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밍크코트]기적을 꿈꾸는 사람들... 하지만 용서받지 못한 사람들!

송씨네 2012. 1. 10. 03:08

 

 

 

한국독립영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행사를 뽑으라면 매년 연말에 개최되는 서울 독립영화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게으름에 이제는 영화제도 못가지만 어떤 영화가 주목받았는지는 지켜보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이 내년(여기서 내년은 올해 2012년이죠.)의 괜찮은 영화들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행사가 될테니깐요.

작년에 열린 서울 독립영화제에서 여러 작품이 주목을 받았지만 이 작품의 관심이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바로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밍크코트'가 그것이죠. 부산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작년 서울 독립영화제에서도 대상의 영광을 안기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근데 이 작품 어딘가 힘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요?

티져포스터로 나온 것은 영화의 내용은 알 수 없어도 병원 블록에 'Jesus Hospital'('밍크코트'의 영문원제입니다.)라고 붙은 제목만으로 종교와 병원이라는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었지요. '예수병원'이라... 뭔가 심상치가 않죠!

믿음... 그리고 생사의 기로에 선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영화 '밍크코트' 입니다.

 

 

중년의 한 여자가 우유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단종되어 골동품 취급받을 소형차를 꼴고 우유배달을 나가는 여인...

그녀의 이름은 현순으로 지독한 억척녀입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나름 그 집안 사람들도 화목한 편이고요.

하지만 8개월 후... 죽고 싶다를 외치던 그녀의 어머니가 의식불명 상태가 되면서 이들 가족에는 변화가 생깁니다.

의사는 현순의 어머니가 살아날 가능성이 1% 안팍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고는 말하죠. 산소호흡기를 떼는게 낫다고 말이죠.

가족들은 고민끝에 산소호흡기를 떼기로 결심하지만 현순만 반대를 합니다. 하지만 가족들도 현순의 생각에 지지하는 사람없습니다,

어머니 한번 제대로 뵌 적 없고 수술비도 내놓치 않은 현순을 가족들이 좋아할리 없죠.

하지만 이상한 것은 현순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남동생인 준호는 건축가인데 이들 가족이 다니는 교회 목사만 보면 덜컥 긴장만 하고 있고 현순의 언니인 명순은 현순이 집안에 대해 독설을 쏟기 시작하면 질색을 하고 그녀를 외면하려고 합니다.

현순은 산소호흡기를 떼지 못하게 하기 위해 미용실을 운영하는 딸 수진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어리버리한 사위 정수도 있지만 믿을 구석은 없는 것 같구요. 더구나 수진은 임신중이니 걱정할게 한 두 가지가 아니죠.

그런데 수진은 이상한 점을 현순에게 발견합니다. 그러니깐 어머니가 그녀의 어머니(수진에게는 할머니죠!)의 밍크코트를 가져간 일을 알게되는데 어느 순간 현순의 집에 있어야 할 밍크코트는 보이지가 않는 것입니다.

밍크코트의 행방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리고 현순의 어머니는 산소호흡기를 떼이게 될까요?

 

 

 

 

인간의 존엄사, 혹은 안락사에 대한 문제는 최근 영화들의 새로운 주제가 되었습니다.

이 중에는 실화가 되었고 동서양 어디를 막론하고 이들 존엄사나 안락사에 대한 문제는 영화를 통해 많이 그려지게 됩니다.

이는 동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마찬가지이지요. 근데 이 영화에서도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산소호흡기로 겨우 연명하는 사람을 계속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음을 받아들이고 산호호흡기를 떼어낼 것인가의 고민일 것입니다.

혹은 살아는 있지만 모든 근육이 마비되어 있고 말만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과연 계속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을지도 모릅니다.

현순의 가족들은 그 문제에 갈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현순과 현순을 뺀 그녀의 가족들과의 대립을 이루고 있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자와, 신의 계시로 인해 희망을 이야기하려는 자의 대립입니다.

근데 문제는 현순의 모습입니다. 현순의 남동생 준호은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거기에 웅얼웅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대뇌이는 현순이 다니는 교회(혹은 집단)을 이단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은근히 복잡합니다.

바로 종교적 신념에 대한 문제와 존엄사에 대한 문제가 그것입니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담아냈다는 발상이 아주 좋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야기는 점차 블랙 코미디로 변하게 됩니다. 심각한 상황인데 웃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되지요.

