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비우티풀]시궁창 같은 삶에도 꽃은 피고 희망은 있다?

송씨네 2011. 10. 20. 02:33

 

 

 

당신에게 삶이 몇 일 밖에 남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조금이라도 살기 위해 애를 쓸 것이냐의 것들이 답이 되겠죠. 하지만 정말 말은 쉬워보여도 살기 위한 노력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죽음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죽음이 여러 죽음이 있듯 그 어떤 죽음이건 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숨이 끊긴다는 것은 결코 행복한 일은 아닐것입니다.

죽음, 그리고 불법체류자... 여기에 한 남자가 서 있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 '비우티풀' 입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욱스발...

그는 도둑질이나 강도 빼고는 뭐든지 다 하는 사람입니다.

특히나 그는 짝퉁물건을 만드는 알선책에 작업인부 브로커도 맡고 있고 불법체류자들의 대변인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는 그는 두 아이의 이버지입니다.

퇴폐 안마사로 살아가는 아내 마담브라와 이혼했고 욱스발은 안나와 마테오를 양육하고 있습니다. 의젓한 딸 안나와 달리 아들 마테오는 사고뭉치인 것 같지만 그래도 두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그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립선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 그는 자신의 삶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할일이 너무 많습니다. 아내와 재결합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고 중국인 불법체류자를 비롯하여 챙겨야 할 사람들도 많습니다. 거기에 경찰에 이들 불법체류자가 추방 안당하려고 뒷돈 거래까지 해야하니 그의 주머니는 늘 비어있지요.

조울증에 걸린 아내는 수다와 히스테리를 동반하고 있으니 죽더라도 쉽게 눈감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하고 아내와의 관계는 더욱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이대로 보지 못하고 죽을 수 없고 그가 책임지던 사람들을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프로덕션 노트(보도자료)를 살펴보니 특이한 내용이 눈에 띄더군요.

이 영화는 실제 스페인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름 참고해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죠. 거기에 죽음이라는 소재까지 얹었으니 이 이야기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의 첫부분과 끝부분은 공교롭게도 욱스발과 안나의 내용이며 동일한 부분이 반복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끼던 반지를 딸에게 주는 남자... 그런데 목소리도 어딘가 모르게 어두워 보이지요.

 

영화는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천천히 욱스발의 일상을 비추면서 보여주게 됩니다. 그런데 그는 첫부분에서는 전혀 그의 직업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남의 장례식장에서 죽음을 애도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지나가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것에 대한 그의 속사정에 대한 부분도 자세히 보여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후반으로 넘어가면 이 남자가 모조품(이른바 '짝퉁')을 판매를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이키 같은 브렌드 매장에 좌판을 깔고 불법복제된 DVD와 짝퉁 명품을 팔고 있는 것이지요.

 

낡은 공장에서 미친듯 돌아가는 미싱 소리와 수많은 가방들이 비춰지면서 욱스발이 하고 있는 일이 결코 합법적인 일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이들 모조품을 파는 일당의 대표들 역시 중국인이라는 것이죠. 제조는 중국인이, 그리고 이들 짝퉁을 파는 사람은 세네갈을 비롯한 못사는 나라에서 온 흑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야말로 이방인들이죠. 그들의 삶은 너무 비참합니다. 난방 안되는 건물에 수십명이 한 방에 있고 짝퉁 가방은 물론이요, 건설현장까지 투입됩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던 싸게 먹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그들을 위해 큰맘먹고 욱스발은 난로를 구입하지만 너무 싼 제품을 구입했는지, 부주의 때문인지 한 방에 있던 노동자들이 모두 석유 가스에 중독되어 숨지는 사고가 벌어지지요.

 

세네갈에서 온 에크웜, 이헤 부부의 상황도 좋지 못합니다. 남편인 에크웜은 추방당하기 일부직전이고 그의 부인인 이헤는 집도 없이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니깐요. 아이들을 돌보는 조건으로 이헤는 욱스발의 집에 거주하는데요. 그는 1년치 이상의 집세를 그에게 건내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하죠. 견물생심이라고 큰 돈을 받으면 욕심이 생기는데 역시나 이헤는 그 돈을 가지고 도주하려 하였으나 다시 돌아옵니다. 양심의 문제였는지, 정말로 욱스발의 처지가 안타까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돌아옵니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욱스발은 살인자가 되어버렸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고통을 겪게 됩니다. 여기서 이 영화는 욱스발의 특이한 능력을 뒤늦게 보여주게 됩니다. 영혼과의 대화이지요. 물론 그것으로 약간의 돈을 벌긴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돈을 뜯어가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죽은자에 목소리에 귀를 담는 것은 진실이었으니깐요.

 

중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드렸습니다만 참으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욱스발이 난로를 구입하는 과정에 가전제품 대리점 쇼윈도 사이로 보이던 TV의 모습들이었는데 다름 아닌 돌고래의 떼죽음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짝퉁 제조 조직의 일원이었던 또 다른 중국인 리웨이와 하이는 이들을 바닷가로 모두 암매장 시키는 악행을 저지릅니다. 바닷가에 둥둥 떠다니는 사체의 모습은 떼죽음을 당한 돌고래와 다를바가 없어보였다는 것이죠. 무언가를 위해 달렸지만 돌고래도, 새로운 삶을 꿈꾸던 이들 노동자들에게도 모두 처참한 비극을 맞이한 것이지요.

 

이 영화는 소음이 등장하는 장면도 많습니다. 마담브라가 미친듯이 트는 음악과 위 아래가 뒤바뀐 헐벗은 여성들이 클럽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도 엄청난 소음이 등장했지요.

소음은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음으로도 불법노동자들의 아픔과 욱스발의 아픔... 그 어떤 것도 막아내지를 못합니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소외되고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정말 배우들이 많습니다.

동서양의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도 있고 조연 주연 따질 것없이 그 인물도 다양하죠.

물론 이 영화에서는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를 주목해서 보셨을 것입니다. 츄리닝을 입고 어슬렁거리는 그의 모습에서 송강호 씨나 최민식 씨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껄렁거리면서 미소짓지만 어딘가에는 슬픔으로 가득찬 남자의 모습 말입니다.

마담브라 역을 맡은 마리셀 아바레즈는 신경과민의 여인으로 등장하여 바람잘날 없는 이들 가정에 파문을 일으키는 인물로 등장하는데요. 아르헨티나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감독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의 눈에 띄어 적극 캐스팅이 된 경우라고 합니다. 아울러 안나와 마테오를 연기한 길레르모 에스트텔라과  한나 보차입의 경우는 기존 아역배우가 아닌 일반인을 기용한 경우라는 군요.

이헤 역을 맡은 디아리아투 다프의 경우도 실제 세네갈 출신에 영화에서처럼 거의 홀로 산업전선에 뛰어든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미장원에서 일을 하였고 자칫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까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감독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는 실제 이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취재하고 관찰한 결과 그 이미지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했고 그것이 영화에 어울릴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말씀드린 영화의 앞장면과 뒷장면...

동일하다고 말씀드렸죠. 천국일지도 모르는 새하얀 눈으로 덮인 곳에 한 사내가 욱스발에게 담배를 권합니다. (그는 욱스발의 아버지고 젊었을 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더군요.) 옆에는 올빼미가 죽어있고 '올빼미는 죽음을 맞이하면 자신의 털뭉치를 모두 토해낸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죽지 못하는자... 그래서 슬픈 한 남자의 이야기를 우리는 보게 되었습니다.

내일은 희망이 있을 것이라며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

어떠면 이 영화는 수많은 이름모를 이방인들과 가족에게 헌신하는 우리들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