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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메이커]나는 마라토너다... 1등을 돕기 위해 달리는 나는 마라토너다!

송씨네 2012. 1. 12. 04:36

 

 

 

마라톤... 42.195 Km의 고독한 싸움입니다.

페이스 메이커... '중, 장거리 육상경주에서 자신의 능력보다 빠르게 다른 선수의 목표가 될 정도의 스피드로 다른 선수를 유도하거나 앞질러 가는 러너'를 뜻하는 말이라는 군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경기차를 유도하는 것 역시 페이스 메이커입니다.

어떻게 보면 선수가 잘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우미이지만 한 편으로는 남의 성적 우승 향상을 위해 자신은 희생해야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달리는 남자... 그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일까요?

연기 본좌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김명민 씨가 연기하는 마라토너...

영화 '페이스 메이커' 입니다.

 

 

퍼져버린 오토바이에 결국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는 남자... 그의 이름은 만호입니다.

그는 지금 치킨을 배달중입니다. 과거 같이 활동했던 동료 종수가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그는 일하고 있습니다.

그의 과거요? 그는 태릉선수촌에서 마라톤 선수들이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페이스 메이커...

하지만 그에는 큰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30Km 이상은 달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42.195 Km를 완주하고 있을 때 그는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주저 앉게 됩니다. 하지만 육상대표 감독인 성일은 그것을 알면서도 만호를 다시 페이스 메이커로 재기용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선배지만 퇴물 취급을 받는 그에게 후배 선수인 경순은 그를 무시하기만 합니다. 유망주 윤기를 돕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올림픽에 진출해야 하고 몇 장 없는 올림픽 본선티켓에 만호 때문에 불리하게 작용되면서 속상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지요.

한 편 만호를 선수촌으로 입성하게 도와준 장대높이 뛰기 선수 지원은 미녀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스타선수이지만 그 명칭이 부담스럽게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삐걱거리는 마라톤 팀으로 인해 만호는 결국 선수촌을 나와버렸고 그는 그만의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맘먹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30 Km 이상은 무리... 더구나 친동생 성호는 외교관으로 성공했지만 형 만호의 서포터즈가 오히려 부담스럽게만 다가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들은 한국대표는 출발선상에 서 있습니다.

선수생명이 끝난다는 선고를 받고서도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출발선상에 서 있는 만호...

과연 만호는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요?

 

 

 

 

알게 모르게 육상선수 혹은 태릉선수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많았습니다.

이윤정 PD의 '태릉 선수촌'이나 '닥터 챔프'도 떠오르실테고 윤성호 감독의 '도약선생'도 떠오릅니다.

육상은 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리우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떤 종목보다도 지구력이 필요한 종목이죠.

미친듯이 달린다고 성적이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어쩌면 태릉선수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새로운 이유는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일 껍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사랑도 있고 우정도 있고 그들에그는 훈련 자체가 일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서 '페이스 메이커'라는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를 들려줍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용어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선수를 돕는 도우미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냥 그저 평범한 페이스 메이커라면 이 작품이 나올리가 없지요.

영화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바로 만호의 모습입니다.

늘 남을 위해 뛰었지만 정작 자신의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고 자신을 위함이 아닌 남을 위해 뛰어야 했던 그에게는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그런점에서 그는 태릉선수촌을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게 된 것이고요. 치킨집에서 동료였던 종수와 같이 일을 하고 있지만 그는 하고 싶은 일보다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걱정해야 했고, 돈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그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신 스스로 힘으로 뛰고 자신의 기록을 보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30 Km 이상을 뛸 수 없고, 자신의 남은 선수인생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한다는 갈등과 갈망은 지원에게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윤기와 더불어 유망주가 되었고 스타가 되어 미녀새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자신에게 쏟은 그 관심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이상 신상이 털리고, 악플이 쌓일 것이며 답답해도 혼자 담배사러 갈 수 없는 것은 그녀에게는 슬픈일인지도 모릅니다.

영화 '도약선생'의 장대 높이뛰기 선수들이 그들만의 멋진 도약을 하는 것처럼 지원에게도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꿈의 발판, 도약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국내에는 그 사례가 많지 않지만 외국의 경우 선수들을 보필하고 서포터 해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우승을 차지하고 유망주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실화는 아니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아쉬움이 없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극적인 상황 연출을 위해 만호가 선수 생명이 남지 않은 인물로 그려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영화에서는 약간의 억지 설정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이상 달리기 힘든 종호를 초인적으로 뛰게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결승점에 도착하게 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감동을 주기 위해 너무 큰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럼프를 다른 방향에서 찾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이야기했더라면 이 영화는 억지스러운 느낌에서는 조금 벗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을 비판만 할 수는 없는 이유는 작은 희망이 기적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고 그 의도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은 김명민 씨 입니다.

천재 의사, 건달, 지휘자, 루게릭 환자, 어설픈 조선시대 탐정 등등... 그가 맡은 역할은 늘 새롭고 그 새로운 도전에 겁을 먹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많은 배우들이 연기 변신을 꿈꾸지만 새로운 것을 배워야하고 도전해야한다는 점에서 연기 변신을 쉽게 못하는 배우들이 많습니다.

그런점에서 김명민 씨는 타고난 배우일 수도 있지만 노력형 배우라는 생각도 듭니다. 후배들에게도 독설을 아끼지 않은 이순재 선생님이 극찬을 할 정도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죠.

 

이 외에도 고아라 씨는 이 작품에서 미녀새라는 별칭을 가진 지원 역을 맡았는데요. 얼마전 소개한 '파파'에 이어 극과 극의 작품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러진 화살'의 안성기 씨와 더불어 개봉 몇 주차로 그들의 영화가 연속으로 개봉하는 시점이라서 이것이 마이너스가 될지 플러스가 될지도 두고 볼 일이라고 봅니다.

인상적인 조연들도 많았죠. 만호를 도화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하는 조희봉 씨는 신스틸러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는 감초 연기를 톡톡히 했고요.

만호와 적대적 관계로 등장하는 경순 역의 이율 씨, 만호가 페이스 메이커가 되는 계기를 마련한 윤기 역의 최태준 씨의 경우 멋진 외모와 더불어 능숙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형 만호와 대립하다가 극적 화해를 이루는 동생 성호 역의 최재웅 씨도 인상적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초능력자' 이후 만나는 외국인 배우 아부다드도 반가웠습니다.

하나 더, 영화의 말미로 들어가면 아주 깜짝 놀랄 분이 특별출연하는데 마라톤 하면 떠오르는 그 분(!)이 등장합니다. (누군지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라톤은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라고 생각됩니다.

우승을 위해 외로운 레이스를 벌이고 반대로 선두에서 멀어지면 그 먼거리를 어떻게 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죠.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로운 싸움이 정말로 외롭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죠.

우리에게도 이런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PS. 간만에 다음뷰에 메인으로 올라왔네요. 이게 얼마만...

이 영화에서는 특이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어린시절 만호와 성호가 비오는 날 운동회에서 벌이던 달리기 장면인데요.

이 두 사람의 모습만 밝게, 또렷하게 비추고 나머지 주위 인물들은 뿌옇게 처리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의 의도는 뭐였을까요? 형제애를 부각시키려는 장면 같은데 여기에 또렷하게 등장한게 하나 있었죠.

삼양라면 한 박스... 혹시 이 영화보고 라면 땡기시는 분이 계시다면... 정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