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접하면서 특이한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근데 이 영화는 그렇게 간단한 영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에 이야기할 작품은 영화 <휴고>입니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유품인 커다란 태엽 로봇과 관련이 있습니다.
조르주라는 이름만 등장한 이 노인의 정체는 바로 1900년대 무성영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달세계 여행>(Le Voyage dans la lune)을 만든 장본인인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라는 겁니다. 실제 인물이라는 것이죠.
그렇지만 이 영화는 판타지입니다. 분명히 말이죠. 원작 「위고 카프레」의 동화는 그대로 끌고 오는 대신에 멜리에스의 영화 인생에 대해 후반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요. 이 영화는 태엽 로봇의 비밀을 찾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자칫 그렇게 착각하기 쉽지만 태엽 로봇이 그려낸 그림의 정체와 멜리에스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목표이지요. 로봇은 그저 도우미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바로 태엽 로봇이 그려낸 것이 앞에 이야기한 영화 '달세계의 여행'의 한 장면이었던 것이고요. 그리고 그 모든 비밀은 한꺼번에 풀리게 됩니다. 휴고에게 매몰차게 멜리에스가 내쫓은 이유라던가 멜리에스의 손녀인 이자벨에게 다른 건 모두 허락해도 영화를 보는 것을 금지했는지에 대한 이유, '달세계 여행' 그림과 태엽 로봇과의 관계 등이 한번에 풀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이 떠오르실 겁니다. 잠깐 앞에도 이야기한 <아티스트>이죠. 그런데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아티스트>는 1920년대 미국의 영화산업을 이야기하고 있고 <휴고>는 그보다 더 오래된 1900년대의 프랑스의 영화산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공교롭게도 <아티스트>의 미셸 아자나비슈스 감독은 프랑스인이고 그는 과거 미국의 영화산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마틴 스콜세지는 미국 감독이지만 프랑스의 영화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거 뭐하자는 짓들이죠?) 하지만 미셸 아자나비슈스 감독과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감독이기 이전 소문난 영화광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지금의 그들을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 점에서 <휴고>를 보고 나서 <아티스트>를 보셔도 좋고 반대로 <아티스트>를 보고 나서 <휴고>를 보면 왕성했던 프랑스와 미국의 영화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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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아티스트>와 <휴고>는 영화산업의 침체기를 보여주는 부분에서도 상당히 유사한 부분을 보여줍니다. <아티스트>는 1920년대 무성영화의 종말을 보여주는 대목이 등장하며 아울러 미국경제 시장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휴고>의 경우 더 심각합니다.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전쟁으로 온 나라는 쑥대밭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전쟁에서 부상당하거나 희생됩니다. 그런 가운데 즐기는 영화산업이 쇠퇴할 수밖에 없고 영화 속 멜리에스는 자신의 돈을 모두 투자해 만든 영화와 스튜디오가 사라지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필름은 모두 소각해 플라스틱 구두 굽으로 되는 장면은 실제로도 영화산업의 위기를 직접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이죠. 영화의 시작을 알린 프랑스도, 그리고 영화산업을 잘 정착시킨 미국도 영화산업에서 많은 진통과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죠.
더 재미있는 사실은 <아티스트>와 <휴고> 모두 현재의 디지털 시대, 3D 시대를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겁니다. <아티스트>는 더 촌스럽게 무성영화 시스템을 현대에 적용했으며 <휴고>는 대놓고 3D로 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두 감독 모두 그 방식이 다를 뿐 옛것을 기억하고 새로운 것도 받아들이는 ‘온고지신’의 정신을 계승하려고 나름 노력했다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아카데미가 이 두 영화에 상을 똑같이 나눠준 것도 그런 공로가 크지 않아서이겠느냐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두 사람은 클로이 모레츠와 아사 버터필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클로이 모레츠는 정말로 오래간만에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았고 가장 편안한 또래의 배우들과 연기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킥 애스>는 너무 강렬했고 <렛미인>의 헐리웃 리메이크판도... 강렬했으니깐요. 강렬한 연기도 좋지만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의 도전도 중요하니깐요.
아사 버터필드의 경우 눈매가 초롱초롱한 모습이 인상적인 배우인데요. 출연작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 훈남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은 배우입니다.
영화에서 많은 열쇠를 쥐고 있는 멜리에스로 등장하는 벤 킹슬리는 인도 정부와 영국 왕비로부터 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는 등 영국의 국민배우로 명성이 높은 배우입니다. 동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실존인물이라는 점에서 아마도 그에게는 또 다른 연기도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이외에도 코미디 연기로 사랑받고 있는 사챠 바론 코헨이 기차역의 치안을 지키는 인물로 등장해 웃음을 선사했고요, 쥬드 로는 정말 카메오 같이 등장해서 기억하기 쉽지 않으실껍니다. 바로 휴고의 아버지 역으로 잠시나마 등장했지요.
멜리에스의 작품 <달세계 여행>은 지금도 많은 영화 마니아들이나 영화를 공부하는 분들이 많이 참고하는 작품입니다. (부천영화제 1회 개막작이 이 작품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공연을 하기도 했죠.) 유튜브로도 검색해서 감상할 수 있을 만큼 내용도 짧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런 촌스럽기 딱이 없는 세트와 연출 방식에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1900년대 유행을 선도했던 그들의 노력이 있기에 영화라는 문화가 지금에 이르러 크게 발전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휴고>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또 다른 영화를 이야기합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정거장의 기차 도착>이라는 짧은 영상물이죠. 근데 그 시절 사람들은 이 짧은 영상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미친듯이 화면에서 달려오는 열차를 보고 그게 스크린을 뚫고 올라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하죠. 지금 우리는 3D도 모자라 4D 영화를 보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더 쇼킹한 영화들이 나올테고, 더 쇼킹한 효과가 등장하겠지요.
하지만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멜리에스와 뤼미에르 형제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영화를 즐기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네요.
그들에게 정말로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것 같네요. 땡큐... 뤼미에르 브라더스, 땡큐 조르주 멜리에스...
(아마 수 십년, 수 백년 뒤에는 제임스 카메론과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에게 땡큐를 외치겠네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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