 묘사하고 있지요.

사람들은 물건을 사재기하고 안전한 곳으로 사람들은 피하려고 합니다. 백신을 먼저 맞으려고, 혹은 개나리 원액을 차지하려고 도둑들이 들끓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비슷한 상황을 이미 본 것 같습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방사능 누출 사건을 통해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했고 영화적 내용이기는 하지만 전염병으로 인한 혹은 자연재해로 인한 불상사에 대한 우울한 시나리오는 이 영화에서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에 더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참으로 많은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한간에는 소더버그 감독의 은퇴설이 나올 정도로 말이 많았지만 마치 마지막을 준비하는 주인공들의 모습만큼이나 소더버그의 연출력도 매우 뛰어나다고 봅니다.

실제로도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배우들이나 감독 모두 청결을 강조했다고 하니 영화 한 편이 사람들을 달라지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요.

 

 

 

기네스 펠트로는 초반 아주 강하게 등장해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등장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한 번더 등장합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로 주인공은 그녀가 맡은 베스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남자로 등장한 멧 데이먼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지만 과연 그것이 정말 행복한 일인지는 의문스럽더군요. 크럼위드로 등장한 주드 로는 마치 독립투사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을 말하려고 나서는 저널리스트로 등장한 그는 나중에는 온갖 죄를 뒤집어 쓰고 잡히는데 미네르바 사건을 비롯한 억울하게 붙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서 우리에게 익숙한 화면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치버 박사로 등장한 로렌스 피쉬번은 자신의 지인을 먼저 살리려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그게 저라도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인류를 구한다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니깐요. 자신을 희생하기에는 무서운 현실이니깐요.

 

기네스 펠트로 만큼이나 단명하는 케이트 윈슬렛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고 마리안 꼬띠아르 역시 포로이지만 인명구조가 우선이냐 자신이 살것이냐의 고민에 빠진 인물로 그려진 것도 인상이 남습니다. 

또한 영화의 홍보자료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버지를 위해, 인류를 위해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던 과학자인 핵스톨 박사로 등장한 제니퍼 엘도 인상적이었지요. (그녀는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라이오넬(제프리 러쉬)의 아내 역할로 등장하여 열연을 했던 배우였지요.)

 

 

 

이 영화를 보고나서 손을 더 씻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 영화는 어느 정도 메시지 전달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세균을 99.9 % 없애준다는 세정제라고 할지라도 몸속의 수백종이 될지도 모르는 바이러스까지 물리칠 수 없지요. 버스안에서, 핸드폰으로, 이런 저런 손잡이들이 세균과 바이러스로 득실되지만 현실은 그것을 우리가 모두 없앨수는 없다는 겁니다.

당신은 지금 비누로 손을 빡빡 닦고 있지만 그래도 바이러스는 당신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어떤 경로를 이용하던 말이지요.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건 사실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지금 무서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지요.

 

 

 

ps. 이 영화는 소니 4K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극장들은 이 영화의 디지털 버전을 상영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이 대세인 상황에서 이 영화는 필름상영관이 더 많습니다. 워너와 소니는 4K로 제작을 많이 하는데 CGV와 롯데시네마는 4K 전용관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4K 전용관이 없는 건 아닙니다. 4K 상영이 가능한 몇 몇 극장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디지털'로 표기된 극장 중에서는 일부는 극장측 실수로 필름상영인데도 '디지털'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으니 확인하시고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트위터로  진원석 감독님과 페이스 북으로 김호진 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