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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돌아왔다]부담없이 유쾌하게 즐기는 범죄액션 소동극!

송씨네 2012. 3. 31. 14:36

 

 

 

 

 

코엔 형제나 타란티노 같은 이들이 인상적인 이유는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양반들이기 때문이죠.

특히나 사건과 사건이 줄줄이 사탕으로 이어지고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각각의 다른 사건들이 하나로 만날 때 관객들은 깜짝 놀라게 되지요.

우리나라에는 이런 이야기꾼은 있을까요? 물론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기 다른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는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들이나 작가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게 쉽지만은 않고요. 그런 점에서 노리는 것은 하나인데 그 노리는 이유가 제각각이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요.

얼마 전 시사회로 만난 <시체가 돌아왔다>는 그런 점에서 한국식의 유쾌한 소동극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영화는 비리로 가득한 재벌그릅 회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피부암 내성을 막을 수 있는 인공피부를 개발한 연구진... 하지만 그 연구내용을 미국에 빼돌리려는 김택수 회장(남경읍 분)으로 인해 연구진들은 그것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입니다. 더구나 이들은 거리로 내몰리며 사실상 지원비도 못 받는 상황입니다. 그런 와중 연구원 진수(정인기 분)가 의문의 사고를 당합니다.

진수의 병원비와 연구원들의 생계를 졸지에 책임져야 할 현철(이범수 분)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죠.

방탕한 생활을 하던 진수의 딸 동화(김옥빈 분)도 나타나 진수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한편 김 회장이 스티브 정(정만식 분)의 계략에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연구내용이 담긴 칩도 김 회장 몸에 남아있게 됩니다.

시신을 빼돌려서 김 회장의 몸값을 받자는 위험한 계획을 준비하는 현철과 동화에게 엉뚱하게도 시신이 뒤바뀌고 죽은 줄 알았던 시신이 움직이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것은 시신이 아닌 바로 진오(류승범 분)...

사체빛으로 성구(고창석 분) 일당에 쫓기던 와중에 병원 시체 보관실에서 일하던 친구 명관(오정세 분)의 도움으로 시체로 위장을 했던 것이죠.

이유는 다르지만 시체를 노린다는 것은 모두 같은 목적이 있지요.

김 회장의 고문 변호사이던 스티브 정은 그 마이크로 칩이 필요했기에 회장을 살해하고 그 후 이득을 보려고 했던 것이고, 진수는 몸값을 이유로 그랬으며 이들의 뒤를 쫓는 국정원 역시 뭔가 내부비리가 있을 것을 직감하고 이들의 뒤를 밟았던 것입니다.

 

 

이 작품은 마치 소동극 같은 코미디를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체가 오간다는 설정은 스릴러에서나 나오던 방식이었지만 코미디로는 마치 불분률처럼 등장한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달콤 살벌한 연인> 같은 작품을 통해서 이런 방식의 코미디가 등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체를 길게 클로즈업하지 않게 했고 총이나 칼로 찢긴 시체가 아닌 온전한 방식의 시체를 등장하여 최대한 덜 자극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 영화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더구나 과거였다면 이런 장르나 장면의 시도는 위험한 발상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시체가 돌고 돌면서 어느 쪽에서 가짜로 드러나고 어느 쪽에서는 가짜를 진짜로 알고 쫓는 모습도 보여주죠. 거기서 보여주는 상황들은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합니다.

 

이 작품에서 긴장감과 몸개그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은 의외로 국정원 요원인 하연(유다인 분)이 납치당하는 상황에서부터라고 생각됩니다.

스티브 정과 김 회장의 몸값을 거래하기 위해 이들 팀원으로 위장한 하연은 졸지에 현철 일당에게 납치당하면서 일이 꼬이는 상황이 벌어지는데요.

특히나 아무도 살지 않는 흉가 같은 재개발 아파트에 이들이 은신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은 스티브 정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몸개그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면이죠. 하연을 비롯해 현철, 동화, 진오가 미친 사람처럼 재개발 아파트를 돌아다니는 장면은 상당히 재미있는 장면이었지요. 거기에 재개발 반대를 외치는 구호가 담긴 현수막에 온몸이 칭칭 감긴 하연의 모습은 마치 미이라를 연상시키지만 거기서 의외의 웃음을 보여줍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소라면 공동묘지에서 벌어지는 혈투이죠.

그러나 저는 이 장면이 약간 불쾌했다고 해야 할까요? 많은 영혼이 잠들어 있는 곳에서 시체가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관이 불타고 총격전을 벌인다는 점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공동묘지라는 것이 기존의 <전설의 고향>을 비롯해 공포물에서 보아왔던 장소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공포물에서 벗어나 코믹 액션에서도 공동묘지가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신선해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공동묘지에서 오락적인 액션을 추구하기에는 그 영혼에 대해서는 무례함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이 영화는 코미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무려 두 명이나 등장합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셀러리맨 초한지>에서 어눌할 것 같지만 비상한 두뇌를 지닌 사원 유방으로 열연한 이범수 씨가 바로 그 첫번째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코믹한 반항아 역할 전문인 류승범 씨가 또 다른 인물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두 코믹 캐릭터 배우를 충돌시키는 모험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류승범 씨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혼자서 원맨쇼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였으니 말이죠. 대신 이범수 씨는 김옥빈 씨와 같이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고요.

이외에도 뜻밖에 이번에는 비중 있는 악당으로 등장한 정만식 씨나 독립영화에서 격정적인 멜로를 주로 선보인 유다인 씨가 첫 코믹물에 도전했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고창석 씨와 오정세 씨는 여전히 코믹한 역할로 영화를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했었고, 성구의 부하로 등장했던 김창희 씨나 또 다른 국정원 요원으로 등장한 신정근 씨도 간간이 모습을 비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우선호 감독으로 작년 미장센 영화제에서 단편 <정말 큰 내 마이크>로 주목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그에게는 첫 장편 치고는 상당한 모험을 하였는데요. 데뷔작치고는 나름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재개발 아파트의 장면이나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연구원들, 비리로 얼룩진 재벌 그룹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풍자가 아닌 너무 빙빙돌려서 풍자를 하다보니 그 메시지를 쉽게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무한도전>을 즐겨봅니다만 김태호 PD가 매회 에피소드를 통해 정치나 사회 풍자를 그만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하되 그것을 너무 빙빙 돌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는 느낄 수 없어도 그게 풍자임을 느낄 수 있는 힌트를 제공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선호 감독은 마치 포스트 김태호가 되고 싶지 않았느냐는 생각도 드네요.

 

 

 

 

<시체가 돌아왔다>는 너무 깊이 생각할 영화는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가볍게 생각하는 킬링타임용 영화에 가깝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 영화의 현실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