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동화「백설공주」는 못된 왕비는 백설공주를 미워한 나머지 테러를 감행했지만 정의는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었지요.
그림형제의 작품 「백설공주」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읽고 있으며 사랑받는 동화입니다.
「백설공주」 뿐일까요? 「라푼젤」, 「빨간모자」등 그림형제가 남긴 작품들은 하나같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재창조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백설공주」의 영화화에 기대를 한 분들은 분명 많으시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대로 원작을 살려서 만든다면 재미없겠지요. 그 질린 것을 또 보라고요?
그림형제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영화 <백설공주>는 그래서 기대감이 큰 작품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죠.
착한 마음씨와 백옥같은 피부를 지닌 백설공주가 살고 있었는데 마음씨 나쁜 새 왕비 탓에 그녀는 궁에서 쫓겨나고 그것도 모자라 죽음을 당할 뻔합니다.
왕비의 지시로 백설공주를 죽여야 했던 사냥꾼은 그녀를 죽일 수 없었고 그녀를 도망치도록 보내버립니다.
지칠 대로 지친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의 집에 들어서게 되고 광부들인 이 일곱난장이들은 그녀를 보살피기로 합니다.
요술거울이 백설공주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왕비는 본색을 드러내고 마녀로 나타나 독이 든 사과를 백설공주에게 권하죠.
자... 나머지는 해피엔딩인 거 아시죠? 그런데 이야기는 이대로 가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화자는 좀 특이합니다. 왕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악당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니... 물론 이 화자는 곧 바뀝니다.)
왕이 전쟁 도중 사라진 것과 백설공주에 대한 긴 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라의 재정은 바닥났고 백성은 굶어 죽을 지경인데 인간 체스게임을 즐기고 있는 왕비(줄리아 로버츠 분)...
소녀에서 숙녀가 된 백설공주(릴리 콜린스 분)은 생일을 맞이하였지만 독립은커녕 여전히 궁에서 왕비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요.
그러던 중 민생을 살펴보러 몰래 마을로 나서다 왕비의 흥청망청 낭비 탓에 국가가 재정 위기에 처했음을 알게 됩니다.
서민들은 없는 살림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고요.
모든 사실을 이야기한 백설공주에게 왕비는 무단 외출에 오히려 혼을 내기만 합니다.
왕비는 백설공주를 죽이기로 하고 부하인 브라이턴(네이던 레인 분)을 시켜 그녀를 죽이라고 지시합니다.
하지만 왕과 함께하던 시절 충직했던 브라이턴은 백설공주를 쉽게 죽일 수는 없었지요.
한편 일곱 도적 난쟁이들에게 맥없이 습격당한 앤드류 왕자(아미 해머 분)은 옷 한 벌 제대로 못 건지고 왕비와 백설공주가 사는 왕국으로 왔지요.
돈 많은 남자라는 것을 인식한 왕비는 인생역전의 기회를 삼기 위해 앤드류 왕자를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미 백설공주에게 반했던 앤드류 왕자가 나이 많은 왕비를 좋아할 리가 없지요.
숲 속 난쟁이들의 아지트로 온 백설공주는 광부가 아닌 일곱 명의 난쟁이 도적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를 경계하던 일곱 난쟁이들이었지만 차츰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에게 창 검술과 여러 기술을 가르쳐주지요.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앤드류 왕자는 왕비의 마법에 빠져 얼떨결에 혼인을 앞둔 상황입니다.
자... 이야기가 달라도 너무나 다르죠? 근데 감독을 알고 나면 더욱 갸우뚱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셀>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을 보여준 타셈 싱 감독의 영화라는 겁니다.
이미 이전 작품인 <신들의 전쟁>을 통해 그의 독특한 영상 스타일은 너무나도 익숙하죠.
저는 <신들의 전쟁>에 대해 돈을 너무 처바른 CG에만 집착한 영화라고 악평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좀 달랐습니다. 경쾌하고 유머가 가득하며 타셈 싱 감독들의 전작들에 비해 전혀 자극적이지도 않죠.
그러나 여전히 그의 장기인 독특한 영상에 코미디를 가미했다는 겁니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타셈 싱은 많은 인도 감독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뮤지컬도 없고 음악도 남발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미국에 진출해 많은 뮤직비디오와 CF를 연출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여타 다른 인도 감독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상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줄리아 로버츠에게는 거의 첫 경험인 악역에 도전했는데요. 비열하면서도 온갖 주책을 가지고 있는 아줌마다운 혹은 우리 주위에 웬지 있을 것 같은 악역으로 등장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악역이었지만 의외로 귀여운 면이 있었죠.
백설공주 역을 맡은 릴리 콜린스는 그렇게 우리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과거 인기 TV 시리즈로 알려진 <90210>(우리에게는 <베버리힐즈의 아이들>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미드죠.)의 새로운 리메이크 버전에 등장했던 배우입니다. 허당 왕자 앤드류를 연기한 아미 해머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심술 맞은 쌍둥이 형제를 1인 2역으로 도전해 화제가 된 배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뜻밖에 인상적으로 보이던 이들은 바로 일곱 난쟁이입니다. 많은 배우가 등장하는데 이들 중에는 실제 소인증(혹은 왜소증으로 불리기도 하죠.)에 걸린 이들도 있다고 하네요. 특히나 동양인의 모습도 보이는데 처클스 역의 로랄드 리 클락이라는 배우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으로 입양해 사는 배우입니다. 기구한 인생을 지닌 배우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이름이 다시 각인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이 작품에서 크게 OST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영화 엔딩에 상당히 허를 찌르는 음악이 하나 등장합니다. 릴리 콜린스가 직접 부르는 'I Believe In Love'란 곡입니다. 영화의 해피엔딩을 더욱더 유쾌하게 보여주는 음악인데요. 이 영화의 감독이 인도 감독이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특이한 음악이었지요.
백설공주는 서양권의 동화인데 인도풍의 음악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이 타셈 싱 감독의 재치가 엿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영화 <백설공주>의 영어 원제는 <Mirror Mirror>입니다.
그러고 보니 걸 그릅 포미닛의 노래 '거울아 거울아'의 영어 제목도 바로 'Mirror Mirror'였지요.
원제 살려 코믹하게 바꿀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백설공주'가 더 익숙했기에 '거울아 거울아'라는 제목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분명한 것은 <백설공주>는 기존의 동화를 유쾌하게 비튼 영화로 생각됩니다.
물론 엔딩은 해피엔딩이겠지만 그 해피엔딩이 되는 과정은 다르다는 것이죠.
백설공주를 나약한 여자가 아닌 강인한 멋진 여자로 만들었다는 것이 이 영화가 기존의 그림형제의 동화를 멋지게 비튼 대목이라고 보이네요.
유쾌하게 비틀어 극장 문을 나서도 즐거웠던 영화 <백설공주>였습니다.
PS. 이 작품은 사실 블라인드 시사로 미리 본 작품입니다. 하지만 블라인드 시사 특성상 입을 다물어야 하므로 상당히 답답하더군요.
그런데 극장문을 나서며 버스 정류장 광고에는 이미 이 영화 중은 홍보를 하고 있던데 그렇다면 굳이 관객들에게 블라인드 시사로 입을 다물게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는 빨리 입소문을 타게 하여야 하는데 홍보사나 배급사 측에서 스스로 자폭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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