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로맨스 조]다른 각도로 보고 또 보고... 같은 얘기인데도 특이한 영화!

송씨네 2012. 4. 4. 22:57

 

 

 

 

여러분에게 첫사랑은 어떤 느낌인가요?

매달 쏟아지는 영화 중에는 은근히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첫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다양하죠.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도 있듯 그 첫사랑에 대한 느낌과 종류도 다를 수밖에 없지요.

여러 사람이 들려주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 하지만 그 결론이 같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는 어느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

뒤늦게 관람한 영화... 오늘은 <로맨스 조>를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가 묘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같은 남녀의 사랑이야기인데 여러 사람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그 이야기의 틀은 바뀐 게 없고 심지어는 그대로 이야기가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다른 사람이 같은 상황을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바람에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던 일부 영화나 드라마의 스토리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에는 바로 '로맨스 조'라는 정체불명의 사내를 통해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 감독으로 큰 명성을 얻은 이 감독(조한철 분)은 프로듀서에게 떠밀려 한 외딴 모텔에 도착하게 됩니다.

시나리오는 써지지 않는 가운데 커피 한 잔 마셔볼까 하는 생각에 전화를 걸지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퀵서비스처럼 바로 도착한 다방 레지...

다방 레지(신동미 분)는 이 감독에게 티켓을 끊는 조건으로 '로맨스 조'라고 불리우는 한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하기로 합니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데 이 앞에는 로맨스 조의 부모로 보이는 이들이 등장해 그의 생사를 묻기 시작합니다.

로맨스 조를 수소문하던 그의 친구 서담(김동현 분)은 그에 대한 소식을 알려주며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시나리오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스토리가 동시에 진행되고 각기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겠구나 관객이 생각할 때쯤에 이 영화는 그것을 보기 좋게 비웃듯이 이야기가 연결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로맨스 조의 과거로 돌아갑니다. 어릴 적 첫사랑이던 초희(이채은 분)의 자살미수 사건을 접했던 로맨스 조(김영필 분)은 그녀를 잊지 못해 그녀처럼 자살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이때 앞에 등장한 다방 레지가 우연히 모텔 방을 잘못 찾는 바람에 그의 모습을 보게 되었지요.

자살을 포기하던 그는 초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세 번째로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액자 구조 속에 또 다른 액자 구조가 시작되는 것이죠. 하지만 조금 전에도 이야기 드렸듯 그 모든 이야기는 알고보면 하나로 통한다고 말씀드렸죠?

어릴 적 소년이던 로맨스 조(이다윗 분)은 초희의 사건을 접하면서 서로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하지만 초희의 아버지(조덕제 분)는 그런 만남을 좋아할 리가 없지요. 더구나 자신은 교사인데 자신의 딸 자살 소동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 또한 좋아할 리가 없을 테고요. 그렇게 이들의 관계는 멀어지나 싶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초희는 서울로 달아나자고 제안을 하게 됩니다.

무작정 서울로 도망간 로맨스 조와 초희... 하지만 로맨스 조는 결국 초희 곁을 떠나게 됩니다.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에는 부담감이 너무 컸던 것이죠.

 

다시 이야기가 현재로 돌아오는가 싶은 지점에서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합니다.

초희의 아들로 보이는 또 다른 꼬마(류의현 분)의 등장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무작정 가출한 이 꼬마가 찾아간 곳은 그 다방 레지가 운영하는 다방입니다. 다짜고짜 엄마를 찾으러 왔다고 당돌하게 이야기하지요. (영화에서는 아리랑 다방이라고 나오는데 실제로도 있는 다방입니다. 엔딩 크레딧에 나와 있더군요.) 그러면서 이야기는 다시 앞에 자살을 시도하려는 중년의 로맨스 조가 있던 모텔을 비춥니다. 이야기는 그 꼬마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초희와 로맨스 조의 이야기로 되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액자 형식의 구조이지만 누구의 입에서 시작되건 이야기의 시작과 그 과정은 똑같다는 것이죠.

서로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영화들만 보다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같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참으로 희한한 영화라는 겁니다.

이 희안한 시나리오는 결국 영화잡지 씨네 21의 기획력과 임순례 감독의 보리픽쳐스가 만나 희안한 화학작용을 일으킵니다.

 

 

 

 

<고지전>과 <시>를 비롯한 작품에서 활약한 이다윗 군이 소년 로맨스 조를 연기했고,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 출연했던 김영필 씨가 중년의 로맨스 조를 연기하였습니다. 장편과 단편,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하던 이채은 씨가 초희 역으로 등장했는데 이채은 씨의 경우 소녀, 젊은 역할을 굳이 나뉘지 않고 연기를 했습니다. 상당히 동안인 배우인데 이다윗 군과는 실제 나이 차가 엄청났다고 하죠. 하지만 분위기를 리드해서 이다윗 군과 연기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줄탁동시>의 김새벽 씨와 , <할 수 있는자가 구하라>(인터넷 버전/캐이블 TV 버전)에서 인상 깊은 여기를 조한철 씨도 이 작품에 등장하여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인상 깊은 배우는 다방 레지로 등장한 신동미 씨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영화에서 사실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초희와 로맨스 조의 사랑 이야기를 그야말로 제 3자로서 바라보죠.

그런데 영화의 후반에서는 이 다방 레지가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는 의외의 반전(?)을 보여줍니다. 물론 다방에서 소설을 읽고 있는 장면은 사실 예사로운 장면은 아니었지만 문학을 전공했다는 부분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이 감독에게 이야기한 로맨스 조에 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허구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는 겁니다.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 뒤에 등장하는 중년의 로맨스 조나 초희의 아들의 이야기는 진실이었음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정말로 독특합니다. 이유는 앞에 이야기 했던 바와 같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광국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홍상수 감독의 제작부에서 활동했다고 하는군요. 홍상수 감독의 스타일이 영화에서 살짝 보였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이 <오! 수정>이나 <북촌방향> 등의 영화에서 하나의 상황에 여러 사람이 다양한 각도에서 본 이야기로 영화가 이어지는 방식과는 정반대로 같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입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부분은 홍상수 감독답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지 않았나 싶네요.

뒤늦게 이 작품 <로맨스 조>를 봤지만 늦게 본 만큼 상당히 큰 보물을 발견한 느낌의 영화를 본 것 같네요.

이광국 감독의 다음 작품들이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