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병원 자주 가시나요?
저는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건강했다고 자부했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병원을 가보는 것이라면 감기 때문에 가는 것이 전부였으니깐요.
그런데 30 대에 접어들면서 병원은 집에 가듯 넘나들고 있었죠.
복막염 수술을 위해 제 스스로 응급실에 가기도 했고요. (실려간게 아닙니다. ^^; )
근데 응급실에서 느낀 것은 나도 아픈데 과연 저 의사들이 급박한 순서대로 치료를 하는게 많은가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죠.
병원이 의심스러운 요즘입니다. 더구나 한미 FTA에 관한 이야기중에는 약값인상이나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질 우려에 대한 일종의 괴담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과연 병원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병원 주사만큼 무서운 우리나라 병원의 현실... 다큐 '하얀정글'입니다.
이 작품에는 수많은 의사, 간호사, 환자, 그리고 그 환자가족들이 등장합니다.
여러가지 상황을 통해서 과연 우리나라의 의료사회는 선진국만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다큐는 우선 극과 극의 두 어르신을 보여줍니다. 한 어르신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아들과 박스를 줍고 다니는 노모(어르신) 두 분이 나옵니다. 이 분들은 국가의 지원을 전혀 못받고 있으며 할머니는 거의 최악의 상황 속에 살고 계십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한 어르신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약간의 약값만 내고 진료를 받으시는 분이 나오는데요. 이 분은 오히려 정부에서 이런 혜택을 받고 계시는게 너무 미안하다고 인터뷰중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당연히 해줘야하는 건데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이 오히려 더 안타깝기만 합니다. 의료 혜택을 받을려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보호자가 아무도 없어 생활보호대상자가 되거나 정말 망하기 일부직전의 재정상태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참~ 쉽죠잉...)
심각한 경우는 여기 또 있습니다. 작은 질병 같은데 검사는 수 십 혹은 수백만원을 넘기는 검사들을 받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의료보험 적용되냐고요? 되는 녀석도 있지만 안되는게 많습니다. 그런데에는 의사들의 수익과 관련이 있지요. 의사들은 마치 성적표같은 것을 받게되는데 상위 꼴지일수록 그들이 받게되는 수입이나 연봉도 줄어들게 됩니다. '나가수'나, '슈스케'처럼 그들의 성적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위해 미친듯 진료해야 하고 고가의 검사와 수술을 권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진료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흔히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으로 알려져 있는 이들 병원은 '3차 병원'이라고 불리우는데 이들 의사(교수)들의 진료시간은 평균 30초라고 합니다. 수백명의 환자를 접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진료시간이 빨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수박 겉 핥기 식 진료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물론 환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지요. 흔히 동네 의원이라 할 수 있는 1, 2차 병원에서도 손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음에도 이 의사가 잘 고친다더라라는 소문 때문에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으로 몰리는 불가피한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환경을 부추기는 것이 다름 아닌 정부라면 어떨까요?
이 영화에서 비판받는 사람은 두 명입니다. 바로 이명박 정권과 박재완 기획재경부 장관입니다. 국민건강보험은 뒷짐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병원과 국민의 부담이 커졌고 병원은 앞에 말씀드린 고가의 장비나 검사비용을 국민에게 떠밀어 그 고통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재벌그릅의 병원과도 손잡을 계획을 잡는 모습도 보인다는 점은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환경이 더 암울할 것이라는 미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돈되는 진료과목만 병원에서 사용될 것이고 병원 환자실은 독방과 VIP 전용으로 늘어나 오히려 수술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서민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수술비 없으면 그동안 수 십년전 진료비 미납금액까지 뒤져서라도 찾아보게 한 뒤 진료비 없으면 진찰도, 수술도 못받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고가의 의료장비는 의사들과 거대 병원의 본전을 뽑기위한 방식으로 이용되는데 사람이 수술하나 고가의 최신 수술 로봇이 하나 그 차이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광고, 그리고 바이럴 마케팅으로 때려붓는 광고비용 역시 환자들의 주머니에서 나간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역시도 많은 이들이 분통을 터뜨릴 것이 뻔합니다.
물론 세상에 좋은 의사분들이 많습니다. 따뜻한 편지와 리퀘스트 모금 운동으로 도움을 받은 한 아이의 아버지는 의사들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요. 우리나라에는 양심적인 의사들이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송윤희 감독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송윤희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일부러 독립영화워크숍에 참여해 영화를 만드는 법을 배우는 등의 열의를 펼쳤고 '하얀정글'은 그것의 결과물입니다. 영화의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마이클 무어의 방식을 많이 도입한 것 같습니다. 많은 도표와 더불어 블랙코미디적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여러가지 조크가 숨어있지요.
하지만 일부에서는 초짜치고는 영상이나 이런 것들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보입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점은 의료계를 고발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그 열의와 그 의지를 높이 사고 싶습니다.
'하얀정글'을 한국판 '식코'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트루맛 쇼'가 현직 PD가 맛집의 문제점을 비판하듯 이 영화는 의료계판 '트루맛 쇼'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를 하기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트위터로 제 트친 분 중 한 분인 의사분에게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기도 했는데요. 영화의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다양한 의견을 잡아내는데에는 실패하지 않았을까라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적어도 국가가 의사들에게 투자를 해야하며 또한 그 정책들에 있어서도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고 나서 올바른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으셨더군요.
정부는 한동안 한미 FTA과 관련 괴담을 유포하는 자들은 엄벌에 처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많은 이들에게 비난을 받고나서 그 계획을 철회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괴담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게 누군지 되묻고 싶습니다. 기업형 병원과 정부, 일부 비양심적인 의사들로 인해 양심있는 의사들과 국민이 피해를 입는게 아닐까 싶네요.
정부나 기업형 병원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괴담을 무서워할 것이 아니라 분노하는 국민들을 무서워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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