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부러진 화살]우울한 실화... 알고보면 유쾌한 법정 드라마?

송씨네 2011. 12. 29. 00:49

 

 

 

 

올해 법정영화가 은근히 많았지요?

'도가니'나 '의뢰인'은 각기 다른 이야기와 소재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각기 달랐고 그것을 디테일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에 또 다른 법정영화가 우리들을 찾아올 예정입니다.

뉴스를 접한 분이라면 과거 '석궁 판사 테러사건'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웬지 독특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석궁 테러를 했지만 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는 교수와 이것을 부정하는 사람들... 도대체 어찌된 노릇일까요?

오래간만에 돌아온 정지영 감독의 신작... '부러진 화살'을 미리 만나봅니다!

 

 

한 여성이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봅니다.

술에 찌든 변호사 박준에게 찾아온 여인은 자신의 남편의 누명을 벗겨달라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대학교수로 활약하던 수학과 교수 김경호... 그는 대학입시 시험에서 답이 나올 수 없는 수학문제가 발견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동료교수의 실수로 답이 나올 수 없는 문제를 만들고 만 것이죠.

이것을 덮을 것이냐, 아니면 공개하여 사실을 인정할 것이냐 갈등하는 가운데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고 경호는 말하게 됩니다.

왕따가 되어버린 경호는 미국으로 넘어가 힘든 생활을 하던 도중 부당한 해고도 복직이 가능하다는 판결결과 소식을 듣게 됩니다.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며 복직신청을 법원에 요청했지만 교수 확인소송에서 패소당하고 항소심도 기각당하게 됩니다.

분노로 가득찬 경호는 석궁을 들고 박봉주 담당판사에게 석궁으로 위협하는 사건을 저지르게 됩니다.

하지만 위협만 가했을 뿐 공격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판사를 위협한 혐의로 구속당하는 사건이 발생됩니다.

가족들의 개인사로 어려움에 처한 박준 변호사에게는 이 기회가 좋은 기회이지만 노동자들의 인권을 살리는데 앞장섰지만 정작 자신만 살아나고 다른 이들은 심한 부상을 입은 것을 알게되고 자신을 차책하기에 이릅니다.

변호사를 여러명을 과감히 자를 정도로 자신의 의견을 절대 굽히지 않는 경호는 박 변호사 역시 믿기는 힘들었지만 솔직함과 판결에서 승소하려는 의지를 갖는 부분에 마음을 움직이게 되며 두 사람은 불평등한 사회와 맞써 싸우기로 합니다. 박 변호사와 절친한 신문기자 은서도 합세하면서 사건의 진실은 점차 밝혀지기 시작하고 이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넘어가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판사들의 어긋난 판결과 생각들은 여전하기만 합니다.

과연 정의로운 사회가 그들 앞에 다가올 수 있을까요?

 

 

 

 

이 거짓말같은 이야기는 사실입니다.

실제 모델이 된 인물은 김명호 교수(안성기 씨가 맡은 역할입니다.)로 실제 그에 대한 이야기는 1995년 1월로 거슬러갑니다.

수학문제의 오류를 요청한 그는 동료교사를 감싸주기는 커녕 학교에 흠집을 낸다는 이유로 1995년 10월 부교수 승진에 불합격을 받게 되고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재임용의 탈락이 확정되고 그는 2005년 3월 교수 직위 확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 소송은 기각되고 다시 항소하였지만 2007년 1월 다시 기각이 됩니다. 분노한 김 교수는 석궁을 이용해 당시 사건을 맡은 판사를 공격합니다. 10월에  그는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되며 2007년 11월부터 항소심을 통해 다섯번의 공판을 벌이게 됩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한다면 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없는, 질질 끄는 법정 영화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하게 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른 점은 바로 이 것입니다. 똘끼로 가득찬 변호사와 피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실존인물인 박훈 변호사가 등장합니다. 박훈 변호사는 실제 영화에 등장하는 박준 변호사(박원상 씨가 맡은 역할이죠.)처럼 실제로도 노동자들의 인권 활동에 앞장서던 변호사였고 2001년 대우노동자의 현장에 직접나서서 시위와 대화를 추진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영화에는 아예 이 대우자동차의 이름이 실제 거론됩니다.)

