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신들의 전쟁]'300'을 능가하는 액션? 헐리웃은 왜 신화로 고개를 돌렸는가?

송씨네 2011. 11. 14. 02:39

 

 

 

언제부터일까요? 헐리웃은 신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혹은 판타지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기도 했지요.

어쩌면 '300'이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후 이런 판타지 작품이나 신화에 관련된 작품이 쏟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고 스펙타클하다는 점이 이들 작품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창작물보다는 이런 판타지나 신화를 이야기한 문학작품(만화, 소설)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원작이 탄탄하니 상당히 안전하게 영화를 만들 수 있지요.

 

판타지나 액션물의 이른바 아류작이 생기게 되면 이런 글귀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OOO 사단의 작품', 'OOO 연출진이 다시 모였다!', 'OOO 제작의 작품!'('감독'이 아닌 '제작'입니다.)

문제는 이런 의존도가 우리나라가 더 심하다는 것이죠. 외국 작품을 수입함에 있어서 뭔가 납득이 갈만한 이유는 있어야 하니깐요. 오늘 소개할 영화도 이른바 '300'의 연출진이 다시 모였다고 자랑하는 영화입니다.
과연 '300' 만큼 대단한 작품일까요?  그리스 신화의 신과 인간들이 전쟁을 벌인다면이라는 상황에서 출발하는 영화... 영화 '신들의 전쟁'입니다.

 

 

기원전 약 1200년 전 그리스...

고대 그리스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건너편 왕국의 하이페리온 왕이 신들이 평화롭게 일구어낸 그리스를 노리고 있던 것이지요. 하이페리온 왕이 노리는 것은 전설로만 내려오는 에피루스의 활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하이페리온 왕국의 침임을 알게 된 예지자들은 당황스러워하고 그중 큰 예지력을 지니고 있는 페드라 역시 이 사실이 괴롭기만 합니다.

한 편 올림푸스 신들은 전쟁에 관여할 수 없기에 신을 대신한 인물을 찾게 되는데 그리스의 평범한 농민인 테세우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그 인물이라는 것을 알리가 없지요.

하이페리온 왕의 침입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피난을 가게 되고 그러던 와중 가장 낮은 계급의 소수민족들이 하이페리온 왕국의 부하들에게 당하게 되고 태세우스의 어머니도 죽음을 당합니다.

가까스로 탈출한 테세우스와 페드라는 도적이었던 일행들과 힘을 모아 하이페리온 왕국을 저지하기로 합니다. 그러던 와중 얼떨결에 테세우스는 에피루스의 활을 손에 넣지만 엎치락 뒷치락 하이페리온 왕에게 뺏기게 됩니다.

그리스의 주민들이 온 피난처로 온 테세우스 일행은 그러나 전쟁보다는 평화나 협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이페리온 왕이 쉽게 그걸 받아드릴리가 없지요.

과연 그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이 작품 정말 봐야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300' 말고는 판타지 영화는 극장에서 웬만해서는 보지 않았으니깐요.

헐리웃 영화들이 다 그렇듯 국내에서는 시사회를 영화 개봉전 몇 일전에 해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개봉 이후나 영화를 봐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그래도 이 영화가 재미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의외로 볼꺼리가 많다는 이야기에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기자 시사회에서는 3D가 아닌 2D로 선을 보였고 저는 개봉 후 몇 일 뒤 3D로 보기로 맘먹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일단 3D로 굳이 볼 필요는 없는 영화였습니다. 스펙타클하면서 볼꺼리는 정말 '300' 만큼은 많지만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몇 장면 없었으니깐요. 2D로 볼 것인가 3D로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트위터의 의견들이 반반으로 나뉜뒤라 고민할 수 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3D로 개봉되는 영화라도 굳이 3D로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트도 3D인데 굳이 영화를 보는 방식도 3D어야 하는 의문도 듭니다.

