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의뢰인]이 영화가 과연 한국형 법정영화의 틀을 마련할 수 있을까?

송씨네 2011. 9. 27. 02:39

 

 

 

솔직히 말하지만 저는 법정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법정 안에서만 서로 싸우다가 영화가 전개될 것이며 만약 사건의 과정을 재연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의뢰인'도 어떻게 보면 그렇게 끌리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법정 스릴러치고는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소식에 생각을 바꾸고 이 작품을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최초까지는 아니더라도 본격 법정스릴러임을 자처한 이 작품...

사라진 시체의 행방을 찾는 살벌한 대결이 시작됩니다. 영화 '의뢰인'입니다.

 

 

새벽이 넘은 시간... 한 남자가 집으로 들어섭니다.

앰블란스와 경찰차가 정신없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영화 특수효과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철민은 집으로 돌아와 피로 가득찬 침대시트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시체가 안보입니다. 촛불은 켜져 있고 음식도 보입니다.

그렇게 그의 아내 정아가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철민을 붙잡습니다. 다른 이가 침입한 흔적도 없기 때문이죠.

끝까지 부인하는 그는 법정으로 가게 됩니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 성희는 그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며 검사 민호는 유죄임을 밝혀야 합니다.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말이죠.

그러나 사건을 밝히면 밝힐 수록 성희는 이 사건이 보통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게 됩니다.

철민 역시 과거 다른 사건과 엮여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민호였기 때문이죠.

철민과 민호는 진실을 숨기고 있고 엉뚱하게 성희만 그것을 모릅니다.

재판장과 배심원은 과연 철민에게 무죄를 내릴까요? 그리고 어떤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우선 이 영화가 법정영화이기 전에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배심원이 등장한 국내의 첫 영화라는 것이죠.

헐리웃이나 다른 나라의 영화에는 이 배심원 제도가 활성화 되었고 그것이 영화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배심원 제도라는 것은 여전히 생소한 것이었으니깐요.

그런데 확인해보니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이 배심원 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2008년이라는 점입니다. 더구나 이 제도는 여전히 활발하게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정작화된 단계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배심원들의 역할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용의자에게 불리한 법정 판결을 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지요.

 

어쨌든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배심원이 등장한다는 점과 더불어 사건의 배경이나 경과를 실제 법정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도록 영화를 제작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법정 장면이 들어간 영화 '도가니'를 생각하셔도 틀린 말은 아닐껍니다. 하지만 '도가니'가 재연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법정 장면 역시 용의자의 죄를 가려내는데에만 집중을 한 것을 생각한다면 '의뢰인'은 재연 장면 만큼이나 증인들을 입장시키는 과정이나 검사와 변호사가 사실 유무를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리는데 더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자, 여기서 용의자인 철민을 생각해봐야겠지요.

그는 용의자이지만 아무런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증거가 밝혀지지 않으면 그는 살인죄로 구속되는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증거도 없기 때문에 그가 무죄라는 것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용의자인 철민은 그것을 비웃듯 다른 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해(유기) 현장에는 어떠한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고 철민의 어떠한 혈액이나 머리카락, 체모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는 화학약품을 많이 접해야 하기 때문에 지독한 냄세가 많이 나고 그것을 지우다보니 결벽증이 심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지문이 지워질만한 이유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그것은 그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일종의 트릭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트릭은 어떻게 보면 영화속 판사와 검사, 변호사, 그리고 배심원과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까지도 사람을 헛갈리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범인을 알 수 있는 단어는 다른 곳에서 나오지요. 사실 설마했던 장면이 진짜로 변하는 장면에서는 어처구니는 없었지만 나름대로의 영화에서 사진 한장이 중요한 반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그렇게 대충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하정우, 박희순, 장혁 등의 세 남자의 각기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연기 스타일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하정우 씨는 최근 영화에서 약간의 코믹한 이미지를 자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영화가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부분에서 하정우 씨가 맡은 변호사 성희는 구멍이 약간씩 보이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변호사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껄렁거리는 그의 이미지는 오히려 영화에서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요.

반대로 박희순 씨는 무게를 잡는 검사로 등장했습니다. 박희순 씨는 코믹보다는 아직도 정극분위기가 어울리는 배우이지요. 장혁 씨는 용의자로 등장했지만 가장 중요한 포커패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맡아야 하는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연기했습니다.

 

이외에도 김성령, 정원중, 박혁권 씨 등의 배우들이 감초 역할과 더불어 사건에 중요한 임무를 띈 이들로 등장하여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주었고요. 주진모 씨 같은 경우는 어두운 역할을 맡으시다가 약간의 유머를 가지고 있지만 법정에서는 진지한 자세로 판결을 내리는 판사로 등장하여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예상외의 등장은 바로 최종원 씨 입니다. 그는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있지만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배우의 신분으로 잠시 돌아와 연기를 보여준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슈왈츠제네거가 주지사를 하면서 간간히 영화를 출연한 것과도 같은 것이죠. (심지어는 영화 엔딩 크레딧에는 매니저의 이름이 아닌 보좌관이 그를 대신하는 매니저로 등장하여 자막처리 됩니다.) 그는 잠깐의 출연이지만 미친존재감으로 연기를 펼쳐 역시 내공이 깊은 배우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법과 판결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증거 하나가 사람의 인생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영화의 제작사인 청년필름은 인디와 상업영화에 모두 강한 모습을 보이는데 '조선명탐정'으로 큰 재미를 봤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이 청년필름이 상업영화도 잘만든다는 인식을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받게 될지를 한번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