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킹메이커]정치인들 보고 있나? 이게 우리들의 현실!

송씨네 2012. 4. 22. 14:18

 

 

여러분 몇 주 전 투표하셨나요? 지난 4월 11일은 국회의원들을 뽑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투표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SNS를 통한 투표운동이 많이 벌어졌던 시점이었지만 현 정권이 이끄는 정당이 승리하면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근데 참으로 절묘한 영화가 얼마 전 개봉을 했습니다.

미국의 정치 스캔들을 재미있고 긴장감 있게 묘사했지만 이상하게 이 영화는 4. 11 선거 이후에 개봉되었습니다.

수입사와 배급사가 선관위에 눈치를 봐가면서 개봉시기를 조절한 것일까요? 설마 그럴 리가요?

정치계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그린 영화 <킹메이커>입니다.

 

 

 

우선 이 영화의 감독 이야기부터 해보죠. 이 영화의 감독은 조지 클루니입니다.

근데 조지 클루니에게 얼마 전 사건이 하나 있었지요. 수단 정부의 민간인 탄압에 반대하던 그는 워싱턴에 있는 수단 대사관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의 손목에 수갑에 채워졌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나는 사실 브레드 피트이다'라는 조크를 날리기도 했지요. (실제 브레드 피트와는 절친이라고 하죠. 그래서 이런 농담이 가능한 듯싶군요.)

생각이 없으신 분은 이것도 영화 홍보용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조지 클루니는 정치나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배우로 손꼽힙니다.

미국에는 뜻밖에 많은 배우나 명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밝히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문성근 씨나 김여진 씨 등이 정치활동에 관심을 두고 SNS를 통해 지속해서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지 클루니의 이런 모습은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는 그냥 섹시한 꽃중년만은 아니었던 것이죠.

아마로 이런 영향은 그의 아버지였던 닉 클루니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그는 유명한 정치가이자 언론인이었다고 하죠.

그 때문일까요? 실제 그는 2005년 만든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을 통해 1950년대 미국의 언론(방송국)이 정치인들의 눈치를 봐야 했던 상황을 흑백화면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영화 <킹메이커>는 그 부분의 연장 선상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영화는 대선 후보 경선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오하이오 주를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최대 접전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곳은 풀먼 후보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펜실베니아 주지사인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 분)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 캠프는 바쁘기만 합니다. 이런 와중에 선거캠프에서 홍보 담당관인 스티븐(라이언 고슬링 분)은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마이크의 돌발 행동 하나하나에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바쁜 선거 운동 중에 스티븐은 선거캠프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몰리(에반 레이첼 우드 분)와 친해집니다. 그러는 사이 선거 캠프 본부장인 폴 자라(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분) 역시 스티븐을 도와 마이크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스티븐에게 상대 진영 캠프에서 연락이 옵니다. 폴먼 후보 캠프의 본부장인 톰 더피(폴 지아마티 분)이 다가와 자신들의 선거캠프의 홍보팀이 되어 달라고 요청을 한 것이지요.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이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스티븐은 톰과의 만남을 보고하지 않습니다.

몰리와의 애정관계가 깊어지는 가운데 정체불명의 전화가 새벽에 몰리의 전화기에 걸려오고 이 전화를 얼떨결에 받은 스티븐은 전화를 건 사람이 다름 아닌 모리스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톰과 스티븐이 만난 사실이 공개되면서 스티븐은 톰이 일부러 퍼뜨렸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이에나처럼 쫓아오는 타임지 기자인 아이다(마리사 토메이 분)도 여간 신경쓰이기만 합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몰리가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스티븐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지게 되지요.

 

 

 

 

이 짧은 줄거리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상대방 후보 견제 혹은 방해하기, 특종거리를 찾아내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나타나는 언론들, 정치인과 일반인의 부적절한 섹스 스켄들 등등 온갖 정치계에서는 볼 수 있을 것 같은 상황들이 등장하죠. 영화의 마지막에는 이 더러운 스켄들을 자신의 명예와 바꿔 거래하려는 스티븐의 지저분한 모습도 보시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남의 나라 미국의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영화는 4. 11 총선 이전에 개봉했더라면 투표나 선거 결과에 많은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선거 이후 개봉되어 오히려 영화와 실제 우리나라의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서 보기 좋은 빌미를 제공하고야 말았습니다.

남의 처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정치인도 보이고 복사기를 능가하는 논문 표절로 물의를 일으킨 후보도 보입니다.

사퇴의 압박에도 사퇴를 거부하다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사퇴도 아닌 그냥 자신이 속해 있던 당을 탈당하는 모습에서 비열한 정치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정말 이게 미국만의 일일까요?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이번 연말 대선까지도 봐야 할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지 클루니를 이 영화를 통해 칭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요.

마치 실제 정치판을 들여다본 것처럼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으니깐요. 특히나 인상적인 장면은 모리스와 스티븐의 거래가 시작된 후입니다.

외출을 나온 폴에게 벤 하나가 서게 됩니다. 탑승한 벤의 모습을 뒤로하고 카메라는 벤의 모습을 그냥 줌하기 시작합니다.

내부의 모리스와 폴과의 대화를 들려줄 것으로 생각한 관객들은 벤만 비추는 화면이 이상하다고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벤에서 나온 폴의 표정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득하지요. 하지만 관객들은 알고 있습니다. 폴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말지요.

직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관객이 유추할 수 있도록 조지 클루니의 연출력은 탁월했다고 봅니다.

 

<드라이브>를 통해 공포의 전갈 점퍼 사내를 연기할 라이언 고슬링이 스티븐 역으로 열연했으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폴 지아매티 등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하여 조지 클루니를 도와 멋진 영화를 완성해냈습니다. 에반 레이첼 우드, 마리사 토메이 등의 여성 배우들의 활약도 컸던 작품이었습니다.

 

 

 

다시 올해 치러진 선거 이야기를 해보죠.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 실망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특히나 20대의 투표율이 부진했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지만 과거 20대의 투표율이 낮았다는 통계를 봐서는 올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먹고 살기 바쁜 젊은 사람들에게는 누가 되든 간에 그냥 이 나라가 별 탈 없이 운영되는 것을 바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잃어버린 10년'이니 혹은 과거보다 퇴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럴 때 드리는 말씀이 있죠. 올해 연말 대통령 선거가 하나 남았다는 사실... 그리고 '제발 사람다운 사람 뽑읍시다...'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