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타워 하이스트]경제불황? 그 까이꺼 뭐 대충~ 화끈하게 풀어버리자!

송씨네 2011. 11. 17. 02:41

 

 

 

얼마전부터 뉴스에서 많이 언급되는 동네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고요, 미국 월 가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불황을 겪으면서 월 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몇 달 전에 올라온 동영상중에는 월 가의 사람들이 이 시위현장을 보고 비웃는 모습이 돌기도 했죠. (저는 그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한 것도 아니지만 같이 그 웃는 양반들에게 주먹을 날려주고 싶더군요.) 국내의 경제불황도 이에 못지 않고 많은 기업이 문을 닫거나 혹은 직원들에게 줄 돈도 없어서 쩔쩔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 경제의 슬픔을 웃음으로 풀어낸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색적입니다.

오늘은 이 영화 '타워 하이스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미국의 상위 1 %만 사는 주상복합 건물인 더 타워...

이 곳에서 일하는 건물 지배인인 조시...

그는 늘 그렇듯 수많은 주민들을 위해 치안에 앞장서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건물의 실질적인 주인인 미스터 쇼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됩니다.

납치라고 생각했던 그는 긴급상황을 알리지만 납치가 아니라 도주였던 것입니다.

거액의 억만장자인 그가 왜 도주를 했을까요? 그는 온갖 비리에 가담하였고 그것을 피해 도주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더 타워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돈도, 그리고 조시의 돈도 그에게 모두 맡겨놓은 것입니다. 설마 그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조시...

하지만 수 십년을 이 곳 도어맨으로 일하던 동료의 돈까지 미스터 쇼에게 맡겨진 것이 확인이 되었고 미스터 쇼는 그건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자 이치라고 떠들어댑니다.

즉, 돈을 못돌려준다는 얘기죠...

조시는 쇼가 아끼던 자동차의 유리를 박살내고 지배인에서 해고됩니다.

하지만 조시는 쇼가 어딘가에 거금 2천만 달러를 숨기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돈을 찾기 위해 그는 더 타워에서 짤린 직원들과 쫓겨난 금융전문가, 그리고 조시의 이웃집에 사는 사고뭉치 도둑 슬라이드와 함께 쇼의 비밀금고를 털기로 합니다.

추수감사절... 대형 풍선의 카퍼레이드를 앞둔 디 데이... 그들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경제관련 이야기의 영화는 많습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어려워서 이해하기가 힘들죠. 드라마 장르의 경우 성공하기 힘들고 다큐장르의 경우는 이해하기가 어렵죠.

우리나라의 경우 '작전'이라는 작품이 경제범죄 스릴러 작품중에서는 이해하기도 쉽고 비교적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든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그런점에서 헐리웃 영화는 우리보다 더 나은 상황이죠.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소스가 많기 때문이지요. 우연치 않게도 헐리웃에는 '월 스트리트'라는 제목의 영화도 많고 얼마전에는 '월 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라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근데 저는 이런 영화가 더 어렵더군요.

경제적 현실을 쉽게, 재미있게 설명하는 영화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경제 상황을 유쾌하게 그린 다큐도 있습니다. 맷 데이먼의 목소리로 듣는 '인사이드 잡'이나 착한 거짓말로 기업들에게 그레이트 빅 엿(!)을 날리는 '예스맨 프로젝트' 같은 작품도 인상적이었지요. 아울러 국내는 개봉되지 않았지만 마이클 무어의 풍자가 돋보이는 다큐 '자본주의:러브스토리'라는 작품도 웃으면서 경제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임은 틀림없습니다. ('자본주의:러브스토리' 같은 경우는 영화채널 캐치온에서 자주 방송하는 영화라 기회되시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사실 이 영화 '타워 하이스트'를 보면서 떠오른 작품이 있었습니다. 짐 케리가 주연한 영화 '뻔뻔한 딕 & 제인'이란 영화였죠.(앗... 그러고보니 테아 레오니도 두 영화에 공톧적으로 등장하네요.) 평범한 중산층이 파산을 하면서 겪개되는 상황을 유머있게 이야기한 작품인데 엔딩쯤에 등장하는 엔론 사태(엔론은 천연가스를 만들던 회사로 2001년 회계 부정사건으로 결국 파산했지요.)를 제외하고는 이 영화는 미국의 경제적 상황을 몰라도 영화를 보는데는 무리가 없는 블랙 코미디였었죠.

이 작품 '타워 하이스트'는 그런 점에서 더 이해하기가 쉬운 영화입니다. 억만장자가 장부를 조작했고 그 축적된 돈을 가지고 도망치려다가 FBI에 붙잡혔고, 소시민들이 그 떼인돈을 받으러 나서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그 과정을 코믹하게 나타내었으니 그 어떠한 잡다한 경제용어를 알아둘 필요없이 즐기면 되는 영화라는 겁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거액의 금고를 털려는 영화는 '오션스 일레븐'이나 우리나라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떠오르게 하지만 어딘가 더 현실적이고 순박한 이웃들의 헤프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장황스럽게 건물의 내부지도를 깔고 범죄를 모의하는 것이 아니라 레고블록과 그림 몇 개로 처리하는 과정도 인상적이죠. 비전문가들이 금고를 터는 과정이 설득력이 있는 것도 이 건물에서 수십년 혹은 수 개월을 일해왔던 직원들이 벌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영화는 코미디의 달인 두 명이 나오죠. 한 명은 벤 스틸러고 또 한 명은 에디머피입니다. 벤 스틸러가 무표정 속에 슬랩스틱 코미디를 한다면 에디머피는 크리스 터커와 마찬가지로 입으로 웃기는 역할을 취합니다. 환상의 조가 따로 없죠. 하지만 세월 때문인가요? 아니면 의도적인 염색이었을까요? 흰 머리가 중간 중간 보이는 벤 스틸러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했지만 특히나 인상이 남는 연기자는 더 타워의 직원으로 등장하여 깨알같은 웃음을 준 오데사 역의 가보리 시디베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특히나 수면제 케익을 먹지 않는 FBI 요원에게 몹쓸 짓을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만 오히려 이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큰 웃음을 주는 장면이었지요.

 

 

 

 

이 영화의 엔딩은 그 망가진 자동차에서 희망을 보게 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됩니다. (보통 차가 아니었지요!)  그 자동차의 부품을 하나 하나 받으면서 미소를 띄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어쩌면 그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대리만족을 얻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월 가에서의 시위는 비단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종로에도 여의도에서도 사람들은 시위를 합니다. 직업을 잃은 사람들.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하지요.

 

쌍용자동차 노조 중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했으며,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는 겨우 300일 이상의 전쟁에서 해방되어 이제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계십니다. 이렇게 만든게 누굴까요? 기업? 정부?... 그 모든 이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런점에서 영화 '타워 하이스트'는 그저 웃고 대리만족만 얻기에는 웬지모를 서글픔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