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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춤]길 위의 방랑자... 길고양이를 말하다!

송씨네 2011. 11. 5. 02:59

 



 

반려동물 혹은 애완동물...

다른 나라 역시 이런 반려동물 인구가 많지만 우리나라 역시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동물들이 길을 잃거나 버려집니다. 마치 사람과 같이 말이죠.

길 위에 사람이 서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옆에는 버려진 동물들도 있고요.

특히 길고양이들을 보는 일은 이제는 낯선일이 아닙니다.

길고양이의 삶을 다룬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큐맨터리 '고양이 춤'입니다.


여기 두 명의 남자가 길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CF 감독 출신의 윤기형 씨는 길을 거닐다 발견한 길고양이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려는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에는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쓴 여행가이자 시인인 이용한 씨 덕도 크죠.

그들은 거리를 거닐면서 많은 길고양이와 마주합니다.

이용한 씨는 세탁소 앞에서 사료 축구와 봉지 마술쇼로 일상을 보내는 깜냥이와 희봉이라는 길고양이를 만납니다. 길고양이들은 자신들에 영역에 누군가가 다가가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깜냥이와 희봉이는 관용으로 이들을 맞이하고 어떤때는 이들과 신나게 놀기도 하지요.

한편 윤기형 씨는 또 다른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는데요. 누군가에 얻어맞은 듯 늘 상처투성이지만 느긋한 삶과 잠을 즐기는 잠보라는 이름의 길고양이와 얼굴은 씨크하게 보이지만 누구보다 모성애가 강한 예삐라는 고양이를 만납니다. 이들은 의외로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짝짓기에 성공한 커플이죠.

용한 씨는 사진으로, 기형 씨는 영상으로 이들의 일상을 담아냅니다.

인간에게 희노애락이 있듯 이들의 삶도 희노애락의 연속입니다.

로드킬의 위험과 출산의 위험을 가지고 있고 먹을 것 걱정에 그들의 쉼터를 찾아나서는 것도 그들의 큰 고민이죠. 그리고 그 걱정은 시련이 되어 다가오기도 합니다.

길 위에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길고양이도 있습니다.





저는 마니아라고는 자신있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길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많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길고양이를 알게 된 것은 같이 블로거로 활동하던 고경원 씨(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http://www.catstory.kr/)를 만나면서부터 입니다. 그녀는 고양이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을 좋아하고 스밀라라는 길고양이를 키우기로 중대한 결심을 하지요. 저는 몇 년전만 해도 떠돌이 개나 길고양이에게 돌을 던져대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책과 사진으로 접하면서 그들에게 측은함을 느끼게 되더군요.

한번은 제가 사는 공동주택에 누군가가 쌓아놓은 합판에 새끼 길고양이 한마리의 얼굴이 끼어버리는 사고가 났고 그대로 방치했더라면 죽음을 당할 것이 뻔했지요. 약간 얼굴에 상처가 있었지만 무사히 길고양이를 구출하고는 나름 저에게는 보람이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처럼 관심이나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윤기영 감독도 그랬고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 씨(구름과 연어 혹은 우기의 여인숙 http://gurum.tistory.com/)는 고경원 씨와 마찬가지로 길고양이를 탐닉하고 그 결과 이들의 생태와 습성, 희노애락을 담은 책을 출간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아는 길고양이 블로거도 생각보다 많네요. 이동한 씨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비롯해 꾸준히 길고양이에 대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다큐속에 등장한 이들도 바로 그 친구들이지요.


CF 감독과 길고양이 블로거...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길고양이를 사랑한다면 그건 직업이 뭐건 간에 큰 상관은 없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들의 생태를 이야기합니다.

사진으로만 다큐를 만들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는 점에서 윤기형 감독의 영상은 이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번갈아 가면서 이들이 관찰한 길고양이들의 이야기가 이 작품의 주된 내용입니다.





