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평범한 날들]죽음과 삶, 그리고 자학의 기묘한 동거...

송씨네 2011. 10. 15. 03:06

 

 

 

여러분의 하루는 어떤가요?

제 경우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오랫동안 집에서 생활하고 있어서 그런지 거의 폐인에 가깝습니다.

그러고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하루하루 열심히 사시는 분들도 있지만 폐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요. 여기 세 명의 각기 다른 남녀가 있습니다.

2007년, 2008년... 그리고 2009년의 사람들...

평범해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봅니다.

영화 '평범한 날들' 입니다.

 

 

#BETWEEN

철은 보험회사 직원입니다.

하루에도 실적을 올리라는 압박 뿐이지만 그의 수첩에는 팀장에 대한 불만만 가득할 뿐이지요.

그는 삶에 의욕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도 있지만 그들은 보이지가 않고요.

콜걸을 불러 보기도 하고 불면증에 수면제를 구입하기도 합니다.

그는 어느 사이에 한강에 와 있고 넥타이 줄에 목을 내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지 못합니다.

 

#AMONG

효리는 천을 이용해 물건을 만드는 여성입니다.

얼마전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분명 피를 철철흘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큰 사고처럼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

어머니가 사는 곳으로 내려와 요양을 하던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떠나버린 남친 생각에 얼음판 위에서 분노의 공중회전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실겸 자신으로 돌아온 효리는 이상하게도 상처가 금방 아물어진 것에 이상함을 느낍니다.

 

#DISTANCE

수혁은 할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그에게는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

어린 나이에 커피전문점으로 차려 나름 자수성가 했지만 공허해진 마음 때문인지 어디론가 떠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런데 떠나기로 마음먹은 시점에서 할아버지를 죽음을 몰게 만든 사람을 발견하게 되죠.

미친듯이 그 사람을 미행했고 그 사람을 공격했지만 엉뚱하게도 그 사람은 한철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철은 그냥 수혁에게 가라고 하는 군요.

그는 그렇게 미친 듯 뛰고 있었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불친절한 영화는 저는 질색입니다.

네, 정말 이 영화는 불친절합니다. 그런 이유를 살펴보자면 이 영화에는 주인공들의 주의 사람들이 사고를 당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이 무슨 사건인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살짝 힌트만을 주고 있고 아니면 아예 그 힌트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마침 이 영화를 만든 이난 감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니깐요.

 

이 영화는 죽음이나 슬픔을 지켜본 사람들의 이야기들입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AMONG'가 그 이야기의 중심점이지만 이 작품은 첫번째 이야기인 'BETWEEN'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007년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고 에피소드가 넘어갈 때 마다 2008년과 2009년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영화 속 세 이야기의 인물들은 서로 마주치지 않습니다.

옴니버스 영화의 경우는 마주치게 되면 아예 작정하고 마주치게 만들거나 아예 마주치지 않지만 상당한 연관성을 집어넣기도 하는데. 첫번째 이야기인 한철과 세번째 이야기의 수혁이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마주치고 두번째 이야기의 효리는 세번째의 이야기의 인물인 수혁이 운영하는 카페의 단골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앞에도 이야기했듯 이들은 살짝 마주치지만 이야기는 연결되지 않습니다. (예전 MBC에서 방송된 '테마게임'같은 옴니버스 콩트를 보셨다면 이해가 빠르실 듯...)

 

그렇다면 이 영화는 분명 옴니버스인데 옴니버스로써 어떤 관계가 있고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영화에는 솔잎으로 보이는 나뭇잎이 등장합니다. 택시를 탄 이 사람들은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나뭇잎과 마주하게 됩니다. 한철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나뭇잎을 지나치고 있었고 효리는 나뭇잎을 보았지만 그렇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혁은 나뭇잎을 자신의 여행티켓에 책갈피처럼 끼워넣지요.

연관성은 떨어지지만 어쨌든 그들은 택시 혹은 하나의 세상에 서로 얽메이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으로 생각이 됩니다. (감독님도 그렇게 이야기하셨고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는 의문투성입니다.

에피소드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위를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앞에 말씀드렸던 생략된 부분이 은근히 많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난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세 인물들의 자위는 각자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그 고통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말이죠.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주위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생략된 것도 그 인물들의 고통을 굳이 끄집어내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옮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최대한 그들의 속사정을 생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영화가 너무 불친절하다는 점에 앞으로는 친절하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습니다. (다음 영화는 이난 감독의 입담만큼이나 유쾌한 코미디 영화라는 군요.)

 

이 영화는 송새벽 씨를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인물은 없어보입니다. (어눌한 그의 말투는 여전하지만 그동안 그가 등장한 영화와는 뭔가 달라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보면 알만한 배우분들이 등장하죠. 두번째 이야기의 효리로 등장한 한예리 씨는 김예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름이지만 동명이인이 많은 관계로 이 이름으로 예명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할 수 있는자가 구하라' 등의 작품에서 동안연기의 달인으로 할약했으며 드라마 '로드 넘버원'에서도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는 현재 하지원 씨와 같이 탁구 이야기를 담은 영화 '코리아'란 작품으로 또 다른 연기변신을 준비중입니다.

수혁 역으로 등장한 이주승 씨의 경우 역시 독립영화에서는 최근 주목하고 있는 신인으로 알려져 있고 또다른 독립영화 'U.F.O.'통해 관객과 만날 예정입니다. (안타깝게도 이주승 씨는 몇 작품을 남기고 군대로 입대하셨네요. 전역해서도 감 잃지 마시길...)

 

 

 

감독님 이야기도 잠깐 드렸지만 이 영화의 감독인 이난 감독은 영화 포스터작업을 주로했던 포토그레퍼로 알려진 분입니다. 이 작품의 포스터 역시 그가 작업을 한 것인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포스터를 성능좋은 카메라로 한 것이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디카폰으로 촬영을 했다는 것이죠. 실제 영화의 한 장면이기도 한 이 포스터는 송새벽 씨가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을 보여줘 인상적인 장면이자 포스터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후 탐나는(!) 싸인 포스터를 얻게 되어 저로써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이 작품은 올해 상영을 하면서 좀 알려지면 좋았을텐데 다른 막강한 경쟁작 때문인지 다른 영화들의 리뷰에 비해 상당히 기자들의 글이나 인터뷰가 적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면 죽음이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 이 쯤에서 여러분에게 다시 묻습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라고 말이죠.

삶이 어둡고 힘들어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우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