2 차공판부터 투입된 박훈 변호사는 김명호 교수의 억울한 사정을 듣게 되고 그와 함께 진실을 찾으려고 하지만 많은 어려움에 부딫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던 당시 석궁테러 피해자라 주장하던 박홍주 판사(영화에서는 김홍수 씨가 맡았습니다.)의 실제 인물은 박홍우 판사는 올해 BBK 사건을 유죄라고 판결한 판사였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는 것이죠. 이 영화 같은 코미디 같은 사실이 이후에도 벌어졌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죠. (이 사건에 대한 실제 기사 내용 하나 링크합니다.  기사 보기)

 

 

이 영화는 법정영화이지만 그동안의 법정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재미있게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정지영 감독의 힘이 컸지만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정지영 감독이 그 어떤 쪽을 편애한 것이 아닌 판결결과와 그를 토대로 만든 책 내용을 바탕으로 섰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판사에게 대드는 피고라는 사실입니다. 앞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실제 모델인 김명호 교수는 판사와 검사에 대항하기 위해 꾸준히 법전을 연구하였고 판사나 검사들이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구멍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가차없이 판사를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실제 기록은 영화를 보는데 상당한 재미를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 영화는 당시 정치적 상황을 코믹하게 그려진 부분도 있습니다.

가령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카터칼 테러사건을 거론하고 교도관들이 보는 신문에서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BBK에 대한 기사를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이명박, BBK 문제되면 대통령직 걸겠다'라는 기사내용을 보여주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상황과도 딱 들어맞고 있지요.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 장면은 어쩌면 관객들의 많은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자 씁쓸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안성기 씨와 박원상 씨가 호흡을 맞춘 작품인데요.

안성기 씨는 박중훈 씨에게 이 작품이 나에게 또다른 전환점을 맞은 작품이라는 점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정도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사실적인 상황과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을 담담하게 연기하고 있는 안성기 씨야 말로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연 역할로만 익숙하던 박원상 씨도 변호사로 등장하여 정의와 멋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편으로는 오랜만에 돌아온 김지호 씨의 모습도 볼 수 있지요.

아울러 얄미운 판사들로 등장한 문성근 씨나 이경영 씨의 모습도 인상적인데 더구나 인상적인 것은 문성근 씨의 경우 최근 정치활동을 시작하셨지만 불합리적인 모순과 싸워왔다는 점에서 영화속에서 악날한 판사의 모습을 연기한 것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판사 역할을 하셨죠.

 

 

제가 관람한 이날 시사회는 정지영 감독과 '고래가 그랬어'의 김규항 편집장의 토크가 이어서 벌어지는 행사였습니다.

이 관객과의 대화가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짧은 만큼 의외로 관객과의 많은 대화가 이루어졌지요. 정지영 감독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돌아왔는데 이야기가 재미있었기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음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앞에 말했듯이 자칫 박훈 변호사나 김명호 교수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반대편의 이야기에는 소홀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판결문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편애, 편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판결내용에 집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정지영 감독은 그 어떤 것도 가감하거나 차감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궁금하실껍니다, 과연 그렇다면 그 후 어떻게 되었냐고요?

김명호 교수는 결국 상고가 모두 기각되었고 4년의 형기를 맞추고 지금은 자유인이 되신 상황입니다.

그는 영화에서 마찬가지로 실제로도 많은 법률과 관련된 모순을 찾고 있고 많은 소송을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 김명호 교수나 박훈 변호사는 4차원을 넘어서는 그들의 말처럼 망나니이거나 꼴통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겁없는 그들의 싸움은 어찌보면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싸우는 것인데 우리가 그것을 몰랐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절대로 그들은 쫄지 않았던 것이죠.

김명호 전 교수는 자신을 보수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수주의자가 세상과 맞써싸우며 진보주의자가 된 것은 이 세상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는 현재도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과 법관 등을 다양한 이유로 고소, 고발하였습니다. 모 의원이 쓸대없는 고발과 고소를 남발하고 있을 때 그는 정의를 위한 고소와 고발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같은 고소, 고발임에도 무엇이 정당하고 옮은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정의가 뭐냐고 물어보신다면 이 영화를 보시길 권합니다.

정의가 사라진 시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뒤집을 수도 있지요.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