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개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여기 개봉을 앞둔 베스트셀러의 원작 소설 한 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려령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완득이'가 바로 그것인데요. 그녀의 작품들을 저는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그녀가 쓴 작품들의 줄거리들만 살펴봐도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을 재미있게 다룬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완득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손가정,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의 우울한 소재로 본다면 이 작품은 슬픈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상이지만 원작을 읽고 영화를 읽다보면 이런 우울한 소재들을 경쾌하게, 희망적으로 그려낸 것은 작가의 재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멋진 이야기... 영화 '완득이' 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부릅니다. 특히 이렇게 그를 부르는 사람이 한 명 있지요.
동주라는 이름의 선생님... 하지만 완득은 후세인이나 빈라덴보다도 악의 축으로 꼽습니다.
똥주라는 별칭이 괜히 붙어진 것은 아니죠. 건너집에 나이든 이 노총각은 틈만나면 결손가정에 지급되는 즉석밥을 받아가기 바쁩니다.
완득이는 아버지와 삼촌과 세 명이서 살아갑니다.
어머니는 먼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 꼽추라 불리우는 아버지와 살다가 완득이를 낳았습니다.
아버지는 카바레에서 텝덴스를 비롯한 춤의 일인자였지만 지금은 전국을 돌면서 5일장 같은 곳에서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어리숙한 삼촌과 말이지요.
완득의 어머니는 외국으로 도망간건 아니지만 그들을 버리고 떠난 것에 완득이는 어머니의 존재를 인정하려하지 않죠.
동주는 수소문 끝에 완득에게 어머니 소식을 이야기하고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완득에게도 취미라는게 생겼습니다. 싸울줄은 알지만 맞는 법도 몰랐던 그에게 킥복싱은 좋은 취미가 되었지요.
그리고 완득에게도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전교 1등인 윤하와 어울리지 않는 만남...
꼴통과 1등이 만나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윤하는 이런 완득을 이해하고 도와주고 있습니다.
큰 대회를 앞둔 완득... 그리고 이제 그는 스텝 바이 스텝을 하고 있습니다.
'완득이'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창한 소재도 아니죠.
완득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헨디캡을 다 가진 아이입니다.
공부도 못하며, 반항아이며, 아버지는 장애자이고 어머니는 동남아에서 온 사람입니다. 결정적으로 가난하고요. 이런 복합적인 부분이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상당히 우울한 소재로 다가오기 쉽상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는 역할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그의 담임으로 나오는 동주입니다.
그런데 이 동주라는 인물도 정상은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바른 이미지를 가진 선생이라고 하기에는 완득에게 즉석밥이나 축내고 잔소리는 매우 심합니다. 오죽하면 교회에 가서 하느님께 비는 소원이 '똥주를 죽여주세요' 일까요?
하지만 동주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과 닮아 있습니다. 그 악날함 속에 오히려 제자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는 아주 따뜻한 선생님이라는 것이죠. 더구나 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보살피는데 앞장섰으니 이건 천사가 따로 없죠. 하지만 엉뚱하고 기인같은 그런 행동이 완득에게는 동주를 기피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들게 된 것이죠.
앞에 말씀드렸지만 완득이라는 인물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닙니다.
아버지에게는 효자같은 존재이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인물이죠.
하지만 진정한 싸움의 기술을 몰랐기에 겉으로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영원한 승자는 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점에서 킥복싱을 배운다는 부분은 인상적인 점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여기서 대부분의 영화들은 함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싱이나 다른 격투기 종목들을 생각할 때 운동하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그리게 되면 스포츠 영화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이지요. 더구나 영화들은 갑자기 큰 대회가 등장하면서 주인공이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게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신나게 두둘겨 맞다가 휘청거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비춰줍니다. 대부분이 그렇죠.
하지만 이 작품 '완득이'는 그런 자극적인 화면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건전한 운동을 즐기는 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부 영화들이 보여주는 함정을 잘 피했던 것이죠.
또 하나 완득이라는 인물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그러고보니 외국인 노동자나 한국에 살고 있는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어도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없었던 것도 이 영화가 기존의 작품과 다른 점이지요. 물론 '방가?방가!'나 '반두비' 같은 작품등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있었지만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많은 것을 생각해봅니다.
아마 모습이 약간 어딘가 우리와 달라 차별을 받는 장면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심한 차별을 받는 장면도 나오조 않습니다. 다만 가난과 장애인 아버지,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방황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특히나 혼자 가출선언을 했다가 아무도 없는 집에 다시 들어와 가출을 포기하는 장면은 서글프면서도 웃기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탈출을 하고 싶지만 홀로인 자신에게는 어차피 제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한 장면이었지요.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유아인 씨는 우스겟소리로 이번에도 반항아를 맡았다고 (중산층 반항아, 조선시대 유생 반항아, 빵집 반항아, 그냥 반항아 등등...) 이야기하는데 연기에서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방식이 달랐기에 그가 맡은 또 하나의 반항아 연기는 식상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김윤석 씨가 맡은 동주 역할도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저런 선생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엄하지만 친구같은 선생님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외에도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알고보면 착한 옆집 아저씨로 열연한 김상호 씨나 그의 동생으로 등장하며 무협작가를 꿈꾸는 이로 등장한 호정역의 박효주 씨, 완득이의 사랑스러운 그녀로 등장한 강별 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별출연이지만 반항아 기질 있는 완득을 코치한 관장역의 안길강 씨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완득이의 어머니로 등장한 배우인데 영화 '의형제'를 통해서도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던 외국인 배우 쟈스민이 이 작품에도 등장하여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부모의 애뜻한 정을 느끼는 모습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악당, 나쁜놈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물론 착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영화는 상당히 불리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잘 이루어지지 않다던가 절정을 찾기 힘든 점도 있을 수 있지요.
하지만 '연애소설', '내 사랑' 등을 통해 감성적인 신세대 사랑법을 이야기하던 이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감성적인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분명 사랑받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고 그 결점에 누군가에 원망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본인 스스로가 개척하는 것이지요. 이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늘상 우리가 듣게 되지만 사실 방법은 그것 외에는 없습니다.
팔자가 그냥 고쳐지는 법은 없으니깐요.
우리도 완득이처럼 희망을 가지고 스텝 바이 스텝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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