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임스 카메론 혹은 스티븐 스필버그를 꿈꾸는 감독이라면 저는 이 사람이 떠오르네요.
바로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일 것입니다.
저는 몰랐는데 그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든 뒤 더 이상 '전쟁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네요. 이는 마치 이준익 감독이 '더 이상 상업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이준익 감독은 7년만에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그가 만들지 않겠다던 전쟁영화입니다.
사진 한 장으로 출발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독일군 포로 속에 서 있는 동양인... 그는 한국인이라고 이야기 하였고 그 이야기를 영화화 하기로 한 것이지요.
조선인과 일본인의 적과의 동침... 과연 어찌된 일일까요? 영화 '마이웨이'입니다.
조선인 준식과 일본인 타츠오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한 자의 차이이지만 선의의 라이벌 관계로 육상 대회에서 서로 엎지락 뒷치락 승자가 바뀌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타츠오 할아버지인 일본 고위급 인사가 폭탄테러로 사망하고 그것이 준식의 아버지의 범행으로 누명을 씌우면서 이들의 관계는 멀어지게 됩니다.
손기정 선수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올림픽 대회 출전권을 두고 대결을 펼쳤지만 상대편의 반칙이 오히려 준식의 반칙으로 인정되면서 출전이 좌절됨은 물론이요, 폭행죄로 강제 징집되기에 이릅니다.
몇 년후 준식과 그의 인력거 동료이자 친구인 종대는 일본병사들의 총알받이가 되는 현실에 부딫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상관으로 부임한 타츠오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소련군의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준식과 타츠오는 결국 소련군의 포로가 되고 탈출에 성공한 줄 알았던 종대 일행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종대는 관리자 완장을 차게 되고 전세는 역전되어 일본인들은 종대 일행에게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독일군과의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다시 준식과 타츠오는 독일군 포로에서 독일군 소속으로 변하게 됩니다. 탈출을 하기로 결심한 두 사람은 어느덧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 다시 변하게 되었고 경성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로 맘먹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지독하게도 두 사람을 힘들게 만들고 있으니 이번에는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이 독일군과의 혈투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산너머 산이었습니다.
강제규 감독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때마다 스케일도 커지고 심지어는 제작비도 커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이번에도 장동건을 재기용하였고 일본의 배우인 오다기리 조를 합류시킵니다.
일본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오다기리 조는 일본의 상업영화에도 잘 출연하지 않기로도 유명한 인물이죠. 저예산영화나 독립영화를 많이 출연하는 그는 그래서 그런지 의상이나 스타일에서도 자유분방한 부분이 많지요. 그런 그가 강제규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은 의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에는 강제규 감독의 집요한 출연요청과 시나리오 수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군요.
어쩌면 이 영화는 위험한 시한폭탄과 같은 영화였습니다.
조선인과 일본인이라는 인물이 그려진 이상 어느 한 쪽도 미화할 수 없고 어느 한 쪽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강제규 감독은 의외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조선인과 일본인 모두 피해자라는 것이죠. 어쩌면 이 영화가 일부 관객들에게 비판되고 있는 친일영화라는 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에는 오다기리 조를 비롯한 많은 일본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반일감정을 영화에 반영한다면 이들은 이 영화에 절대 출연하지 못하지요.
그렇다고 국내배우들을 일본인으로 분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고요.
어쩌면 나름대로의 절충안이 반일감정을 건드리지 말자는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게 우리 국민을 자극할지는 강제규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예상했는지 모르겠네요.
또한 이 영화가 비판받고 있는 점은 어디서 많이 본 영화들이라는 느낌들입니다.
여러 전쟁영화에서 봄직한 장면들이 많다는 것인데 이는 어떻게보면 우리 영화의 CG나 제작 기술이 발달했다는 좋은 칭찬이지만 직설적으로 보면 강제규 감독의 창의성 부족에 대한 비판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 네티즌은 아예 특정영화를 언급하기까지 했는데요. '태극기 휘날리며→놈놈놈→에너미 앳 더 게이트→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끝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마지막은 '불의 전차'가 생각난다고 이야기하네요. 이런 논란은 의외로 많은 네티즌들이 제기한 점이라서 강제규 감독으로써는 상당히 불쾌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강제규 감독은 부정하고 있지만 새로운 스타일을 우리나라에 적용시키려다보니 눈썰미 있는 관객들은 오히려 이 새로운 스타일이 새롭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장동건 씨의 연기는 뭐 말씀드릴 필요는 없으니 그냥 넘어가더라도 오다기리 조의 눈빛 연기만큼은 최고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그의 작품들 대부분이 눈빛도 눈빛이지만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니깐요.
판빙빙도 물론 등장했지만 판빙빙은 오히려 카메오에 가까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냥 슈퍼 카메오죠.
하지만 조연으로 올라갔지만 조연이상의 활약상을 보여준 것은 역시 김인권 씨 였습니다. 그는 영화에서 감초연기도 하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감초가 아닌 하나의 인간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흔히 우리가 박쥐, 철새라 흔히 말하는 이리저리 빌붙은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요. 어떻게 보면 그가 맡은 종대야말로 악질중의 악질이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점에서 김인권 씨의 연기는 칭찬받을만 합니다.
이 영화는 강제규 감독의 인맥 때문인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초반에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었는지 몰라도 카라의 니콜, 건축가 겸 가수인 양진석 씨, 배우 김수로 씨 등이 초반에 등장하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준식의 동생으로 잠시 등장한 이연희 씨도 있었고요.
이 영화는 '말아톤'도 아니고 '포레스트 검프'도 아닙니다.
하지만 미친듯이 딜리기만 준식의 모습에서 일부 관객이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살짝 웃음이 나온 것을 보니 강제규 감독의 생각과 관객의 생각은 어긋나지 않았나 봅니다.
강제규 감독은 이미 음악이나 감동코드적인 상황을 집어넣어 '태극기 휘날리며'를 성공하게 만든 전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코드가 먹히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솔직히 저도 이번에도 음악이라던가 엔딩부분에 살짝 울컥할 뻔했지만 낚이지를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더군요.
여러분의 생각은 모르겠습니다. 이미 이 영화는 예고편에 우리나라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가 혼난 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정말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구색맞추기로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좋은 평가를 받긴 힘들껍니다. 더구나 이 영화는 친일영화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껍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보려다가 오히려 모두를 놓치는 형국이 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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