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특수본]지나친 반전에 대한 욕심, 오히려 해를 끼치다!

송씨네 2011. 11. 30. 03:21

 

 

 

개봉된 영화임에도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이 영화의 대부분이 반전이기 때문입니다. 주의 바랍니다.

 

 

재미있는 영화의 조건은 뭘까요?

사실 이것에는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생각하는 재미있는 영화의 조건은 차이가 있을테니깐요.

하지만 적어도 치고 박고 싸우는 액션장면이 많거나 상황이 여러번 뒤집어지는 반전 등이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큰 재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의 결혼원정기'라는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로 즐거움을 주었던 황병국 감독이 오래간만에 극영화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그는 끊임없이 단편영화나 TV용 영화를 만들기도 했고 심지어는 영화에 직접 출연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감독들이 차기작에 대한 고민으로 오랫동안 침묵할 때 황병국 감독은 늘 독특한 방법으로 컴백을 했지요.

그런데 그가 돌아와 찍은 장편영화는 정반대인 액션입니다. 그것도 정글같이 서로 먹고 먹히는 세상을 이야기하였으며 그 피의자와 피해자도 경찰, 그것을 쫓는 사람들도 경찰입니다.

이게 어찌된 상황일까요? 영화 '특수본'(특별수사본부) 입니다.

 

 

대한민국 경찰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집니다.

경찰이 살해되고 그 경찰의 곁에는 정체불명의 하얀가루가 발견된 것이지요.

경찰은 즉각 특별수사본부를 만들게 되고 성범, 인무, 영순 등의 맴버가 이 본부에 합류가게 됩니다.

한편 미국에서 물건너 온 젊은 범죄 심리학 박사인 호룡이 들어오면서 수사본부는 반발만 생기게 됩니다. 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이 사건이 또 다른 경찰인 경식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합니다.

하지만 인무와 경식은 서로 경찰 선후배 사이...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된 성범 역시 고민에 빠집니다.

서로 침묵하는 가운데 호룡이 특별수사본부에 자원신청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성범과 호룡은 정보원인 전직 조폭출신인 개코를 이용하여 수사에 박차를 가하지만 안마방을 비롯한 어느 비리 사건에도 항상 연관되어 있는 근수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의 진상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순간 또 다른 예상외의 인물이 연관이 됨이 밝혀지고 성범과 인무 그 들만의 또 다른 특별수사본부는 난황에 부딫칩니다.

도대체 진실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의 생각은 몇 가지입니다.

왜 이렇게 등장인물이 많은 걸까라는 의문과 실마리를 하나하나 푸는 것이 아닌 계속 또 다른 반전을 줌으로써 영화를 오히려 몰입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 영화에 경찰로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경찰만 해도 열 명정도가 되며 이들은 계속 수사에 방해를 하기도 하며 관객들에게는 더 사람을 복잡하고 힘들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꼬여버린 상황도 골치 아프지만 관객들의 기분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반전이 많지만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스포일러가 불가피한 부분이니 지금부터 이 영화에 대해 하나하나 풀어보기로 하죠.

우선 인무 밑에는 후배인 경식과 성범이 있고 경식은 범죄를 저지른 상태입니다. 그 위에는 상관인 준석이 있으며 더 위에는 뜻밖의 배후 인물인 두수가 끼여있습니다. 사실상 두수는 이 사건을 지휘하는 서장이나 다름없지만 조폭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대출관련 지급기와 큰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당이익으로 이미 돈을 챙기고 있고 후임들은 이 사실을 모두 침묵을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경찰이었던 호룡의 아버지를 비롯해 많은 동료 경찰들이 소리없이 희생되게 됩니다.

경식은 마약과 관련하여 비리를 저지르고 있고 인무는 그 사실을 알고도 침묵합니다. 그러나 두수의 계획적인 조종에 의해 경식과 인무 모두 희생을 당합니다.

 

자... 스포일러를 이렇게 까발렸습니다. 그래도 복잡하죠?

바로 여기에 이 영화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등장인물도 많고 서로가 숨기고 또 상위에는 누군가가 비리를 저지르고 침묵하고... 이 복잡한 관계가 지속되는 것도 모자라서 누군가가 희생되고 나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나 싶더니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된 것이죠.

마치 오락 게임에서 왕을 깨고 나면 그 보다 더 악날한 왕이 나타나서 그 게임 스테이지를 깨야하는 상황과 같은 것이죠. 반전에 대한 강박관념이 오히려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상당히 방해되는 요소를 지녔다는 겁니다.

 

 

 

 

물론 이 작품은 배우들도 화려하고 소재로만 놓고 보면 그동안 다루지 않은 부분을 제대로 잘 다룬 작품입니다.

엄태웅 씨, 주원 씨의 활약이 컸고 정진영 씨의 무게감은 물론이요, 성동일, 김정태 씨가 정말 웃기지 않고 심각한 연기를 보였던 작품입니다. 거기에 근수 역의 이희준 씨나 개코 역의 조재윤 씨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조연계의 핫이슈 인물입니다. 악역 전문이지만 멋진 연기를 보여주는 정만식 씨도 계시고요. 이런 좋은 재료를 가졌음에도 요리를 못한 것은 이 영화의 크나큰 실수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영화의 내용에는 전시행정을 비판하는 대목도 나오는데 여기에 유일한 홍일점인 이태임 씨는 우리나라 영화계의 전시행정(?)을 보여주는 또 다른 좋지 않은 예로 등장합니다. 활약상은 없지 않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여성 캐릭터를 제대로 못살린 것이지요. (최근 한국영화의 문제점 아시죠? 여성 주연배우의 부족과 더불어 여성배우의 캐릭터화에 실패했다는 겁니다.)

 

소재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투캅스'나 '공공의 적'. '부당거래' 등의 비리경찰에 관한 소재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용산 철거사건이나 홍대 두리반 사건을 연상시키는 전경과의 대립, 서민을 등쳐먹는 대출문제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문제까지... 상당히 소재가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실패한 이유는 앞에 말씀드린 좋은 배우와 소재를 가졌음에도 지나친 반전에 대한 욕심이 부른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니 보통 황병국 감독님은 자신의 영화에 직접 시나리오를 쓰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더군요. 그게 문제였을까요?)

 

물론 액션 장면도 괜찮았습니다. 승합차에서 벌어지는 심리전과 몸싸움은 '악마를 보았다'의 택시 몸싸움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많았고 극중 경식이 지게차를 몰고 형사들과 대립하는 장면도 괜찮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액션 장면에서는 상당히 살릴만한 장면이 많았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이 영화는 지나친 파이팅(!)과 욕심이 화를 부른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칭찬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연출과 시나리오를 같이 쓴 감독치고는 영화를 못만든다는 소리는 듣지 않습니다. 차라리 이 영화의 각본도 황 감독님이 직접 쓰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작 만큼의 위트도 없고 반전에 대한 강박관념은 좋은 소재와 좋은 배우, 멋진 액션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좋은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요.

그런점에서 영화 '특수본'은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