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내가 사는 피부]페드로 알모로바르의 방식의 프랑켄슈타인?

송씨네 2011. 12. 31. 01:21

 

 

스페인 영화하면 많이 떠오르는 감독은 페드로 알모르바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격정적인 영화부터 시작해서 부드러운 영화도 있지만 정작 저는 그 영화들 중에 본 것이라고는 '브로큰 임브레이스'가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다작을 한 감독임에도 많은 작품을 보지 못했네요.

그런점에서 이 영화 '내가 사는 피부'를 보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작품 한 두 편으로는 그 감독을 알 수 없으니 이제 계속 그의 작품들을 보면 되는 거니깐요.

동성애를 비롯한 부적절한 사랑등의 이야기가 많았던 그의 작품을 아시는 분이라면 이 작품에도 기대반, 우려반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노의 칼을 든 남자의 분노의 수술... 그리고 위험한 사랑을 다룬 영화 '내가 사는 피부'입니다.

 

 

성형외과 의사인 로버트 박사... 그는 어느 때처럼 집에 돌아와 TV를 켭니다.

하지만 TV에 비춰진 것은 뉴스도 아닌 TV 프로그램도 아닌 한 여성의 모습입니다.

그녀의 이름은 베라입니다. 그녀의 온 몸은 얼굴을 제외하고 살구색의 쫄쫄이 타이즈로 뒤덮혀 있습니다.

그녀는 로버트가 만든 또 다른 작품(?)이기도 하지요. 로버트 박사는 인간의 피부보다 더 튼튼하고 불에도 잘 견디는 특수피부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이것을 학계에 보고 하게 됩니다. 하지만 로버트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베라는 그렇게 탄생되었습니다. 하지만 로버트에 의해 거의 사육되다시피 방에 갇혀 있는 그녀는 하녀 마릴리아의 오래간만에 돌아온 아들에 의해 겁탈당하게 됩니다.

사내를 제거한 로버트... 그리고 마릴리아는 베라에게 로버트에 관한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몇 년전으로 돌아갑니다. 로버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고 딸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자동차 폭발 사고로 온 몸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한편 로버트의 딸인 노르마는 파티 도중에 의상실 아들 비센테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 후유증으로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됩니다.

로버트는 아주 잔인한 복수를 하기로 합니다. 비센테를 납치 하였고 그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바로 로버트의 침실에 그(그녀)가 누워있습니다.

과연 베라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또한 로버트와의 위험한 사랑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의 느낌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성별을 바꾼다는 이야기도 특이했지만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지요.

이 영화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한 가정의 가장인 로버트가 성폭행 당한 실험녀(베라)와 자신의 딸(노르마)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앞에 이야기한 '분노의 수술'(?)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고요.

줄거리는 앞에 간단히 소개했지만 지금부터 하나하나 이 이야기에 대해 해보기로 하죠.

우선 이야기에 숨은 부분부터 살펴보죠. 하녀로 등장하는 마릴리아는 사실 로버트와 앞에 베라를 겁탈한 남자인 사내 제카의 어머니입니다.

하지만 배다른 형제이고 의사로 성공한 아들과 망나니로 살고 있는 제카의 모습은 극과 극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오래간만에 돌아왔다면서 어머니에게 다가서지만 어머니인 마릴리아가 망나니 아들을 반길리가 없지요.

망나니는 어쩔 수 없는 망나니였을까요? 걸국 베라를 겁탈하게 되었고 복잡한 관계의 가족관계를 모르는 로버트는 제카를 살해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속에는 상당한 비밀이 또 숨겨져 있습니다. 실타레처럼 얽혀있다는 것이죠.

사랑하는 아내가 불에 타버린 것도 사실은 차에 같이 타고 있던 제카가 도주를 해버린 것이지요.

어떻게든 제카와 로버트는 애증의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여기에 그를 더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딸마져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여기서 그 문제의 청년 비센테가 등장하고 납치하여 성전환 수술을 시키기에 이릅니다.

자... 이제 감이 잡히시나요? 그렇습니다. 베라는 바로 성전환 수술전의 비센테인 것이죠.

