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이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드라마...
점 하나만 잘 찍어도 '페이스오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었고, 배다른 남매는 고전이 되었고 출생의 비밀이니 불치병은 패키지로 찾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욕하면서도 보지만 시청률이 올라가는 이유는 그것을 나름의 장치를 많이 숨겨놓은 탓이겠지요.
이란성 쌍둥이 남매가 있습니다. 그들의 사랑을 한다고 합니다. 과연 축복받을 수 있는 사랑일까요? 영화 <열여덟, 열아홉>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은 몇 년 전부터 들려왔던 소식이었지요. 당시 호야 역을 맡은 유연석 씨의 복싱 경기 장면이 공개된 컷이 등장했고 이 영화는 <호야>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지는가 했습니다. 하지만 독립영화들이 제작상 많은 애로사항이 많은 만큼 이 작품은 그렇게도 잊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이킥' 시리즈의 세 번째 시즌에서 백진희 씨의 인지도가 없었더라면 이 작품이 다시 빛을 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탓으로만 이 영화를 말할 수는 없겠지요. 어쨌거나 이 작품 <열여덟, 열아홉>은 관객에게 드디어 선을 보이게 됩니다.
그들이 왜 사랑을 하게 되었고 언제부터 사랑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에 시작을 알린 것은 이들이 열아홉 주민등록증을 받고 나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열아홉이 되었으니 야한 영화도 볼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고 성인이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용서 되는 나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면 열매의 모양이 되었을지 몰라도 아직 덜 익은 과일 같은 모습이죠. 숙성되지 않은 그들의 풋사랑은 그래서 우리에게 공감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단지 이 이야기가 남매간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그 관계가 다를 뿐 일반 젊은 소녀와 소년의 사랑이라고 대입해도 그리 나쁘지 않은 방식의 전개를 하고 있습니다. 호야(유연석 분)와 서야(백진희 분)는 어긋난 사랑과 질투 작전을 유발해 서로의 사랑을 테스트하려는 느낌마져 듭니다. 서야를 짝사랑하는 고등학교 복싱부 주장 일강(김정헌 분)은 그녀에게 열렬히 고백하지만 퇴짜만 당합니다. 그 이유를 알 리가 없고 그녀를 향한 그의 구애는 계속되지요. 하지만 서야가 일강과 사랑을 하는 계기는 호야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한 도미(엄현경 분) 때문이었습니다. 호야도 그렇게 도미를 싫지만은 않았고 그들은 커플이 됩니다. 이들 두 커플의 사랑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질투와 질투가 낳는 하나의 테스트이자 시험대였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서야의 임신소식을 호야가 보면서이지요.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이 확인되었고, 곧장 일강에게 복수하기 위해 호야는 찾아갑니다. 하지만 약골인 호야에게 복싱부 일강이 상대가 될 리가 없었지요. 얼떨결에 그는 복싱을 시작하게 되었고 오로지 일강과 이기기 위해 그는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합니다. 사실 의외로 재미있는 부분은 이 장면이었습니다. 다른 주인공들이라면 복수에 실패한 훈남들은 화장실 거울 속 본인을 발견하고는 주먹으로 그 거울을 내리치는 아주 틀에 박힌 장면을 보여주겠지만 영화에서 호야는 그런 것조차 두려워 하지를 못하지요.
다만 체육관 화장실 세면대를 박살 내면서 얼떨결에 복싱의 길에 들어서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까칠한 코치인 기주(이영진 분)을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여자이지만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그녀는 호야를 받아들이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지만 관장이자 그녀의 아버지(박용식 분)의 설득에 마지못해 그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간만에 보는 복싱영화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스파링과 센드백, 신문을 나르면서 운동하는 호야의 모습은 <록키>같이 비장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복서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호야에게는 첫번째 신인왕전이 시작되고 호야는 일강을 KO 시킵니다. 하지만 과거 호야와 서야의 키스가 담긴 스티커 사진을 일강 친구들(패거리에 가까운)이 유포하면서 학교는 발칵 뒤집히게 됩니다. 일강의 짓이라고 느낀 호야는 학교 옥상에서 혈투를 벌이고 그들은 다음 해에 두번째 신인왕전에서 다시 맞붙게 됩니다.
이 작품은 사랑하는 주체만 다를 뿐 청춘영화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사실 매우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므로 이 방식이 더 안전할 수 있지요. 물론 일각에서는 일본 드라마나 순정만화 풍의 이야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독립영화에서 꽃미남 스타일의 주인공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깐요. 다만 음악을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려고 했던 점은 이 영화에서 마이너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OST의 중요성을 제 리뷰에서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에 들어가느냐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얼마전까지 일부 드라마에서 과도한 음악이 시청자로부터 눈총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생각해볼 문제이죠.
백진희 씨와 이영진 씨를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낯익은 배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호야 역을 맡은 유연석 씨 같은 경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우진(유지태 분)의 아역 역을 맡으면서 서서히 그 이름을 각인시켰고 영화 <혜화, 동>에서는 혜화(유다인 분)를 사랑하는 남자 한수 역을 맡았지요. 백진희 씨의 경우 많은 분이 착각하고 있지만 그녀 역시 독립영화에서 이미 인정받은 배우입니다. <반두비>의 민서 역으로 등장해 카림(마블 알럼 분)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백진희 씨와 유연석 씨는 알고 보면 독립영화가 배출한 스타라는 것이죠. 하지만 모두 TV의 프로필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외에도 일강 역의 김정헌 씨는 알고보면 모델 출신이고요, (왜 영화에서 복근을 강조해서 보여줬는지 이해가 가시죠? ^^; ) 도미 역의 엄현경 씨는 경우 CF 모델로 활동했으며 드라마 등에 출연해 연기를 보여준 배우입니다. 소소한 역할을 해낸 배우들이지만 이들 모두 알고 보면 경력은 대단하죠.
<열여덟, 열아홉>은 청춘영화의 느낌이 강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그리 강조하려 하지 않았고, 다만 있어서는 안 될 그들의 위험한 사랑을 전혀 위험하지 않게 그렸다는 것입니다. 막장 소재라고 하지만 막장을 막장으로 만들지 않는 것도 연출가의 재능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어두운 소재를 유쾌하게 그려낸 연출력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이겠지요. 맞습니다.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그러나 젊음이라는 이름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한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독립영화가 꼭 어려워야 할 필요는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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