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티끌모아 로맨스]88 만원 세대의 설움이여... 이제는 가라!

송씨네 2011. 11. 11. 03:06

 

 

 

청년실업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정부 관계자는 취업률이 늘었다고 자랑하고 있고 한 쪽에는 명예 퇴직자들과 청년 실업자들을 모아 외국 탄광촌으로 외화를 벌게 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명사가 되어버린 일명 '88만원 세대'...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요? 

여기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월세집에서 쫓겨난 남자이며, 또 한 명은 돈을 불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신개념 알뜰살림 서스팬스 어드벤처 로맨틱 코미디... '티끌모아 로맨스'입니다.

 

 

청년백수 지웅... 취업박람회장에 있는 그는 큰소리는 빵빵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가진게 없습니다.

그는 월세방에서 쫓겨날 위기이고 지방에서 음식점을 하시는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뜯어내지요.

하지만 그의 어머니도 사정상 문제가 생기면서 지웅은 큰 시련에 부딫칩니다.

월세방에서 쫓겨난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건너편 옥탑방에 사는 홍실...

그녀의 직업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맨입으로 돈버는 법을 가르쳐 줄 수는 없는 법!

통장 명의를 임시로 홍실의 명의로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가 있었지요. 금융 펀드매니저인 관우에게 부탁에 돈을 더 튀겨보려는 계획이었고 그것 때문에 지웅을 끌어들인 거니깐요.

연예인들의 가짜싸인 혹은 진짜 싸인을 훔쳐다가 맛집에 납품(!)을 하고 계셨으며 신랑 신부의 가짜 하객, 트럭장사꾼들의 목을 보호하고자 대신 목소리를 빌려주기도 합니다. 흉가에 모든 쓸만한 물건은 털어감은 물론이구요.

그러나 지웅은 스쿠터 동호회에서 만난 경주를 잊지 못해 여간 고민이 아닙니다. 같이 잠을 자고 싶어도 콘돔 살 돈 없어 주저 앉는 그는 슬픈 청년백수였으니깐요.

지웅과 홍실의 수입이 더 늘어갈 수록 그들은 행복할 것 같지만 서로간의 오해와 문제로 이들 관계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이들이 사는 동네는 뉴타운으로 개발을 앞두고 있는지라 당장 떠나야 할 판이고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홍실의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오래된 묘목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그녀는 난처하기만 합니다. 돈 쓸 곳 없던 그녀에게 돈 쓸일이 생기고야 만 것이죠.

지웅의 500 만원 벌기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까요?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 작품이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시대적 상황에 맞게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 속의 다양한 백수와 백조, 혹은 찌질이라 읽고 루저라고 쓰는 이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듣는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도 그렇고 과거와 현재 포함 방송중인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에도 이런 청년실업자의 이야기는 늘상 나오던 단골 소재입니다.  영화로는 김선아 씨와 임창정 씨가 누가 누가 더 찌질한가를 보여준 영화 '위대한 유산'도 생각이 납니다.

 

그 뿐일까요? 백수의 삶은 문화 전반에서 이야기되고 있지요.

가수 장기하 씨는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팀을 꾸리고 있지만 또 하나 '청년 실업'이란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청년실업자들의 슬픔을 노래로 만들어내기도 했으니깐요. 하지만 이 작품 '티끌모아 로맨스'가 주목할 점은 이런 청년실업자들의 삶들에 대한 보고서이며 그 보고서들의 확장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앞에 작품들과 다른 점이라면 기상천외로 돈을 버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나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실지도 모릅니다. 흉가에서 폐품수집하는 것은 그나마 바로 실천이 가능할테고요. 머릿수만 맞으면 결혼식 가짜 하객 역할도 할 수 있고 보이스 피싱이 아니라면 좋은 목소리를 이 사회와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테니깐요.  '티끌모아 로맨스'는 그런 의미해서 슬픈 현실이지만 절대 슬프게 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였고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이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여가생활도 즐기려는 노력도 잊지 않습니다.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인적드문 문닫은 가전제품 매장 쇼윈도를 향해 만능 리모컨을 갖다대고 지웅과 홍실이 TV 영화를 보는 장면이었지요. 이들이 보던 영화는 공교롭게도 1980년대 젊은이들의 청춘을 그린 故 곽지균 감독의 1986년 작인 '겨울나그네'였다는 점입니다. 줄거리로 따지면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눈물흘리며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어쩌면 삶을 잃은 그 청춘들의 모습이 자신과 닮아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이들에게도 고통스러운 날이 찾아옵니다.

