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아리랑]김기덕 감독의 셀프 생존 영상에 우리가 공감하는 이유...

송씨네 2011. 9. 14. 18:16

 

 

 

김기덕 감독은 이 시대가 낳은 천재이자 괴짜 감독이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그는 짧은 학력에 영화를 배운적이 없는 감독이지요.

어쩌면 기인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 그의 영화속 인물들은 그 만큼이나 위험한 사랑과 위험한 행동을 합니다. 극과 극으로 의견이 나뉘며 언제나 그렇듯 그의 영화를 보다가 극장의자를 박차고 나가는 관객도 여럿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는 약 3 년간 영화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많았고 제주도를 비롯한 지방을 떠돌다가 어느 마을 한적한 곳에서 작품 집필을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전부이지요. 그가 영화를 포기하는 이유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담은 자전적 다큐 '아리랑'은 그런 점에서 반가운 소식처럼 들려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렇듯 관객들에게 편안히 영화를 즐겨줄 것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기인이었으니깐요. 다큐 '아리랑' 입니다.

 

 

 

 

이 작품은 줄거리를 나열하는 것이 무의미한 작품입니다.

그는 도입부에 이것은 자신에 대한 다큐이자 드라마이자 판타지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관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졌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지요. 하지만 아주 불친절한 이야기를 해 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나름대로 김기덕 감독은 친절하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두 명의 김기덕 혹은 세 명의 김기덕이 등장합니다.

한 명은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하고 있는 김기덕이고 또 한 명은 질문하는 김기덕(혹은 그의 그림자)입니다. 여기까지가 대부분이 관객들이 발견한 두 명의 김기덕일테고요. 또 한 명의 김기덕은 그 두 사람(?)의 대화를 편집하고 감상하고 있는 편집자로써의 김기덕이 등장합니다.

 

그의 일상은 상당히 단조롭고 평범하기만 합니다.

눈 쌓인 길을 조용히 거닐다가 눈 녹인물을 받아서 그 물로 세수를 하며 그 눈들은 식수로 사용이 됩니다. 식사는 예상과 달리 라면이나 김치, 그리고 그나마 좋을 때는 생선구이를 해 먹기도 합니다. 홍시와 단 호박, 밤은 그의 디저트이고요. 또 하나의 의외의 모습은 커피를 즐기는 그의 모습입니다. 공고를 나온 그 답게 그는 난로나 커피머신을 스스로 만들고 있고 난방시설 역시 그가 스스로 만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마어마한 물건(!)이 등장하지요. 단조로운 그의 생활은 어떻게 보면 행복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 걱정 없이 밥먹고 시나리오를 쓰고 텐트에 몸을 맡기고 잠을 청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하지만 앞에 이야기드렸던 김기덕과 김기덕의 대담에서는 그의 솔직한 사정을 들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습니다. 그는 '비몽'(2008) 이후 작품을 쉬었는데 이것에 대해 이 작품에 출연했던 이나영 씨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사람을 죽일 뻔했고 그것이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죄책감에 오랫동안 시달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그가 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주저하는 첫번째 이유로 보였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장훈 감독에 대한 서운함이었지요.

김기덕 필름에서 같이 생사를 함께한 장훈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데뷔하여 성공을 하지만 상업적인 부분에서 갈등했고 자신을 버리고 상업노선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에서는 장훈 감독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고 알려졌으나 국내의 상영버전은 그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장훈 감독에 대해서는 분노 보다는 섭섭함에 대한 부분이 많았던 부분이고 이후 '풍산개'를 전재홍 감독에 맡긴 이유 역시 들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작품을 만들고도 외국에는 인정을 받았지만 정작 국내 영화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국가에서 주는 훈장을 받기도 했지만 사실 이 나라에 대한 비판을 했던 영화도 만들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무척 아이러니 하다는 것이죠. 그는 총을 들고 여러 곳에 난사(물론 효과음입니다만)를 합니다. 자신을 버린자에 대한 그 나름대로의 복수이지만 상당히 섬뜻한 장면이지요.

 

또한 그가 분노하는 경우는 자신의 악한 모습을 감추고 악한 연기를 펼치는 일부 배우들에 대한 비난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상당한 욕설과 분노가 섞여있는지라 이 배우들이 누구를 거론하는 부분인지는 영화를 보면서도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영화에서는 그가 여러번 눈물을 보이는데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자신이 감독하고 출연했던 영화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장면일 것입니다. 자신의 몸을 맷돌에 묶고 가슴에는 부처를 들고 정상까지 걷는 모습인데요. 어쩌면 지금 자신이 처해있는 삶과 너무 똑같기 때문에 그는 홀로 흐느끼면서 울지 않았나 싶더군요. 세상에 모든 괄시와 무시 속에 살아가고 있는 자기 자신이 서글퍼서 울고 있었지 않았나 생각되었습니다.

 

 

 

'한 오백년'에서 시작해서 '정선 아리랑'을 섞어부른듯한 그의 구슬픈 아리랑은  두 번 정도가 등장하는데 그가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고 부르는 '아리랑'이 제대로 흘러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뒤에 나온 '아리랑'에 흥에 겨운 자신의 기쁨을 나타낸 아리랑이라면 영화 속 '아리랑'은 자신의 고뇌를 이야기하는 것이라 영화를 보고 나온 뒤에는 그의 서글픔에 같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리뷰를 작성하려던 시점에 부산영화제에 그의 신작이 공개된다는 소식이 보이더군요. '아멘'이라는 이 작품은 한 여인이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을 찾기 위해 나서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예고편 속의 방독면을 쓴 여성의 보면서 김기덕 감독이 또 하나의 예사롭지 않은 신작을 만들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가 부르는 '아리랑'이 한(恨)이 아닌 기쁨의 '아리랑'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