 

영화는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배치하는 부분이지만 이야기는 그 인물을 배치한 상황에서 가상의 스토리로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이상하게도 신들의 모습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신들이 하나같이 동안(?)이었다는 점이죠. 제우스는 물론이요. 아테나, 포세이돈, 아레스 등의 인물을 젊게 그려낸 것이죠.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면 제우스는 수염을 기르고 마치 위엄있는 모습으로 고정관념을 깨는 모습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 편으로는 동안의 제우스를 본 것은 어색하네요. 저만 그렇게 느꼈을까요?

 

 

 

 

3D 영화의 허울을 이야기했지만 바닷가 절벽 속의 마을을 보여주는 것은 딱 봐도 CG이고 3D스러운 장면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아무리 최첨단으로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CG만 너무 의존한다면 그게 영화다운 영화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어떻게 보면 CG로 도배를 했지만 참신하고 잘 만든 판타지 영화로 기록된 것은 디테일한 세트와 필요한 장면일 경우 해외로케를 하면서 좋은 영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 봅니다. 인위적인 CG는 이제 관객들도 서서히 질린다는 겁니다. 그런가운데 이런 영화를 3D로 보라고 안경을 갖다주다니 말이죠. 그럴바에는 효과라도 확실히 주던가 했어야죠. (프로덕션 노트에는 CG와 와이어를 최소화 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제가 본 그 장면들은 뭘까요?)

 

물론 이 몽환적이고 스펙타클한 화면을 만든 감독은 '더 셀'과 '더 폴'등의 영화를 만든 타셈 싱 감독의 역할도 컸겠지만 저는 그의 역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작을 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300'을 능가하지 못한다면, 그 이상의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 실력이 안된다면 '300 제작진이 모인 대작'이라는 카피는 그냥 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우들의 경우 익숙한 배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눈에 익은 배우라면 미키 루크나 프리다 핀토 정도 일 것입니다. 사악한 악역 하이페리온 왕으로 등장한 미키 루크는 이제는 악역이 어울리는 배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러다가 게리 올드먼처럼 악역 전문배우가 되는게 아닌가 싶지만 미키 루크는 이제는 과거 꽃미남이 될 수 없지만 새로운 스타일로 도전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은 멋진 모습이라 봅니다. 프리다 핀토는 인도태생 여배우로는 특이하게도 아이쉬와라야 라이 이후 헐리웃에서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배우가 되었고 '혹성탈출' 이후 이 작품으로 쐐기를 박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껍니다. 이 영화에서는 약간 노출 연기도 펼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주인공인 테세우스의 헨리 카빌은 영국 드라마 '튜터스'에서 알려진 배우지만 의외로 많은 영화를 출연한 배우는 아닙니다. 하지만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의 클라크로 등장하여 기존 슈퍼맨 시리즈의 역사를 얼마나 이어나가게 될지도 주목할 점이라고 봅니다.

이외에도 동안의 제우스로 등장한 루크 에반스도 인상적이며, 켈란 럿츠나 다니엘 샤먼이 각각 포세이돈과 아레스로 등장하였습니다. '트렌스포머 2'에서 잠시이지만 매력적인 몸매를 자랑했던 이사벨 루카스는 아테나로 등장하였는데요 프리다 핀토 만큼이나 눈길이 가는 배우였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은 피튀기는 전쟁장면 ('300'에서 너무 많이 봤던지라 너무 익숙해져버린 장면일 수도 있죠.)이 아니라 영화의 앤딩에 등장하는 하늘에서 벌어지는 신들과의 싸움장면이었습니다. 마치 벌래나 새떼가 모여있는 듯한 이 장면은 그러나 신들이 싸우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슬쩍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300'을 보신 분들에게는 어쩌면 실망하실 수도 있고 '300'을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현란한 영상에 감탄을 하면서 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판타지물에 너무 많은 것을 제가 바란게 아닐까 싶지만 그만큼 헐리웃 영화들이 이런 장면들을 많이 보여준 탓에 기대치가 높아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네요.

 

 

ps. 3D 영화인데도 3D 느낌이 안나는 것도 화가 났지만 입체음향을 자랑하던 CGV의 입체음향관에도 저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특화관의 경우 평일 관람요금은 3D 포함해서 16,000 원이었습니다. 적정요금이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