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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대만]송일곤 감독... 멋지게 상업주의 영화로 돌아서다!

송씨네 2011. 10. 19. 02:20

 

 

 

가끔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감독은 저런 스타일을 하던 감독이 아닌데 왜 갑자기 바뀌었는가라는 의문이 들때가 그것입니다.

송일곤 감독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게 만드는 감독임에는 틀림없지요.

물론 초기작은 보지 못했지만 얼마전까지 그의 작품은 실험정신으로 무장하던 작품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가 왜 멜로를 선택했는가가 의문이죠.

멜로로 돌아온 송일곤 감독의 이야기... 올해 부산영화제가 선택한 그 영화...

영화 '오직 그대만'입니다.

 

 

전직 복서인 철민... 그가 있는 곳은 체육관이 아닌 주차장 관리실입니다.

과거 잘나가던 복서였지만 감옥을 드나들었던 그는 슬픈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지요.

이 관리실 건물에는 콜센터가 있는데요. 여기서 근무하는 정화는 우수사원 후보로 손꼽힐 정도로 책임감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자입니다.

불후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었고 그녀 혼자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철민이 일하는 관리실에 앉아 드라마를 보는 것이 하루의 마지막 일과입니다.

얼떨결에 그녀와 함께했지만 차츰 그녀에게 익숙해져갑니다.

콜센터 팀장의 성희롱으로 인해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심한 정화는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철민 뿐입니다.

하지만 철민은 낮에 생수배달, 오후에 주차장 관리직으로 살아가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다시 운동을 하기로 맘먹고 격투기를 통해 다시 명성을 얻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라이벌 관계이자 앙숙인 태식이 돈을 더 많이 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그를 유혹하기 시작하죠.

정화의 수술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기로 한 철민...

그러나 이들에게는 어두운 운명만 가득합니다.

 

 

 

 

 

이 영화를 본 느낌은 어떻게 보면 송일곤 감독스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의 전작중에서 유일하게 본 작품은 '마법사들'이었습니다만 그외의 전작들만 살펴봐도 그의 작품들의 대부분이 어둠과 더불어 의외로 많은 실험을 영화에서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물며 제가 유일하게 본 '마법사들'의 경우에도 그는 롱 테이크로 절대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무대의 세트를 비춰주듯 산장안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다는 것이죠. 연극적인 연출을 영화에서 시도했다는 것이 저는 더 멋진 실험으로 생각했던 것이죠.

 

최근 독립영화에서 활약하던 감독들이 서서히 상업영화계로 뛰어들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잃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어떻게보면 송일곤 감독에게 드는 우려도 아마 똑같겠지요. 하지만 의외로 올해 부산영화제는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택하는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15년 이상을 해온 부산영화제이지만 한국영화를 개막작으로 집어넣는 일은 흔치 않은일이기 때문에 이런 무리수에 기대반 부정반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개막작을 놓친 분들이 그런 이유에서 얼마전 이런 유료시사나 일반시사에 관심을 갖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저 역시 개봉을 몇 일 앞두고 이 작품을 유료시사로 본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송일곤 감독의 실험성은 약간 떨어졌지만 여전한 그의 감성적이지만 절제하는 그의 영상은 여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실험정신이 떨어진 것과 더불어 이야기에 있어서도 기존 멜로 영화를 답습하는 느낌도 강했습니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헤어지고 만나는 부분은 너무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부분이라서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멋진 이유는 기존 독립영화에서 상업영화로 넘어오면서 그 감성을 이어내지 못하는 감독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그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것인데 송일곤 감독은 그 함정을 안전하게 비껴갔다는 것입니다. 상업성과 작품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아보려고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죠. (물론 그 무게 중심이 상업성으로 기울어졌지만요.)

 

 

 

 

시각장애인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블라인드'를, 그리고 남녀 모두가 어딘가에 직간접적인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점에서는 '통증'과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구조는 완전히 다릅니다.

시각장애인이지만 악바리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정화와 화려한 복서 생활은 아니지만 역시 조용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철민은 우리에게 공감이 가는 인물이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너무 영화적이라는 느낌 때문인지 약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화가 콜센터 직원을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저 역시도 이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터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외국으로 출장가는(?) 철민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국적인 화면을 위해 태국에서 올로케를 했다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고요.

 

그럼에도 이 영화는 티켓 파워가 큰 소지섭 씨나 한효주 씨를 기용한 점에서 흥행에는 어느 정도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데에는 소지섭 씨처럼 얼마전 버라이어티 쇼에서 보여준 푸근한 인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도 있겠고요. 한효주 씨 역시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단아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아왔기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제 리뷰에서 늘 이야기드리지만) 개성 넘치는 악역들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정화가 일하는 콜센터에서 그녀를 못살게 굴던 팀장으로 등장한 김정학 씨나 철민의 라이벌로 등장해 그에게 온갖 악행을 저지른 태식역의 윤종화 씨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짧막하지만 인상적인 출연을 한 조성하 씨나 진구 씨도 있었구요. (제작사나 홍보사, 배급사에 말씀드립니다. 개성있는 악역과 조연에 대한 정보를 꼭 좀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의 OST는 방준석 씨의 작품으로 특히나 클레지콰이의 호란, 알렉스가 참여한 '꽃이 피네요'는 클레지콰이스럽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다가온 멋진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두 사람은 노래를 부른 장면에 특별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OST는 자칫 낚시성이 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할텐데요. 영화의 제목과 가사 내용이 비슷해서 그런지 예고편에 사용이 되었던 김범수 씨의 '끝사랑'은 영화에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으니 그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오직 그대만'은 어떻게 보면 송일곤 감독이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상업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과연 이 작품이 상업영화로의 그에게 성공작이 될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십이간지 중에 멋진 간지인 '소간지' 소지섭 씨와 아름다운 그녀 한효주 씨가 이 영화에서 얼마나 흥행 홈런을 날릴지도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