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REC]격한 그들의 사랑, 40분의 판타지와 25분의 현실로 보여주다!

송씨네 2011. 11. 27. 15:14

 

 

 

요즘 성인영화의 경향을 보려면 캐이블 채널에서 12시 이후 방송되는 영화들을 보면 됩니다.

그 속에는 일본의 핑크무비나 드라마식 단편 스타일의 작품도 볼 수 있지요.

유료 영화채널을 돌리다보면 성인영화를 모아서 방송하는 시간이 있는데 과거 벗고 하는 영화들만 있는 것이 아닌 페이크 다큐나 리얼버라이어티, 다큐맨터리 등의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보게 됩니다.

 

이들의 영화에서 많이 보는 방식이 이른바 셀프 카메라 방식인데 오늘 이야기할 작품은 바로 이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에서 만났던 소준문 감독이 이번에는 진짜 자신의 장편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자의 격정적인 사랑.. 영화 'REC'입니다.

 

 

 

 

줄거리는 생략되어도 무방한 영화입니다. 일단 러닝타임이 짧기 때문이지요.

60분 내외의 영화들에 대한 느낌은 저는 이렇습니다. 60분 내외다보니 복잡한 주제는 잡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제작비가 많지 않을 영화라는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작품의 질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오히려 이런 영화들이 관객들의 허를 찌른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 'REC'도 기대반, 우려반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영화는 한 모텔을 비춥니다. 사랑하는 두 남자가 있습니다.

영준과 준석은 그들이 만난지 5 주년을 자축하고 있습니다.

영준은 자신의 캠코더로 그들의 하루를 담기로 합니다. 머뭇거리는 준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영준.

'5'라는 숫자가 올라온 촛불로 그들의 만남을 자축하려지만 어딘가 그들은 슬픈 모습이 가득하죠. 바닷가에서 나눈 그들의 추억도 이야기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들은 서로 자신들의 사랑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은 정말로 그럴 것이라는 것을 이들은 이미 예감했는지도 모르죠.

 

40 분의 시간은 이들의 셀프 카메라 장면으로 가득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프닝이자 이들의 모습을 닮은 40 분이 등장하는 셀프 카메라 장면은 솔직히 불편했던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길고 지나치게 화면이 거칠며 이야기의 구도가 바뀌지 않고 계속 그 모텔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영화는 남은 25 분에서 마지막 전력질주를 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40 분의 그들의 셀프카메라가 이 작품의 전부였다면 저는 이 작품을 추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반 성인영화와 똑같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영화의 의외성은 나머지 25 분 이후부터 발생된다는 겁니다.

 

흑백으로 비춰지는 서울거리와 서로가 잠든 상태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은 40 분의 긴 판타지를 보고나서 나머지 25 분의 슬픈 현실과 마주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영준은 한 여자의 남편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그들만의 배려를 하고 떠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청첩장과 버스 안에서 흐느끼며 울고 있는 영준은 그들의 사랑이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다큐 '종로의 기적'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다큐에 등장하던 소준문 감독의 이야기는 이 작품 'REC'에 대한 메이킹 필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들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우리가 미리 본 덕분인지 영화를 이해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지요.

하지만 늘 그렇듯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는 많은 벽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스텝들의 대부분은 이성애자이고 당연히 서로 그들의 삶을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를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촬영중이다가 현재 제작이 살짝 보류 중인 소준문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로드 투 이태원'의 모습을 보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어렵게 마무리를 지은 'REC' 팀에게 고생했다고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겠네요.

 

가장 힘들었을 것이 게이 커플을 연기한 두 남자 배우일 것입니다.

술... 그것도 낮술을 가지고도 로드 무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노영석 감독의 '낮술'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송삼동 씨가 영준 역으로, 영화 속에서도 젊은 황정민 씨의 모습을 하고 등장한 준석 역의 조혜훈 씨는 이 작품이 처음이지만 앞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의외의 재미있는 점이 동성에 관련 영화에 등장한 배우치고 실패한 배우들은 없거든요. 이 두 배우는 게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에 들려서 그들의 생활을 같이 접해보는 등의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실감나는 연기가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정말로 그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게이, 호모, 레즈비언... 그들을 향해 부르는 정확한 용어가 맞긴 하지만 한 편으로 그들을 비하시키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하나의 인간이고 그들도 일반인과 똑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지요.

'호모는 꺼져라!'라는 악플보다는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옮지 않을까요?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