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하울링]늑대개의 눈빛, 이나영의 눈빛... 그리고 세상을 향한 고독한 눈빛

송씨네 2012. 2. 17. 15:26

 

 

 

 

늑대개 혹은 울프 독이라고 불리는 녀석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늑대와 개가 잡종 되어 탄생한 녀석이죠.

늑대와 개의 장점을 모두 지닌 동물이라서 후각과 민접함에서는 개와 늑대를 모두 닮았지만 공격성이 뛰어나다는 면에서는 늑대를 닮았고, 주인에게만 순종한다는 점에서는 개와 닮았죠. 그래서 늑대개는 절대 길들일 수 없는 동물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기 길들여지기 쉽지 않은 늑대개 한 마리가 있습니다.

늑대개는 사람을 공격하고 피비릿내 나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고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길들지 않은 자들의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 영화 <하울링>입니다.

 

 

 

이 영화 원작은 따로 있습니다. 일본 작가인 노나미 아사 작품인 <얼어붙은 송곳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지요. 오토미치 다카코라는 여형사는 노나미 아사가 항상 자주 언급하는 캐릭터인데요. 그녀는 레스토랑에서 한 남자가 불에 타죽는 사건을 접하게 되고 이 사건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다카지와라는 고참 남자 형사가 등장하는데요. 바로 이것이 유하 감독 영화로 넘어오면서 이나영과 송강호라는 인물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다카코와 다카지와라는 이 대립관계는 소설에서는 그 비중이 작았지만 사건을 해결하면서 스릴러와 형사물을 조화롭게 섞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지요.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영화 속 은영을 남편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가족이 없는 고아로 집어넣은 것입니다. 거기에 은영은 아이도 없고 일에만 쫓겨 사는 남편과 결국 헤어지게 됩니다. 가족과 동료 형사들과도 단절된 삶을 살았던 원작의 다카코와는 차별화를 두겠다는 것이지요. 등장인물을 축소해서 더 디테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요.

 

 

 

영화의 홍보물이나 홍보방식에는 ‘늑대개 연쇄 살인사건’임을 강조합니다. 물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것은 늑대개가 사람을 죽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왜 죽였으며 은영은 왜 단절된 삶을 살수 밖에 없는가를 이야기합니다. 고독한 삶을 산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은영과 늑대개 질풍과는 상당히 닮은 점이 보이거든요. 그런 예가 몇 가지가 있는데요. 성매매 알선책이던 여인이 늑대개에 목에 물려 죽음을 당할 때, 그리고 화염에 휩싸인 은영을 질풍이 구해 주려 할 때 장면들입니다. 그들은 서로 쳐다보고 있는데 그 눈빛이 어딘가 모르게 슬프게 가득 차 있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살인에 그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슬픔을 은영과 늑대개를 통해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마도 그런 미묘한 교감 때문일까요? 이 영화는 끝을 향해갈수록 묘한 느낌으로 끝을 맺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교감을 한다는 것인데 영화에서 은영의 나레이션이 더 구슬프게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겁니다. 하지만 너무 그 교감을 강조하려다 보니 엔딩에서 미친 듯 뛰어가는 질풍의 모습에 감독은 “늑대개는 우리들의 친구입니다. 그런 그가 떠났습니다. 질풍아 안녕...”이라고 외쳐만 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거든요.

어쩌면 유하 감독의 무리한 교감 시도는 묘한 아쉬움을 남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는 이나영 씨와 송강호 씨의 콤비 플레이를 볼 수 있습니다. 송강호 씨는 <살인의 추억>, <의형제> 등등 전직 형사이거나 형사인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지 그 이미지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식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닮은듯 다른 역할들은 오히려 그게 그 식상함을 극복하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뭐니뭐니해도 반가운 것은 <살인의 추억>을 통해 족발당수(!) 원조격인 발차기 액션을 선보인적이 있는데, 오래간만에 그 액션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은영 역을 맡은 이나영 씨도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기덕 감독과 독특한 멜로를 하고, 드라마 <도망자>에서 의외의 액션을 보여준 것을 생각한다면 진정한 연기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이나영 씨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슬픔이 가득찬 이나영 씨 그 눈빛을 다른 여배우들이 따라가기란 쉽지 않을껍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조연들이 눈에 띄실 텐데 <해를 품은 달>에 아역으로 등장했던 이민호 씨와 남보라 씨 모습을 보고 반가우셨을 분들도 있을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이민호 씨는 극중 상길 아들로 잠깐 나와 못 알아보기 쉽고 그나마 남보라 씨는 전직 경찰로 등장한 조영진 씨와 더불어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상당히 중요한 인물로 나오기 때문에 이들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울링>은 잘 짜여진 원작 덕분에 국내에서 영화로 옮기면서는 완성도는 크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은영과 질풍의 교감을 잘 조절했더라면 좋았을 아쉬움이 듭니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쌍화점> 등 작품에서 남성들의 이야기를 주로 했던 유하 감독이 처음으로 여성의 심리를 이야기해보려고 노력한 점은 매우 인정되지만 그가 어느 잡지와 인터뷰에서 말했듯 동물 나오는 영화는 못 해먹겠다는 말도 있었지만 여성 심리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하셔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 영화는? 한 남자가 불에 타 죽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누가 침입한 흔적도 없고 자살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한 점들도 보이고요.

이 사건을 수사하던 상길(송강호 분)은 실적 점수도 나오지 않은 이 사건을 맡은다는 것 자체가 꺼림직합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반장(신정근 분)은 여경인 은영(이나영 분)을 이 사건에 투입시켜 같이 사건을 해결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상길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불편하기만 합니다. 이것은 상길이 근무하는 경찰서의 남자 형사들에게도 마찬가지죠.

그렇게 상길과 은영은 사건을 맡았지만 부검 결과를 보고하지 않는 상길과 어딘가 소극적인 은영의 관계는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던중 정체불명의 털을 발견하고 이 사건이 늑대개와 관련이 있음을 짐작합니다.

그 와중에 늑대개에 목을 물려 3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됩니다.

미술학원의 비밀의 방, 윤락업소.. 그리고 늑대개...

쉽게 교육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말을 들은 은영은 경찰견을 훈련하던 한 사내의 소식을 접하고 그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많은 사연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