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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1%의 우정]자연스러운 실화가 만든 기적! 독하지만 따뜻해!

송씨네 2012. 3. 24. 00:12

 

 

 

불구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많습니다.

근데 대부분이 지치고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이에게 누군가가 찾아와서 힘이 된다는 내용의 뻔한 소재가 많죠.

더구나 이런 작품들은 몇 장면에는 슬픈 음악도 가끔 깔아주어야 합니다. 복잡한 전개와 위기는 기본이고요.

그런데 그런 장치 없이도 따스하지만 유쾌한 웃음을 주는 영화가 있네요.

실화라서 더 감동적이고 멋진 이야기...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이하 '언터처블') 입니다.

 

 

 

 

재산이 엄청나게 많은 갑부 필립(프랑수아 클뤼제 분)은 오래전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몸을 쓸 수 없는 남자입니다.

그를 도와줄 사람이 당연히 필요한 시점이지요. 간호학을 공부했다는 사람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필립의 도우미 역할을 자청했지만 그저 그런 면접장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한 남자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면접보다는 취직에 실패했다는 증명서를 받아야 지원금이 나온다고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드리스(오마르 사이 분) 인대요, 다음 날 바로 출근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드리스라는 이 남자... 뭔가 불안합니다. 좀도둑 이력도 있고 어려운 가정사에 비서인 마갈리(오드리 플뢰로 분)에게 집적대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요양사 관련 자격증도 없고 간호인 경험도 전혀 없는 이 남자가 모든 이들에게 불안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죠.

그럼에도 필립은 드리스와 내기를 합니다. 오래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내기를 말이죠.

더구나 이렇게 뭔가 이상해 보이는 드리스에 필립은 신뢰를 얻고 있으니 그게 더 이상한 일이죠.

 

 

어쩌면 필립과 드리스는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배운 것 없는 드리스는 오로지 힘과 거친 말투로 상대방을 공격하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자신의 가족들이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 테니깐요. 특히 자신과 배다른 동생(영화를 보시면 이해가 가는 대목일껍니다.) 아다마(키릴로스 멘디 분)가 자신처럼 될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면 더 그렇죠.

필립 역시 불편한 몸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드리스가 먹고 있는 초코볼도, 자신에게 온 전화도 손을 이용해 받을 수 없는 아주 불편한 몸이지요.

서로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 참으로 멋진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코미디입니다. 또한 실화이고요.

몸이 불편한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매우 많았고 대부분이 비극적이고 우울하기만 합니다.

최근 개봉한 인도영화 <청원>을 보더라도 안락사에 대해 고민하는 갑부 이튼(이틱 로샨)이 등장하죠.

근데 <청원>과 <언터처블>은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조금 다릅니다.

<청원>과 <언터처블> 모두 좋은 조력자들을 옆에 두고 있었지만 어떻게 코치하느냐는 다른 모습이었지요.

필립에게 담배를 권해주고 이상한 우편물은 '화끈한 밤' 폴더에 보관하는 세심함(!)까지 보여주니 말이죠.

이것이 드리스가 하던 방식이었고 그만의 유쾌하게 세상과 맞써는 방식이었지요.

고리타분한 클레식은 도저히 못 들어주겠고 개나 소나 다 그릴 것 같은 그림을 그려 11,000 유로(한화로 약 1600만 원)에 팔아먹는 모습도 유쾌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부유층의 값비싼 작품 구매에 대한 풍자와 조롱도 포함된 것 같더군요.)

 

<언터처블>은 어려운 여건을 이겨낸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눈물이나 신파를 강요하지 않고 충분히 감동을 주고 웃음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 작품은 위기에 해당하는 부분도 없고 그 흔한 악당도 없습니다.

하지만 실화의 이야기에 굳이 가상의 악당을 그릴 수도 없고, 억지스러운 위기 상황을 창조할 필요가 없죠.

그런 걸로 시나리오 만들려고 머리 쥐어짜느니 솔직하게 그려내는 것이 옮은 방법이죠.

저는 오히려 이런 자연스러움이 좋더군요. 악당도 없고 너무 위기를 보여주는 그런 장면들이 없는 게 낫다는 얘기죠.

 

 

이 음악은 OST 적으로도 상당히 다양한 음악들이 등장합니다.

영화 시작에 등장하는 'September'라는 곡만 해도 그렇습니다. 유쾌하게 시작되는 음악은 이 영화의 분위기가 절대 어둡게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이외에도 이 영화에는 이 노래의 주인공인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And Fire)의 히트곡이 퍼레이드로 펼쳐집니다.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음악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국내에서는 CF에서 많이 등장해 우리에게 낯설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또 다른 그들의 히트곡인 'Boogie Wonderland'도 마찬가지죠.

또한 드리스가 클레식 음악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꿔 말하는 장면도 인상적인데요, 비발디의 '사계' 중 봄 1악장의 경우 프랑스 안내서비스 음악이라고 이야기하고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톰과 제리> 음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이 작품에는 팝과 클레식이 적절히 구성되어 있습니다.

 

 

배우들이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아무래도 프랑스 영화이다 보니 그렇죠.

필립 역의 프랑수아 클리제의 경우 <프렌치 키스>와 <비기닝>으로 국내에 알려졌으며 매우 많은 프랑스 영화에 출연한 배우입니다. 드리스 역의 오마르 사이의 경우는 국내에는 많이 알려진 작품은 없지만 필모그레피에는 많은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 것으로 되어 있네요.

하지만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2011년 프랑스 박스오피스의 기록들을 갈아치우게 됩니다.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합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실제 주인공들이 궁금하실껍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실화니깐요.

필립은 실제로도 와인을 만들던 거대 자본가였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처럼 불의의 사고와 아내의 죽음으로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을 겪기도 했지요.

필립과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인 애브델은 쉽지 않은 제안 끝에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을 허락했고 실제 영화 감상 후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하네요.

영화의 엔딩에는 이들의 실제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현재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명시했고요.

분명한 것은 유쾌한 영화답게 이들의 미래도 해피엔딩이라는 것이죠. 어떤 해피엔딩일지는 극장가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과거 장애인들을 다룬 영화들은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절대 그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많은 부상을 당한 화가 프리다 칼로도 그렇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필립도 그렇고 그들만의 무한한 노력과 좋은 조력자들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거나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도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절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어쩌면 안락사나 자살 혹은 우울한 생각을 하지 않고 긍적적으로 살아가는 필립과 애브델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보이네요.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들의 2막 1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일 테니깐요.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