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카운트다운]액션과 가족애... 묘하게 잘맞는 이상한 영화?

송씨네 2011. 9. 27. 01:27

 

 

 

 

 

조폭과 보험, 빛과 사채, 그리고 이식수술...

이상하게 요즘 한국영화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소재들입니다.

그게 묘하게 작용하는 영화들이 늘어났고 그 중에는 관객에게 찬사를 받은 영화도 있지만 반대로 관객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영화들도 있습니다.

살고 싶은 남자... 그 남자가 다른 이들을 위해 정의의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이게 어찌된 노릇일까요? 액션과 가족애의 이상한 만남...

영화 '카운트다운' 입니다.

 

 

빛을 받으러 나온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건호.

음...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마시길... 그는 조폭은 아니니깐요.

채권추심원으로 살아가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빛을 모두 청산하고 밖으로 나서는 길입니다.

그는 다운증후군인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려 아들의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는 간암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건호는 자신의 아들을 뇌사상태로 보내면서 모든이들에게 장기와 여러 조직을 기증하였습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그들에게 찾아가 자신에게 간이식을 요청하지만 모두 정중히 거절...

정말 마지막으로 찾아나선 곳은 교도소... 미스 춘향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하연을 만나러 간 것입니다.

미인계로 수많은 남자를 홀렸고 사기를 친 그녀는 자신도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면서 밀수업자인 명석에게 복수가 완료되면 간을 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연을 노리는 사람은 또 있었으니 연변출신의 조폭인 스와이와 그의 일당들...

거기에 보기좋게 하연에게 당하자 명석 역시 하연이 오래전 고등학생 시절 낳은 사생아인 현지를 납치하기에 이릅니다.

토끼 간이 아닌 사람 간 받으러 간 사나이 건호는 이 첩첩산중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요?

 

 

 

채권추심원이라는 직업은 그렇게 익숙한 직업은 아니지만 조폭들에 비해서는 정당하게 빛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죠. 드라마나 영화를 열심히 보셨다면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이들이죠.

빨간 딱지의 사나이들은 정당하게 빛을 받으러 오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폭과는 다른 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채무자들에게는 저승사자인 것만큼은 분명하죠.

 

영화에는 말미에 등장하지만 건호가 채권추심원이 된 이유는 어떻게 보면 복수와 관련이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사나이들이 다가와 빨간 딱지를 붙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의 아들은 당황하기만 합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되는 아들은 그렇게 뛰어다니죠. 그리고 어이없는 죽음을 당합니다.

건호의 아들 유민도 자신이 버림받았다 느끼고 사업에 실패했던 건호 역시 이 사회에 버림받았다고 느꼈던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세상은 그를 세상에서 정말 나쁜 채권추심원으로 만든 것이지요. 실적은 1 위였을지 몰라도 아무 의미가 없는 1위라는 것입니다.

 

물론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는 그에게 왜 그가 갑자기 간 이식을 받으려고 했는가에 대한 이유가 불명치 않다는 것이 이 영화의 흠이라면 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차라리 죽음을 앞두고 그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달리 건호의 모습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왜 살고 싶었는가에 대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점은 그가 살기 위해 세상과 맞써 싸우는 모습입니다.

간 이식을 받기 위해 나서지만 모두 실패하고 사기꾼인 하연과 손잡고 일을 수행하게 되죠. 사기꾼과의 조우는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사기꾼(혹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쁜놈)들이 등장하는데요.

어르신들에게 건강보조제를 비싼돈에 파는 약장수를 비롯해서 불륜을 저지른자들을 미행하는 용산 전자상가의 날파리(김동욱 씨)도 있습니다. 연변족이나 조선족들을 등을치는 더 나쁜 연변족 출신의 조폭(오만석 씨)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악질은 불법으로 밀수를 하는 명석(이경영 씨)이겠지요.

어쩌면 이 영화는 모든 사기꾼과 나쁜 놈들의 사회에서 더 나쁜 놈인 하연이 이 세상을 사는 방법이라고 봐도 틀린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사회에서 얼떨결에 건호가 그들만의 정글에 들어오게 된 것이지요.

   

 

 

 

이 영화는 의외로 볼꺼리가 많습니다.

전도연 씨의 패션쇼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정도로 깔깔이(군대에서 입는 방상내피)를 비롯하여 다양한 의상들이 등장하여 보는 재미도 있을테고요. 사기꾼들이 서로 속고 속인다는 점에서 그런 과정을 재미있게 담아낸게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외국영화에서나 볼수 있을 것 같은 시장에서의 자동차 추격장면일 것입니다. 백화점에서 하연이 명석 일당을 속이는 장면도 인상적이겠지만 재래시장에서 보여지는 추격전은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말로 합이 잘맞아야 하는 장면들이라는 점에서 이 장면은 꽤나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전도연, 정재영 씨 만큼이나 다양한 조연들도 인상적인데요.

최근 악당연기에 물이 오르신 이경영 씨나 오만석 씨나 김동욱 씨처럼 미워할 수 없는 악당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나쁜 매니저 장실장으로 열연했던 정만식 씨의 모습도 반갑기만 합니다.

그러나 의외의 인물이 보이는데 '미쓰 에이'의 민(이민영)이 등장한 경우이죠. 이미 드라마 '드림하이'로 드라마에 진출한 수지에 이어 민도 연기에 도전하게 된 점은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그녀가 등장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하연의 숨겨진 딸인 현지 역으로 등장하여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 명의 인상적인 연기자는 유민 역으로 등장한 배우입니다.

권혁준 씨로 실제 다운증후군 배우를 섭외했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취급주의'를 해야 했던 배우였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족애는 엔딩을 장식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만 너무 그것이 뒤로 밀려나면서 성급하게 가족애를 강조한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마주볼 수 없지만 녹음기를 통해 나누는 진솔한 대화는 멋진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 '카운트다운'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영화 속 건호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시간적 여유가 그 첫번째 같지만 그 외에는 그 이유를 생각하기란 좀 어렵네요.

여러분에게 디데이 혹은 카운트다운 날은 과연 언제인지가 궁금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그 순간 순간이 카운트다운이겠지요.

 

 

ps.  이 영화가 왜 18 금이냐고 물으실껍니다. 

전도연 씨나 정재영 씨의 등장 장면에는 그리 야한 장면 없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 영화가 18 금인 이유는 요상한 기계가 등장하는 부분 때문이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 '번 애프터 리딩'을 혹시 보셨다면 이해가 빠르실지도...

거기에도 요상한 기계가 하나 나오거든요. ^^;

 

ps 2. 이 영화에는 미쓰에이 '민' 만큼이나 인상적인 얼굴이 등장하는데요.

농구 얼짱으로 알려진 신혜인 씨 입니다. 수많은 이식환자들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등장하니 그것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