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트리 오브 라이프]삶에 대해 묻다, 생명에 대해 묻다...

송씨네 2011. 11. 3. 02:49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 그 때에 새벽별들이 기뻐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뻐 소리를 질렀느니라.

욥기 38절장 4절, 7절 중에서...

이 어려운 성경말씀으로 시작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일단 이 성경말씀을 듣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게 뭔소리지? 라는 반응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성경을 공부하신 분이라도 좀 어려운 이야기가 될 수 있지요.

성경말씀에서 욥은 착한 인물로 묘사되었지만 그에게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신께서 그를 시험하신다는 부분에서 지금도 이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여러 해석을 낳게 하는 이야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악마와의 싸움에서 그는 승리하였지만 그의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고난이 다가오는 것이 그 것입니다.

 

이 리뷰를 어떻게 쓸지가 고민이었습니다.

내용도 어렵고 영상은 멋진데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던 것이기에 바로 이 작품 '트리 오브 라이프'는 쉬운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이제서야 이야기할 작품 '트리 오브 라이프'는 영화속 오브라이언 일가에게 신께서 시험을 하고 있다면 관객에는 이 영화의 감독인 테렌스 멜릭 감독이 여러분에게 시험을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자, 이제부터 그 설명을 해보려고 합니다.

 

 

어느 바쁜 도시의 모습...

한 중년의 남자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잭...

그의 직업은 잘 나가는 건축가입니다. 하지만 웬지 모를 슬픔과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환상을 보게 되고 그 환상에서 어렸을 적 자신의 가족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1950년대인 미국의 텍사스... 전쟁중 참전한 오브라이언 일가 둘째 아들이 세상을 떠나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어머니는 슬픔에 젖어 있고, 아버지는 충격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는 더 과거로 넘어갑니다. 인류 태초의 탄생과정을 겪고 오브라이언 일가에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게 됩니다. 잭은 오브라이언 일가의 첫째 아들입니다.

재롱둥이 셋째나 기타를 잘치는 둘째와 달리 잭은 늘 아버지에게 관심의 대상이자 경계 대상입니다. 밥먹을 때 예절이며 싸움의 기술까지 그의 아버지는 혼내고 다그치는 일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잭은 그렇게 아버지를 저주하고 있었고 하나님을 원망했죠. 친한 친구가 수영 도중 익사하는 사건을 접하고 반항이라는 것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둘째가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웃집 여자 아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속옥을 훔치고 빈집에 창문을 깨뜨리는 등의 일들을 저지르는 말썽꾸러기가 되지만 잭은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요.

그러던 와중에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게 되고 이들 일가에는 큰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위 줄거리가 전부라서 특별히 영화 소개를 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영화의 줄거리 보다도 이야기되어야 하는 것이 감독이 이야기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1973년에 데뷔한 테렌스 멜릭은 그만큼 많은 영화를 만들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다작을 하는 감독은 아닙니다. 더구나 이번 영화는 겨우 다섯번째 영화이니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죠. 어떻게보면 데뷔 결성은 오래전에 했는데 겨우 음반은 다섯장 밖에 안낸 노장밴드라고 비유한다면 더 쉬운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한 번 만들면 깊이있게 만든다는 것의 그의 철칙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묘한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가진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생뚱맞게 자연 다큐처럼 한 중년 남자를 보여주더니 생명의 탄생과정을 30분이 넘게 보여주고 영화가 시작된지 약 35분 이상이 넘어가서야 이들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죠. 빠르고 강렬한 것을 원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 어이없는 오프닝은 의도를 묻고 싶게 만드는 그런 반응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심지어는 너무 지루하고 피로에 못이겨 잠든 분들도 있다는 이야기는  엄살처럼 들려오는 소리는 아닌 것 같고요.

 

생명의 경이로운 탄생의 순간을 그렇게 오래 보여주고 나서 카메라가 향한 곳은 어느 중산층의 모습입니다. 세 형제가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 주위에는 생명을 상징하는 나무가 계속 등장합니다. 영화속 오브라이언가를 대표하는 인물은 두 사람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이죠.

아버지는 늘 가르치려들고 혼내고 훈육하는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약간의 유머는 있어보이지만 대부분이 한결같고 일방적입니다. 그것에 희생자는 세 아들들이지만 특히 첫째 아들은 대표적인 희생자가 됩니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관대하며 너그럽고 배려심이 많습니다. 아버지가 제우스나 포세이돈처럼 신적인 존재에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부분이라면 어머니는 현명하며 이들 가족을 대변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 가족은 우리가 많이 그동안 보아왔던 가부장적인 사회의 모습과 닮아있지만 한편으로는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보여주는 대목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브라이언 일가 중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아버지... 하지만 그는 알고보면 마음이 여린 남자였습니다. 자신의 발명품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법정으로 자주 가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화풀이 대상이 이들 세 아들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 편으로는 나(아버지)처럼 살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는 사춘기가 되어버린 아이들입니다. 잭을 비롯한 삼형제는 각자 성장해가며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하지만 그 만큼 아버지의 강압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입니다.

첫째 잭의 모습에서 그것이 더욱 강하게 부각되고 있고 거기에 사춘기까지 겹친 잭은 총기를 들고 장난치거나 남의 유리창을 깨고 여성 속옷을 훔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외로 여기서 그의 아버지에게 들켜서 훈계를 하거나 혼나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것보다도 호기심으로 인한 애교스러운(?) 범죄는 이 소년을 성장시는 하나의 과정이 된 것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이 난해하고 사람을 잠들게 만들어버리는 이 영화는 알고보면 쉬운 메시지를 가져다주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순리대로의 삶, 삶이 어렵고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고 살자는 것이 아마도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딱 눈에 띄는 사람은 숀 펜과 브레드 피트죠. 중년의 남자인 잭을 연기한 숀 펜과 오브라이언 가문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아버지로 등장한 브레드 피트는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생한 것은 영화속 오브라이언 가문의 세 아들들로 등장한 아역 배우들이죠. 특히나 잭 역으로 등장한 헌터 맥크레켄의 눈빛이 매우 인상적이었지요. 세 아역 배우들 모두 아이러니하게도 브레드 피트의 외모와 흡사한 아이들이라 의외의 볼꺼리를 제공하기도 하였지요.

 

그리고 의외의 인물이 있습니다. 오브라이언 가문의 대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어머니 역을  등장한 제시카 차스테인입니다. 많은 작품을 출연하고 있지 않지만 헐리웃이 주목하는 배우로 공교롭게도 그녀의 영화 한 편이 더 개봉이 되면서 이 여배우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많을 것 같습니다. 흑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헬프'가 바로 그 작품인데 이 영화 역시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도 그녀는 현대물의 배우로는 등장하지 않는게 분명합니다. 연기보다는 지적인 외모가 인상적인 배우였습니다.

 

 

 

이 영화는 초반 다큐적인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는 다큐맨터리가 아닌 드라마의 성격을 띈 작품이라고 생각될 때 주객이 전도되는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영화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신비로움으로 가득찬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삶이 불행하건 행복하건 살아있는 자체에 행복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영화도 워낙 찬반양론이 많은 작품입니다.

답은 없으며 이 영화의 결론은 여러분 자신에게 있다고 봅니다.

경의롭고 오묘하며 알 수 없는 신비한 세상을 이야기한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