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사운드 오브 노이즈]두려워 말아요, 우리는 당신들의 소음만 훔쳐갈테니...

송씨네 2011. 9. 30. 02:30

 

 

 

음악처럼 아름다운 것도 드물죠.

하지만 똑같은 소리인데 시끄러운 소음은 듣고 싶지만은 않습니다.

음악과 소음은 별 차이가 없어보여도 우리는 그것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이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에 이 소음이 음악으로 바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럴리가 없을꺼라고요? 세상에 안되는 일이 있던가요?

여기 무적의 소음도둑 6인방이 나섰습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노이즈'입니다.

 

거리 한복판에 차 한대가 서 있습니다.

누군가가 차를 버리고 간 것 같은데 차 안에서는 째깍째깍 소리가 납니다.

혹시 폭탄? 하지만 차안에서 발견된 것은 박자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도구인 메트로놈...

사건을 맡은 형사인 아마데우스...

하지만 이름과 달리 그는 음치입니다. 물론 그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지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심지어 동생도 훌륭한 음악가가 되었지만 아마데우스에게 음악은 지긋지긋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을 맡으리나니 기가 막힐 일이죠.

폭탄테러인 줄 알았는데 이 황당한 사건은 점점 대담하게 변해갑니다.

병원을 쳐들어가 환자와 온갖 기계의 소음으로 음악을 만들어내고 은행에서는 돈을 훔치는 대신 돈을 세절기에 집어넣고 사람 애간장만 태웁니다.

아마데우스는 이 사건의 주범이 음악학교를 자퇴한 산나를 포함한 6인조 음악가들이라는 알게되지요.

하지만 범행을 알아내면 알아낼 수록 이들 팀들은 더욱더 대담해집니다.

클레식 공연장 야외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마지막 그들의 목포는 온도시를 정전으로 만드는 것이니깐요. 그런데 자신에게만 강도단이 훔친 소리들도 들리지 않음은 물론이요, 산나에게 사랑이 빠져버린 아마데우스... 무작정 그들을 찾아갑니다.

과연 이들의 소음 갈취사건은 순조롭게 해결될까요?

아마데우스의 들리지 않는 귀만큼이나 사건을 해결하기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우선 동영상 하나 볼까요?

 

 

 

 

이 동영상의 정체부터 이야기해보죠.

'Music For one Apartment And Six Drummers'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우리말로 하면 ' 하나의 아파트와 6인의 드러머를 위한 음악'이라는 제목의 영상입니다. 바로 영화속에 보이는 여섯 맴버의 연주의 단편버전입니다. 이게 2001년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었고 가정에서 아무런 악기 없이 물건들로만 연주한 영상입니다.

장편으로 옮겨지면서 이들 소음 갈취단(?)의 스케일은 더 커졌습니다. 가정이 아닌 도시로 변한 것이죠.

도시로 변하면서 연주할 수 있는 것들은 많아졌습니다. 병원에서는 모든 수술기기가 음악이 되었고 심지어 환자조차 좋은 악기가 됩니다. 은행에서는 은행강도가 아닌 소음을 훔치러온 설정도 인상적이지만 도장 찍는 소리며 이런 저런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거기에 세번째, 네번째로 가면 상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죠. 건물을 향해 포크레인이 다가오고 전신주에서 연주를 합니다. (물론 엔딩 크레딧에는 마지막 전신주 연주 장면은 절대 따라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장편으로 변하면서 달라진 것은 바로 이야기의 구조이죠.

러브라인과 음치 형사의 세상과의 극복법이 더 보강이 되었지요.

물론 그 이야기에는 아마데우스라는 이름의 형사가 있지요.

음악가 집안인데 자신만 음악을 하지 않고 있지요. 더구나 동생과 열등감에 시달리면서 음악을 경멸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들 6인방이 온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이 사건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이 갈취한 소리들은 아마데우스의 귀에도 들리지 않는다는 특이한 상황을 보여줌에 이르지요.

 

더구나 이들의 소음공격에 귀에서 피가 나는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동네방네 악기들을 들고 있는 음악가들을 몽땅 잡아들이는 장면은 마구잡이 수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정치적인 부분으로 해석해도 어색하지는 않을껍니다. 저는 그렇게 느꼈거든요. (촛불만 들어도, 반값 등록금 인하만 외쳐도 잡아가는 사람들과 뭐가 다를까요?)

 

 

하지만 아마데우스는 그런 자신만의 단점을 다른 방식으로 극복하려고 합니다. 바로 작곡을 하는 것이죠. 물론 동생의 힘도 없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작곡을 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이들 여섯명의 뮤지션들에게 연주를 시키지요. 이로써 그는 자신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메트로놈이죠.

음악시간에 음악실을 접하신 분이라면 이 요상하게 리듬에 맞추어 소리내는 기계를 보셨을 껍니다. 시계가 '똑딱똑딱'거리는 소리와는 다르게 '착착...'거리면서 움직이는 소리는 매우 색다르죠.

아마데우스가 두려워하는 소리는 다름아닌 메트로놈입니다.

물론 그 테러로 의심된 사건에서 발견한 메트로놈이 결정적인 계기지만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그 리듬을 유도하는 기계인 메트로놈은 상당히 불쾌한 기구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 여섯 강도단이 상당히 애용하는 물건이 메트로놈이기도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죠.

 

 

영화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을 뽑으라면 드러머 4 인방이 베틀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죠. 같아보이는 드럼이지만 전자 드럼도 있고 드럼의 종류도 살짝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나 전자드럼은 상당히 인상적인데 조용필 씨의 '단발머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신 분이 있다면 퉁퉁 튀는 전자 드럼이 상당히 멋지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껍니다. 독특한 소리를 내는 전자드럼을 비롯해 다양한 드럼이 등장해서 베틀을 벌이는 장면은 그런점에서 상당히 멋진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도 이 영화의 OST 는 세가지 방식으로 음악이 등장하는데 드럼만으로 등장하는 음악과 소음들이 리듬을 타면서 바뀌는 부분, 그리고 엔딩 크레딧의 주제가 'Electric Love' 처럼 차분한 보사노바 풍의 음악도 등장하니 하나의 OST에서 다양한 방식의 음악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OST의 장점이자 이 영화가 음악영화로써 잘 갖추어진 부분이라고 봅니다. (늘 이야기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영화의 OST는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아마존 닷컴에서 잠깐 들어보실 수는 있습니다.)

 

 

소음은 소음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난타라는 것이 그런 것을 바꾸어놓았고 고물이나 고철들이 악기로 바뀌는 경우를 접하면서 이제는 그 어떤 소음도 소음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음으로 들리는 사람에게는 영원이 소음으로 들 릴 것이고, 창의적인 사람들은 이 소음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듣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바꾸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