 

이 막장스러운 이야기는 더 처절하게 그려집니다.

처음에는 비센테는 자신이 왜 납치되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노르마의 아버지가 로버트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동료 의사들과 함께 비센테는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게 되지만 그들이 이 수술동의서가 가짜인 것도 훗날 알게 됩니다.

동료 의사를 감쪽같이 속여야 할 만큼 그에게는 치밀한 복수였던 것이죠.

어쩌면 비센테가 남자로 살아갔을 때 까지는 분명 로버트는 복수의 상대로만 그를 이용하지만 몇 년 후 자신의 아내의 얼굴로 성형을 시키고 나서 여성으로 변한 베라를 지켜보면서 사랑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동성애적인 사랑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이성적 사랑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러나 결정적으로 앞에 이야기드렸듯이 제카가 베라를 공격하면서 로버트는 스스로를 무장해제 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어쩌면 그 때 까지 베라는 자신이 여성이라고 깨닫고 순순히 로버트를 사랑하기로 맘먹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비센테의 어머니가 여전히 자신을 찾는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여자가 된 베라는 계획을 바꾸기로 합니다.

 

 

 

 

어쩌면 자신을 이렇게 만든 남자를 복수하는 것이 비센테에게는 가장 옮은 방법이었는지 모르지만 수 년이 흐리고 방안에 가득한 낙서처럼 남성으로의 삶을 포기하고 그냥 여성의 삶을 선택한 것은 돌아온다고 할지라도 아무도 반겨줄 사람이 없으리라는 불안감과 공포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여자가 된 이후에도 로버트에게 결국에는 처절한 복수극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이 영화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활약상이 큰 영화입니다. 코미디와 액션, 심지어는 애니메이션 등의 그 어떤 장르를 불문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이번 그가 맡은 로버트 박사 역할도 어떻게 보면 평범한 역할은 아니지만 분노에 가득찬 한 아버지와 광기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서도 이성을 잃은 한 남자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베라로 연기한 이 매력적인 여배우가 누군지 상당히 궁금하실껍니다. 엘레나 아나야라는 배우로 스페인 출신이며 '반 헬싱'을 비롯한 작품들에 출연하였습니다. 많은 다작을 했지만 우리에게는 낯익은 배우는 아니라는 점이 의외이죠.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작품이 떠오르더군요.

하나의 또 다른 생명체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프랑켄슈타인'스러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프랑켄슈타인과 베라는 어떻게 보면 괴물은 아니지만 인간이 창조해낸 새로운 생명체라는 점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프랑켄슈타인의 결론은 모든 이들을 파멸로 만들었고 베라는 모든 이들을 파멸로 이끌었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지만 어딘가 모를 해피엔딩을 이야기하기에는 슬픈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죠.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정체성을 따진다면 '헤드웍'이나 가까운 곳으로 따지면 '란마 1/2' 같은 애니메이션도 떠오르고요.

 

 

이 작품의 원작은 티에리 종케의 '독거미'라고 합니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소설 줄거리를 통해 보자면) 원작을 그대로 살렸지만 영화에서는 은행강도가 되어 돌아온 제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축소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이 영화의 결론은 뭘까요? '강간하거나 성폭행하면 벌받는다'가 이 영화의 주제는 아닐 것입니다.

한 인간이 무참히 무너지는 과정에서 결국 스스로에게 자포자기하고 복종하는 과정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페드로 알모르바르 다운 영화이자 원작인지도 모르겠네요.

원작에 대한 내용을 접하다가 이 리뷰를 작성하던 도중 인터넷 서점에서 결국 책을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영화가 강렬했듯 원작도 강렬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PS. 이 작품은 상당히 좋은 환경에서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상영관이 비록 적긴 하지만 원작으로 책도 나와 있고 제가 그렇게 이야기했던 OST의 라이센스도 해결된 경우니깐요. 이 영화를 수입한 스폰지 측에서 요청하여 음원 사이트에 OST가 공개되었다고 하니 기회 되시면 들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