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아르마딜로]그들만의 위험한 전쟁놀이... 반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송씨네 2012. 3. 27. 01:35

 

 

 

 

 

저는 이 나라가 바보 같다고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저 같은 모자란 인간을 군대로 보낸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름 군생활 2년 1개월을 마치고 만기 전역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 국가가 무슨 생각으로 나를 군대로 보낸 것이겠냐는 의문 말입니다.

전쟁도 싫고 싸우는 것도 귀찮은 저로서는 군대에서 전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전쟁에 대해 생각해볼 작품이 있습니다. 국내 개봉을 앞둔 덴마크에서 물 건너 온 다큐멘터리 <아르마딜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덴마크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지 않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아프가니스탄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요.

분명 우리는 많은 전쟁영화를 봤을 테지만 이것은 영화가 아닌 실제상황... 바로 다큐멘터리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이 이야기는 실제상황입니다.

 

 

 

서남아시아에 속하는 나라 아프가니스탄...

이곳에 네 명의 젊은이가 짐을 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매즈 미니, 다니엘 웰비, 라스무스 문케... 그리고 한국계 덴마크인 김 비르커뢰드입니다.

입영통지를 받은 네 명의 청년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광란의 섹스파티를 즐기고 나서 바로 낯선 나라에 와 있습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는 주민의 신변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탈레반 게릴라들을 몰아내야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평화유지군이죠. 이들의 대부분은 덴마크 군인들이고 일부는 영국군도 있습니다. 약 170여 명이 모여있지요. 

 

정신없을 것 같은 전장을 기대했던 그들이지만 지루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프간 주민은 탈레반과 평화유지군의 폭격소리에 일상생활이 불편할 지경이고 포탄에 가축들이 죽어나가는 일도 많아집니다.

어쩔 수 없이 항의하고 화풀이하는 대상은 이들 평화유지군이고요.

긴장감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너무 조용한 마을...

네 젊은이를 비롯해 병사들은 야한 동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고 전화를 걸으며 그들 나름대로 외로움을 달래는 중이지요.

이들은 6개월의 기간에 이곳을 지키면 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지루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포탄이 터지고 소대장이 부상을 당합니다.

그러나 가벼운 부상이라 다시 복귀한 그는 다시 싸워야 하는 이유를 비장하게 이야기합니다.

진지를 보수하고 무인 모형비행기를 날려 정찰하고 그들은 끊임없이 전투준비를 하게 됩니다.

매즈를 포함한 네 명의 청년들에게도 위기가 다가오지만 뜻밖에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양심과 고통이 없는 건 아닙니다. 수류탄 공격으로 아프간 여자아이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자 괴로워하는 병사의 모습도 보이니깐요.

하지만 고의가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정당성을 계속 주장하려고 하는 것이죠.

총격과 포탄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탈레반 측에서 세 명이 사살되고 이들을 사살한 장병에게 부상이 수여되면서 이들의 사기는 더욱더 커집니다.

그러나 이들의 복귀날짜가 다가올수록 상대편 부대에서는 좋지 않은 소식들만 들려옵니다. 심지어 탈레반 사체 안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헌병대의 첩보가 들려오면서 과연 이것이 사실인지 조사하려는 움직임에 부대는 발칵 뒤집히게 됩니다.

 

 

 

 

전쟁을 이야기한 영화는 분명 많았습니다. 하지만 카메라가 보여주는 전쟁에 대한 참혹함은 한계가 있습니다.

분명 짜고 치는 고스톱 처럼 대부분의 장면은 합에 의해 그것들이 관객에게 보일 테니깐요.

그러나 이 작품 <아르마딜로>는 덴마크 청년 네 명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전쟁에 어떻게 미쳐가는가를 보여줍니다.

물론 그들은 전쟁광이 되거나 전쟁에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들이 탈레반을 공격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들을 사살한 것도 '인도주의적'으로 사살했음을 강조합니다.

인격을 중시하며 인간애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도주의'인데 그들이 말하는 '인도주의적'이라는 단어와는 분명 너무 큰 차이가 보이지요.

 

이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낸 6개월의 기간이 끝나고 그들은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그중에는 다시 전쟁터로 돌아간 인물들도 있습니다.

기술을 배우러 덴마크로 돌아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총성과 포탄이 난무하는 전쟁터로 돌아간 것이죠.

근데 이 대목을 보면서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여성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가 만든 영화 <허트 로커>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르마딜로>는 <허트 로커>의 실사판 버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폭탄물 제거팀의 제임스(제레미 레너 분)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모험에 가까운 행동들로 동료 병사들을 난처하게 만드는데요.

정작 고향으로 돌아온 제임스는 폭탄 제거만큼은 뛰어난 기술자였지만 오히려 폭탄제거보다도 쉬운 마트에 널려있는 수많은 시리얼을 고르는 일에는 매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지요. 결국 그는 다시 전쟁터로 자원하여 들어가게 되고 그의 머리 위로 카운트는 그의 복귀일이 다시 늘어난 숫자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다시 전쟁터로 향한 덴마크 청년들이나 <허트 로커>의 제임스와 뭐가 다를까요?

 

<아르마딜로>는 감독의 어떤 견해도 밝히지 않고 나레이션 없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네 명의 병사들과 소대원들의 인터뷰가 등장하지만 거기서도 감독 입맛에 맞게 편집을 다시 하는 등의 방식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이 작품은 과연 우리가 이 무모한 전쟁에 소모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올해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상영되어 많은 화제를 모았으며 이 영화제를 같이 주최했던 at9의 정상진 대표는 아예 이 영화를 수입하기로 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분명히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저처럼 전쟁은 필요하냐는 의문을 가지시는 분이 계실 것이고, 반대로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으실 분도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라는 것이죠.

물론 판단은 이 작품을 보실 관객분들의 몫이지만 전쟁의 당위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을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극영화에서 리얼이 중요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진정한 리얼이 뭔지는 이 다큐를 보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만의 위험한 전쟁놀이... 과연 그 전쟁놀이는 계속되어야 할까요?

 

PS. 이 영화는 오프닝에 섹스파티 장면 같은 자극적인 장면 때문에 18금 등급을 받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시사회나 특별전 등을 통해 이 작품은 18금 등급이었으니깐요. 근데 15세 등급을 확정했네요.

모자이크가 나오지 않고서는 이 오프닝을 삭제하기 힘들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