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러브픽션]사랑은 알래스카에 쌍팔년도 감성을 싣고...

송씨네 2012. 2. 19. 14:54

 

 

 

 

※본 리뷰는 1월 19일 블라인드 시사(영화제목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보여주는 시사회)와 2월 28일 일반 시사회로 관람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에 대한 묘한 영화들이 참 많았습니다.

<사랑의 블랙홀>나 주성치의 <서유기> 시리즈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타임머신도 타야할 상황을 보여주고 <500일의 썸머>같은 영화는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 되묻죠. 사랑과 시간은 은근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겨털과 그녀의 과거 사생활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이라면 멋진 사랑이겠지만 남자이건 여자이건 과거가 있는 사람을 쉽게 용서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녀의 과거도, 겨털까지도 사랑해주는 남자... 영화 <러브픽션>입니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특이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구주월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깐깐한 성격에 애인과 헤어지고 그 애인은 자신의 삼류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미운털 박힌 인물이지요. 그런 그에게 영화사에서 일하는 희진을 이 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만났다는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인연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주월은 소설가이지만 특별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던 찰나, 출판사를 운영하는 곽 사장이 부업으로(?) ‘사건과 진실’ 같은 사실 확인이 불분명한 뉴스를 보도하는 신문사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신문이 많이 팔리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기사나 소설이 필요했기에 주월을 이용해 소설을 제안하죠. 털이 많았던 여인의 미스터리 추리극 ‘액모부인’은 그래서 이 영화 속에서는 액자형 구성처럼 등장해 또 다른 재미를 줍니다. 희진과 자신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영화는 액자형 구조 ‘액모부인’의 이야기 외에도 또 다른 장치를 등장시킵니다. 정체불명 남자가 다가와 그에게 미주알고주알 잔소리를 하지요. 영화에서는 그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지만 연극으로 치자면 일종의 멀티맨이요, 어쩌면 주월의 눈에만 보이는 수호천사가 아니었느냐는 생각도 드네요. (이 역할은 이병준 씨가 맡아주고 계십니다.)

 

액자형 구조 스토리와 멀티맨의 등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는 음악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 보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전계수 감독은 데뷔작인 <삼거리 극장>을 통해 독특한 뮤지컬 영화를 만들었던 장본인이죠. 김꽃비 씨와 천호진 씨라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죠. 전계수 감독의 뮤지컬 사랑은 이 영화에서도 계속됩니다. 극중 주월이 야간에 일하는 ‘옐로 서브마린’이라는 라이브 카페가 등장하는데 ‘로맨틱 침팬지’(김지훈/서현우/최두리)라는 팀이 노래하는 장면도 많지만 특히나 백미는 ‘알래스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 장면일 껍니다. 노래방 자막이 흘러나오는 촌티 나는 뮤직비디오죠.

 

 

 

 

 

그렇습니다. 영화는 사랑에는 최첨단이지만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쌍팔년도 시나리오의 소설이 등장하고, 노래방 화면의 뮤직비디오에 주월 옆에 붙어있는 수호천사는 어딘가 허술해 보입니다.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아날로그적 사랑을 시도하는 이들의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영상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전계수 감독의 뛰어난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러브픽션>의 주연을 맡은 하정우 씨와 공효진 씨는 같은 소속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추고 맥주 CF도 같이 찍고 하정우 씨의 국토 대장정에 나서는 만큼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고 하는 군요.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두 배우 호흡만큼은 최고라고 보여집니다.

 

<삼거리 극장>이 천호진 씨라는 의외의  비장의 무기를 썼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의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같은 '국보소녀' 멤버였던 유인나 씨는 이번에도 공효진 씨와 팽팽한 라이벌 관계로 등장하고요,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에 출연 중인 지진희 씨도 의외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보여줍니다. 지진희 씨에게 어떻게 보면 분량도 많지 않은 조연임에도 영화 속 주월을 응원하는 형으로 등장해 조력자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

 

러닝타임이 길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러브픽션>의 경우 긴 러닝타임 만큼이나 볼거리만큼은 충분하다고 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나 저러나 주월과 희진의 사랑만큼이나 궁금한 ‘액모부인’은 사랑 찾아 해피엔딩으로 끝날까요? 궁금하신 분은 이 영화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아참, 영화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궁금했는데 이 영화의 제작사인 삼거리 픽쳐스의 엄용훈 대표님이 트위터로 직접 답변도 주셨습니다. 작년 큰 흥행돌풍을 일으킨 영화 <도가니>의 제작자로도 알려진 분이죠.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PS. (2/28 추가) 두 번째 시사를 보고왔는데요. 약간의 변화가 있습니다. OST의 몇 곡이 더 추가된 느낌이 들었고요.

결정적인 것은 제가 언급한 '액모부인' 장면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경되었다는 것입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을 장면일지도 모르겠지만 '액모부인' 소설 이야기는 과거 후시녹음 스타일을 맛깔나게 연출한 장면입니다. 따라서 1970년~1980년대 느낌이 나야하는게 맞는 장면이죠. 그런데 약간 어두운 컬러로 바꾸면서 영화의 느낌이 많이 달라진 것 같네요. 죄송한데 그냥 '액모부인'은 흑백으로 살려주시면 안될까요?

 

 

이 영화는... 구주월(하정우 분)은 사랑에 기술이 없는 평범한 소설가입니다. 하지만 별 히트작없이 살아온데다가 글은 잘 써지지 않습니다.

경험을 쌓을 겸 외국출장을 나간 주월은 여기서 매력적인 영화사 직원인 희진(공효진)을 만납니다.

그녀는 돌싱이었고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얼떨결에 사진을 찍은 주월과 희진의 관계는 더욱 더 깊어만 갑니다.

글이 안써지는 와중에 곽 사장(조희봉 분)은 그에게 연재소설을 제안합니다. 자회사로 운영하는 신문사에 소설을 써달라는 것이죠.

희진에 대한 모습을 보고 만들어진 '액모부인'은 큰 히트를 치게 됩니다.

하지만 희진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접하게 되면서 주월은 그녀를 계속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고 몇 년 후 그녀가 살고 있는 알래스카로 책과 CD 한 장이 도착합니다.

과연 주월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리고 '알래스카의 기적'은 이들 커플에게 생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