이런 영화에는 늘 그렇듯 사기꾼들이 나타나 그들의 삶을 난장판으로 만드는데요. 자살도 마음대로 못하고 심지어는 구급차 쓴 비용까지 내야하는 상황은 웃기면서도 슬픈 장면으로 다가옵니다.

친구집 빌려 자신의 집인 것처럼 자랑하던 지웅의 가짜 집들이 사건만해도 그렇습니다. 그 집의 집주인의 어머니와 그 친구의 애인까지 찾아오는 상황은 코미디적인 상황을 유발하지만 만약 지웅의 입장에 우리가 처해있다면 절대 웃지 못할 모습들이죠. 당사자가 보면 유쾌하지 못할 상황들을 관객이 웃게되면서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게 합니다.

 

 

 

 

이 영화의 주연은 송중기 씨와 한예슬 씨 입니다.

유아인, 장근석, 이민호 씨 등과 더불어 최근 떠오르는 꽃미남이라면 바로 송중기 씨를 떠오를텐데요. 연기와 예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송중기 씨는 그래서 '적극중기'라는 별칭이 붙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당당하고 당돌한 남자의 모습을 그는 이 작품에서 보여주었고요. (이 영화에서는 연기만큼이나 노래실력과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OST에도 들어보실 수 있고요.)

 

송중기 씨 만큼이나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사람은 한예슬 씨 입니다.

아시다시피 그녀는 '환상의 커플'에서 보여준 나상실이라는 역할 때문인지 몰라도 돈밖에 모르는 여인을 연기하는 것이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걱정이라면 얼마전 드라마 촬영도중 사라진 사건으로 말이 많았던지라 어쩌면 이 작품이 그녀에게는 회생가능성을 보이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지점에 서 있는 부분인게 분명합니다.

 

출연진이 적은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들의 역할들도 좋았습니다.

펀드매니저 관우 역의 이상엽 씨나 지웅을 유혹하는 같은 스쿠터 동호회 회원 경주로 등장한 신소율 씨 등이 등장하여 이들 자린고비 커플을 방해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요. 개그맨 문세윤 스쿠터 동호회 시삽으로 등장하여 웃음을 주셨지요. 하지만 의외의 캐스팅으로는 드라마에만 뵐 수 있었던 김동현 씨(우리에게는 가수 혜은이 씨의 남편으로도 유명한...)가 등장하여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한예슬 씨의 복귀여부를 알 수 있는 신호탄이며 청년백수들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영화의 제작사인 인디스토리의 새로운 도전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인디스토리는 인디영화를 배급하는 배급사의 역할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윤성호 감독의 '할 수 있는자가 구하라'의 TV판 시트콤 제작에 참여함은 물론이요. 송중기 씨나 한예슬 씨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제작하면서 사실상 상업영화로의 도전을 준비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들은 여전히 독립(인디)영화의 배급을 여전히 맡을 예정이지만 인디와 상업, 그리고 영화와 TV를 넘나드는 그들의 제작 및 배급 방식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봅니다. (이들의 새출발과 그에 대한 의지를 보시려면 이 영화가 시작되기전 등장하는 인디스토리의 로고 트레일러를 보시면 아시게 될 것 같네요. 이 영화부터 인디스토리의 로고 트레일러가 입체적으로 변경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디스토리를 나타내는 실타래 로고는 여전하지만요.)

 

 

 

 

'티끌모아 로맨스'는 지금 직면한 88 만원 세대의 슬픔을 이야기한 영화입니다. 물론 뒤로 갈 수록 이 영화는 그들의 슬픔이 잘 드러내지만 이 영화는 결코 슬픈 영화가 아닙니다. 그 슬픔을 감추고 멋지게 살아가려는 청춘남녀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이 웃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못했습니다. 제 통장의 잔고도 이들 주인공만큼이나 심각하기 때문이죠. 휴대폰 요금을 못내 몇 시간을 끊기고 카드사로부터 독촉전화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를 그렇게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댜. 어쩌면 88 만원 세대의 슬픔을 웃음으로 풀어나가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 야박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