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단어를 좋아할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의 슬픔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것은 사고로 인한 죽음일 것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부분에서는 과연 피해자가 그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는 질문이 되고 있고요.
여러분이라면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만든 그 살인마, 살인자를 용서하시겠습니까?
오랜 침묵을 깨고 돌아온 이정향 감독의 신작 '오늘' 입니다.
그녀는 지금 방송국이 아닌 다큐를 찍고 있습니다.
용서라는 주제의 다큐맨터리를 찍기로 한 것이지요.
1년 전 그녀의 생일... 자정이 지나고 그의 생일을 축하해야 하는 그 시점에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상우를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잃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탄원서를 내고 용서를 했던 것이지요.
그녀는 또 다른 친구인 지석의 여동생인 지민과 친하게 지내는 중입니다.
가끔 인터뷰 현장에도 따라가 용서를 구한 이들의 인터뷰에 딴지도 걸지만 착한 소녀이죠.
하지만 지민에게도 슬픔이 있습니다. 판사 아버지에 자신 역시 외국 대학교의 입학이 확정된 상태이지만 아버지의 상습적인 구타에 그녀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저주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던 와중 상우를 죽인 중학생이 소년원에서 나오고 나서도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된 다혜는 충격을 받게 됩니다. 용서하면 그 친구가 새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용서를 구하는 이들만 인터뷰하기로 했던 마음을 바꿔 용서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끊임없이 원망하고 있습니다.
용서라는 키워드를 생각하실 때 떠오르는 영화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창동 감독의 '밀양'입니다. 이 영화 '오늘'도 어떻게 보면 '밀양'과 유사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우선 여주인공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모두 종교에 의지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용서에 대해 망설이고 있고, 심지어는 신(하나님)을 원망하기에 이릅니다.
어쩌면 용서는 피해자인 그들이 하는 것인데 피의자들은 스스로 자신은 신께 용서를 구했고 용서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착한 사람이 되었으니 감형해달라고 요청을 하지요.
정작 그 피해자에게는 용서를 구한다는 그 말 한마디 듣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요.
'밀양'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신애(전도연 씨)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피의자를 찾아나서지만 자신은 용서를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용서를 해주려고 신애는 그 사내에게 갔지만 그 사내는 이미 자신은 용서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오늘'에 등장하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서를 해주려고 맘먹고 있으면 오히려 피의자들이 이미 선수를 치고 나와 감형을 요청하고 멀쩡하게 이 세상에 나와 일반인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에 대한 분노는 어쩌면 요즘 불안한 사건들을 언론으로 접해본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더구나 신고를 두려워하고 신고는 했으나 감옥에서 출소 후에 보복을 하려는 일부 범죄자를 생각한다면 그들을 죽이거나 이 무기징역을 줘서라도 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들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우리가 쉽게 찬성과 반대를 줄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피해자 가족들이나 자신의 자녀나 가족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냥 지켜봐야 하는 피의자 가족 어느 쪽도 마음이 편하지는 못하다는 겁니다.
다혜가 충격을 받는 장면도 바로 그것입니다. 자신의 약혼자를 죽인 중학생을 용서하였으나 그것이 진실된 용서였는가라는 의문이 바로 첫번째이고, 그 용서로 개과천선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정향 감독은 '집으로...' 이후 정말 오랜만에 신작을 발표하였는데요.
'미술관 옆 동물원'이나 '집으로...' 같은 전작을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유학을 하면서 영화공부를 꾸준히 했고 이 작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녀가 오래 쉬어서 그럴까요?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은 좋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우선 그 첫번째가 관객을 너무 설득하려고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종교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보니 아무리 이해할 수 없어도 용서와 관용의 마음을 배풀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다른 분의 의견에는 마치 성당에 들어가 억지로 교육받는다는 느낌도 든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정향 감독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도 알려져 있는데 영화의 내용을 보면 정작 카톨릭을 옹호하는 것도 아닌 비판도 아닌 그 중간 사이의 지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죄 심리학을 전공한 표창원 교수에게 나름 고증도 받았고 카톨릭 쪽에도 여러 고증을 받은 것을 생각한다면 양쪽의 의견들을 충분히 들어보지 않았나라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영화 속 수녀님이나 신부님이 일방적인 용서만을 강조한 부분에서는 관객에게 그런 부분을 억지로 주입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두번째로 지적하는 부분이 일본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이정향 감독의 스타일이 너무 일본영화처럼 변한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입니다.
과연 일본영화 스타일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그것을 지적한 분들에게 되묻고 싶더군요. 물론 이와이 순지 같은 일본 감성 멜로의 지존들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이정향 감독의 과거의 영화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미술관 옆 동물원'의 스타일에 더 가까운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때에도 그녀의 영화스타일은 많은 멜로 영화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들거든요. 감독이 오래 쉬었다고 해서 그 스타일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관객들이 그녀의 영화를 오랜만에 봤기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착각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이정향 감독 만큼이나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은 바로 송혜교 씨 입니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작품을 했었고 해외로 진출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CF외에는 그녀의 활발한 활동이 보여지 않는 것처럼 보여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 영화에서 송혜교 씨는 아픔을 딛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다큐 감독으로 등장하여 열연하고 있는데요, '밀양'의 전도연 씨 만큼이나 감성적인 연기가 많이 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같이 등장한 남지현 양의 활약상도 대단한데요. 부모의 폭력과 강압에 괴로워하는 소녀로 등장하였습니다. 아역으로 출발했지만 아역출신 답지 않은 다양한 연기를 도전하고 있는 분명 주목해야 할 배우라는 점에 틀림이 없죠. 송혜교 씨 역시 아역으로 출발(아시다시피 교복모델 선발대회 입상출신이죠.)해서 지금까지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남지현 양에는 이번 작품 '오늘'이 송혜교 씨를 좋은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오늘'은 결코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아무리 종교적 신념이 확실한 분이라도 이런 불행이 자신에게 다가온다면 아마도 그 결정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카톨릭 신자 경험에서 비추어 볼 때도 용서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어쩌면 용서를 하기 이전에 그 아픈 과거의 상처를 잊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용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PS. 이 영화 개봉한지 겨우 몇 일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축소 개봉 움직임이 보이네요. 교차상영은 물론이고요.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정말 책임지고 이 영화를 배급할 생각이라면 적어도 책임지고 틀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CJ E&M을 많이 욕하지만 그들이 독과점을 하면서도 대단한 것은 자신들의 배급영화에는 어느 정도 책임을 진다는 겁니다. 롯데에게는 그게 없는 것 같네요.
이현승 감독님이 트위터로 이 영화가 자칫 예술전용관 영화로 취급받을 확률이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될까봐 겁나네요.
'영화에 대한 잡설들 > 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 춤]길 위의 방랑자... 길고양이를 말하다! (0) | 2011.11.05 |
---|---|
[트리 오브 라이프]삶에 대해 묻다, 생명에 대해 묻다... (0) | 2011.11.03 |
[커플즈]사랑의 비결... 줄줄이 사탕으로 엮이다! (0) | 2011.10.27 |
[청원]인도영화의 반란... 안락사에 대해 되묻다! (0) | 2011.10.27 |
[돼지의 왕]폭력의 사각지대, 괴물이 되어버린 돼지들... (0) | 2011.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