그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떠돌이 개들 역시 전체적인 몸색깔이나 움직임을 보고 누렁이니 뭐니하는 이름을 짓지만 길고양이들 혹은 집고양이들에게 많이 불러지는 이름은 나비가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하지만 두 사람은 길고양이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습성에 따라 이들의 이름을 지어줍니다. 깜냥이, 희봉이, 점보, 예삐, 코봉이, 호순이들같은 이들의 이름도 바로 그것이죠.


사실 길고양이들에 대한 생태 다큐는 국내외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점이지만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의외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는 겁니다. 옴니버스 영화였던 '미안해, 고마워'중 유일한 길고양이의 이야기를 담은 임순례 감독의 '고양이 키스'의 경우도 길고양이들의 습성을 잘 다룬 작품이었죠. 어쩌면 이 작품은 앞의 '고양이 키스'보다도 더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나름대로 길고양이들의 밝은 면을 소개하려고 하지만 그들의 삶이 그렇게 유쾌하지 않음을 이야기합니다. 도시로 나와버린 이들은 갑자기 움직이는 자동차나 잠시 주차하던 차가 움직이면서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출산도중 새끼의 일부는 영양실조나 출산도중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간만큼이나 사연많고 살아가는 것 역시 인간만큼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이 작품은 버려지는 고양이들에 대한 일침을 가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손에 버려지고 야생과 도심에서 살아가면서 길고양이가 되는 그들은 어쩌면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존재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이들에 대한 책임도 지는 것도 당연한 겁니다.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TNR, 그러니깐 중성화 수술을 시켜 다시 방사시키는 방법을 하거나 공개적으로 입양하여 키우는 방식으로 변화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버려져서는 안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이 작품은 사진이나 영상으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으로 고양이와 인간에 대한 이쁜 애니메이션을 중간중간 삽입하기도 합니다. 실제 이 애니메이션의 뮤직비디오의 주인인 인디뮤지션 핀(Fin)이라는 분이 참여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사진과 영상, 애니메이션, 노래들이 적당히 버무려져서 의미있는 다큐를 탄생시키게 된 것이죠.


여기서 잠깐... Fin의 뮤직비디오 'Melodia'를 볼까요. '고양이 춤'에도 등장한 장면입니다.






이 작품은 다큐를 떠나서 사회적 활동에도 책임을 지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혜화,동'의 수익중 10%가 동물단체에 기부되었던 것처럼 이 작품의 수익 10% 역시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로 기부된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들 동물단체는 정부의 지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회원들이 직접 기금을 마련하고 일과가 끝나고 자진해서 이들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집고양이던, 길고양이던간에 고양이를 사랑하시는 애묘가들이라면 작품을 관람하는 것 만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마셨으면 합니다.


길고양이는 절대 공공의 적이 아닙니다. 그들이 쓰레기 봉투를 뜯는 것은 단지 배고픔에 대한 일상적인, 당연한 행동들입니다.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 부르며 쫓아내기에 바쁩니다. 고양이들은 개나 강아지와 달리 도도하고 까칠한 습성 때문에 주인을 잘 안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크함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양이는 자신을 도와주는 주인을 잊지 않습니다. 쥐나 새를 잡아다가 주인에게 받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양이는 도도하지만 영특하고 이성이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죠.

길 위의 방랑자... 길고양이... 여러분에게 길고양이는 어떤 존재이신가요?



PS. 이 영화의 VIP 시사 때는 특이한 기념품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고양이 사료였습니다. 이 작품의 후원업체중에는 사료회사도 끼어있는데 소량이지만 작은 봉지에 담아낸 이 고양이 사료는 이들 길고양이에게 영양만점의 식사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이 리뷰를 쓰기 전에도 한 봉지를 그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두었는데 오후에 다시 확인하니 금세 이 사료는 바닥이 나더군요. 두 봉지를 시사회장에서 받았는데 인간은 비록 먹지 못할지 몰라도 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같은 음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