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라는 종목... 저는 모르겠습니다.
규칙도 복잡하고 어떤식으로 플레이를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말이죠. 친구를 따라 야구장을 갔습니다만 의외로 야구라는 것이 흥미만 있다면 모두다 좋아할 수 있는 스포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방망이와 공이 마주처야 움직이는 스포츠... 야구장이 아닌 락커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오히려 야구장보다 야구장 안이 더 궁금하신 분이라면 이 작품 어떨까요?
영화 '머니볼'입니다.
이 곳의 단장인 빌리 빈은 속이 상하기만 합니다. 팀도 최하위인데 팀중에 가장 가난한데다가 그나마 잘하는 선수들은 다른 팀으로 팔려나가니 속이 상하기만 하죠.
막판 협상을 하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갔던 빌리는 어느 덩치큰 사내에 말에 무조건 따르는 이 팀의 구단주 사람들을 보고 이상하다 느낍니다.
낙하산도 아닌, 전문가라고 느껴지기에는 포스도 없어보이는 이 남자 피터를 만나게 되고 그를 오클랜드 팀의 부단장으로 임명하게 됩니다.
피터는 적은 돈으로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방법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다만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굴해 키우는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대부분이 나이든 인물로 구성된 구단주 사람들은 피터와 빌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리가 없죠. 사생활이 문란하다거나 너무 노장이라는 것, 타격폼이 영 아니라는 것등이 그 이유였지요.
빌리와 피터는 순전히 1%의 가능성을 믿기로 합니다. 관록과 그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그 데이터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른바 '머니볼 이론'을 믿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으니 구단 아트 하우 감독이 반대를 하고 있으니 이 선수들을 경기에 보내고 싶어도 내보내는 권한은 감독이 가지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빌리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고 기적같은 무패행진을 이어나게 됩니다.
과연 그 기적은 기적으로 끝날까요?
이 고집불통 구단장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제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이야기의 실존 인물인 빌리 빈(정확한 풀네임은 '윌리엄 라마 빈'입니다.)은 만년 꼴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승리로 이끈 기적을 이룬 인물입니다. 그의 이력 또한 만만치가 않지요. 과거 프로 선수로 활동했지만 유망주라는 말만 믿고 대학진학을 포기할 정도로 경기에 임했지만 큰 빛을 보지 못합니다. 그런 그가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신의 고집과 배짱이죠.
하지만 그 혼자만의 고집으로는 이룰 수 없기에 이 '머니볼 이론'을 가지고 팀을 꾸려나가려고 생각했을 때는 모두 반대했을 법하죠. 수치와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을 앞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직접 결정을 내리는 것이지요.
'머니볼 이론'을 만든 사람은 재미있게도 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통조림 공장의 경비원이었다고 하죠. 그러나 이 '머니볼 이론'이 실제로 알려진 것은 야구 통계학자인 빌 제임스를 통해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이름이 그 시작이었다고 하네요.
근데 제가 이 영화를 봤을 때의 '머니볼 이론'이라는 것은 데이터 수치 뿐만 아니라 그들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지도, 노력이 결합된 것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영화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트레이드나 방출을 함에 있어서도 나름대로의 원리 원칙이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트레이드나 방출 역시 하나의 전략이자 전쟁이라는 것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영화 중간중간에 피터와 빌리가 데이터 수치를 비교하면서 상대편 구장과 구단주에게 일일히 전화를 거는 모습은 트레이드나 방출에 있어서도 경제학이고 뭐고가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것들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그 사람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 다듬으면 100% 실력발휘는 기대하기 힘들어도 80% 정도는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들이 일구어낸 성과는 연속 20승이라는 결과물을 얻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영화의 대활약을 한 사람은 아무래도 브레드 피트죠.
과거 순정 마초의 대명사이던 그는 점차 다양한 영화에서 바보스러운 연기를 보여줄 때도 있고 따뜻한 아버지상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 선보인 '트리 오브 라이프'와도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이번 브레드 피트의 연기라고 볼 수 있지요.
피터 역을 맡은 요나 힐은 이 영화에서는 실존 인물이 아닌 가공의 인물이지만 빌리를 도와 일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등장하지요. 주로 코미디 영화에서 많이 봤던 모습이라서 그런지 이 영화에서 딱딱해질 수 있는 부분에서 웃음을 어느 정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분명 드라마 적인 상황이지만 트레이드나 방출을 마음대로 하는 빌리의 모습에서는 의외의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일부러 웃기려는 웃음이 아니라 그의 독불장군 혹은 불도저 같이 밀어붙이는 성격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겠지요.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사람은 스티븐 자일리언과 아론 소킨으로 특히 아론 소킨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각본을 쓴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전기 영화의 성격도 있지만 '소셜 네트워크'처럼 유쾌하게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려내는데 있어서도 선수라고 보여집니다. 어쩌면 빌리 빈을 야구계의 스티븐 잡스라고 불리우는 것도 이상하다 느껴지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이겠지요.
영화의 엔딩은 빌리 빈이 보스턴 레드삭스의 화끈한 제안을 포기하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잔류하는 결정을 합니다. 돈보다는 선수들을 배려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어쩌면 정말로 돈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지네요.
저는 분명 말씀드리지만 야구 팬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묘합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거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박진감이 넘친다는 겁니다. 더 이상한 것은 이 영화는 야구장에서 경기를 비추기보다는 야구장 안의 락커룸이나 구단의 상황을 비춰줍니다. 오히려 이게 더 박진감이 넘친다는게 의외의 재미죠.
어딜가나 꼴지와 일등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꼴지 팀은 꼴지라는 점에 너무 기죽지 말고 일등은 너무 자만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일등이 꼴지되고 꼴지가 일등되는 날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으니깐요.
그건 머니볼 이론으로도 해석이 불가능하거든요.
ps. 이 영화에서는 크게 기억에 남는 영화음악이라면 영화속 빌리의 딸로 등장한 케리스 도시라는 아역배우가 부른 'The Show'라는 노래일껍니다. 기타를 치며 귀엽게 부르는게 인상적이죠.
원곡은 호주 뮤지션 Lenka(렌카)가 부른 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 CF에서 심심치 않게 들은 음악이지만 영화에서 가사를 접하고 나니 그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성급하게 살아가기 보다는 그 삶을 즐기라는 그 가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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