현순을 저지하기 위해 가족들이 게획을 짜서 그녀를 다른 곳으로 유인시키기에 이르고 심지어 현순의 딸인 수진까지 이용하고 있으니깐요.

그 과정이 '미션 임파서블'이요, 007 인 것이죠. 이 상황이 코믹하게 그려지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긴장감과 코믹함을 동시에 유발시킵니다.

그러나 의외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데 그 반전이라는게 상황이 뒤바뀐다는 점에서 더 특이하다는 것이죠.

준호는 어머니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교회와 짜고 건축헌금을 횡령하고, 명순은 자신의 남편의 암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합니다.

더구나 이들 가족은 현순 뿐만 아니라 그들의 또다른 가족에게도 관심이 없습니다. 수진이 미용실을 차린것도, 그녀가 임신중인 것도 모릅니다.

그런 와중에 산소호흡기를 떼네는 것에 어느정도 찬성하던 수진이 마음을 바꾸어 먹습니다.

준호와 명순의 비밀이 밝혀지고 서로 거짓을 감추던 그들은 그들의 어머니의 존엄사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수진이 가족들에게 분노를 쏟아내던 중 수진 본인과 태아에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부족한 피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피가 필요한데 수진과 혈액형이 같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녀의 할머니였으니깐요.

다시 이들은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거야 말로 신께서 이들을 시험하고 계시던 것이죠.

 

 

 

 

이 영화의 주축이 되는 배우는 바로 황정민 씨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황정민 씨는 두 분일껍니다. 남자배우 황정민 씨와 여자 아나운서 황정민 씨죠.

하지만 오랜동안 영화와 연극무대에서 활동한 또 하나의 황정민 씨가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물파스 하나로 지구를 지켰던 병구(신하균 씨)의 파트너였던 분이 바로 이 분입니다.

그녀는 수많은 영화나 연극에서 돋보이는 인상과 연기로 사랑을 받았던 배우인데 장편영화에서는 사실상 첫 주연이라고 하는 군요.

이 영화는 그야말로 황정민 씨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정도로 억척스럽고 이상한 종교에 집착하는 여인 현순 역을 맡아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수진 역의 한송희 씨 경우 연극무대로 내공을 쌓은 배우고요, 서기(보도자료에는 그렇게 나왔습니다만...)와 안영미 씨를 닮은 외모로 어떻게 보면 현순과 현순을 제외한 가족들과의 대립에서 고민하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한승희 씨 역시 기대되는 배우이죠.

이외에도 수진에게 쥐여사는, 상당히 어리버리한 사위 정수 역의 백종우 씨나, 차칫 무거운 영화를 코믹하게 이끌어낸 병실 남자로 등장한 박채익 씨도 인상적입니다.

아역 배우 중에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마스코트 딩동으로 등장한 양한열 군도 만날 수 있는 재미도 주고 있습니다.

 

 

 

존엄사의 문제는 정말 답이 없는 부분입니다.

가이드 라인을 만들기도 애매한 부분이라 정말로 애정남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죠.

종교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그 믿음이 정말로 올바른 믿음인지, 아니면 집착인지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고요.

이 영화는 기독교(개신교)로 한정하여 이야기를 하였지만 종교가 다른 사람, 혹은 같은 종교라도 약간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과연 이 영화에서 현순에게, 그리고 현순을 제외한 가족들에게 밍크코트는 어떤 존재일까요?

밍크코트는 영화에서 큰 딸 명순이 사준 옷입니다. 명순 본인도 입고 있고 막내인 준호의 부인인 경숙도 입고 있는 옷입니다.

그들의 어머니에게 선물하기도 했지만 현순은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밍크코트를 받았고 자신의 딸인 수진을 위해 밍크코트를 팔게 됩니다.

정(情)이 담겨진 물건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애증을 쌓게 만드는 물건이기도 한 것이죠.

여러분에게는 밍크코트 같이 따뜻함을 주는 누군가가 있나요? 아니면 밍크코트처럼 정과 애증이 담긴 물건이 있으신지요?

비싼 밍크코트나 요즘 유행하는 비싼 북쪽 점퍼보다도 싸구려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따뜻한 솜털 점퍼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