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은교]갖고 싶어도 갖을 수 없는 그녀... 정말로 로리타 컴플렉스일까?

송씨네 2012. 4. 28. 22:31

 

 

 

 

소아기호증이라고 불리는 정신병이 있습니다.

혹은 우리에게는 로리타 콤플렉스라고 불리는 것이기도 한데 쉽게 말하자면 성인 남자가 사춘기가 지나지 않은 소녀에 집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검색 사이트에서는 19금 단어로 뜨지만 '로리타 콤플렉스'보다는 '소아기호증'이라고 검색하시면 19금이 뜨지 않은 상태에서 이 뜻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근데 많은 사람은 이런 사람들을 변태로 생각하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정상적인 사람들은 분명 아닐 겁니다. 그러나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되네요.

아직도 우리는 원조교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반대로 쇼타로 콤플렉스라고 해서 성인 여성이 사춘기 남자에 집착하는 예도 있다고 하네요.

 

음... (기침 좀 하고...) 오늘 제가 19금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지금 소개할 영화 큰 관련이 있습니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촐라체」등의 작품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박범신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은교>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더구나 <해피 엔드>, <사랑니> 등의 범상치 않은 남녀 간의 애정과 치정극을 주로 보여준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궁금하시리라 생각됩니다.

평가가 그만큼 엇갈리는 영화이기도 하죠. 오늘은 이 영화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영화는 은교라는 소녀와 노년의 시인인 이적요, 그리고 젊은 공대생 출신의 작가인 서지우 등과의 위험함 삼각 스켄들을 다룬 작품입니다.

소설 「심장」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서지우(김무열 분)...

그의 스승인 이적요(박해일 분)의 집으로 들어오던 와중 한 소녀를 발견합니다.

안락의자에 자는 소녀가 보이는데 자신을 은교(김고은 분)라고 이야기를 하는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이적요의 집에서 시중을 드는 일을 하기로 합니다.

담장 너머 철재 계단으로 무단침입한 은교... 그러던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은교가 교복이 홀딱 젖은 상대로 적요에게 찾아옵니다. 

널려있는 교복을 본 지우는 은교와 적요의 관계를 의심하고 은교를 경계하기에 이르죠.

하지만 이상하게 적요는 은교가 싫지만은 않습니다. 젊을 적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은교와의 관계를 상상하던 그는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단편 소설로 만들기로 합니다.

적요의 서고 안 오래된 가구에서 은교에 관한 단편을 본 지우는 그것에 발끈을 했지만 은교에 대한 단편에 감탄한 그는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로 합니다.

문학지에 은교에 관한 단편이 실리게 된 것을 알게 된 적요는 지우에게 분노하게 됩니다.

거기에 이상 문학상에 지우가 가져간 「은교」가 수상을 하게 되면서 적요와 지우 모두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스승과 제자로서의 관계는 멀어지던 와중 적요의 생일에 다시 찾아온 지우는 은교와의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정지우 감독의 작품은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기존 멜로 영화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남자와 외도하는 것도 모자라 어린아이를 재우기 위해 분유에 수면제를 타 먹이는 비열한 여인 보라(전도연 분)과 그런 그녀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남편 민기(최민식 분)의 이야기를 담은 <해피 엔드>를 보더라도 멜로와 치정극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엄청난 나이 차를 극복하는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사랑니>도 결코 평범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 <은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남자의 사랑과 질투, 그리고 복수가 이어지면서 영화는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또한 특별한 데에는 노년의 사랑이라는 점도 한 몫하고 있지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이해되지 않는 사랑이라고 스승인 적요에게 지우가 그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우도 그리 정상적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소설 「심장」역시 자신의 작품이 아니었고, 작가로서의 재능은 없을 것이라던 지우를 스승인 적요가 희생하다시피 그를 이끌었다는 점에서는 적요도, 지우도 그 누구도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거기에 신비로운 소녀 은교가 끼면서 이들 세 사람의 관계는 더욱더 복잡하게 되지요.   

 

 

 

 

 

<은교>는 상당히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 많은 영화지만 한 편으로는 정사 장면에 집착하는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초반 적요와 은교의 판타지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지우와 은교의 관계도 강렬하게 느껴졌으니깐요.

그것을 바라보는 적요의 모습이 유쾌할 리가 없을 테고 그것에 대해 복수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바로 차량 전복 장면이죠. 보통 차량이 전복되는 장면은 차가 뒤집히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내부를 잘 보여주지 않고 차를 비춰주면서 언덕 아래로 미친 듯 굴러가는 모습에 집중해서 보여주지요. 거기에 심하면 차량 폭발을 하면서 멋지게(!) 차량을 태워 먹는 장면도 등장하는데요.

차태현 씨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나 이 영화 <은교>에서는 차량 내부를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다치고 망가지며 뒤집히는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적요의 복수로 인해 지우의 모습이 일그러지는 장면은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잔인하기까지 합니다. 처참히 사람의 모습이 몰골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도 흔치 않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등장인물은 최대한 줄인 느낌이 많이 나는 작품입니다. 일본 작가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변영주 감독의 <화차>는 등장인물을 늘렸다면 반대로 <은교>는 줄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적요의 죽음 이후 그를 추적하는 과정이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적요의 죽음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시점은 약간씩 다르다는 것이죠. 등장인물을 줄이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인물들을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등장인물을 줄인 <은교>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박해일 씨의 노인 분장에 대해서도 말이 많죠. 이는 강우석 감독의 <이끼>에서 천용덕 이장을 노년의 배우를 기용하지 않고 젊은 배우인 정재영 씨를 기용했다는 면에서 말이 많았습니다. 박해일 씨의 적요 역할도 그런 논란을 벗어나기 어려웠지요. 

하지만 뭐든 먼저 해본 사람이 그걸 잘 안다고 박해일 씨는 이미 <소년, 천국에 가다>를 통해 젊은 청년에서 점차 노년의 모습으로 분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깐요. 그렇다보니 오히려 저는 박해일 씨의 노인 분장이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이적요의 대역 역할이 세 명이나 등장합니다. (엔딩크레딧 참고하세요!) 이렇게 이적요 역할을 세 명이나 따로 기용할 바에는 굳이 박해일 씨를 기용할 필요가 있는냐는 의문도 들긴 합니다. 참으로 모순이죠.

 

아무래도 이 영화의 뉴페이스라면 은교 역의 김고은 씨 일껍니다. 첫 영화에서 첫 주연을 하는 여성 배우라는 점에서 특별한 케이스이죠. 대부분 여배우들이(남자 배우들도 마찬가지지만) 단편에서 얼굴을 알려 장편에서 조연을 지나 주연이 되는 예도 있지만 김고은 씨는 회사로 치자면 초고속 승진에 해당되하 특이한 경우였습니다. 하지만 한예종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지우 감독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고 보네요. 순수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지닌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포스트 전도연이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은교>의 평점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노인네가 어린아이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변태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변태적 성향이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지요.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섹스와 에로틱에 집중한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마치 이 영화는 얼마 전 내한한 레이디 가가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녀의 스타일을 인정하는 사람과 비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로 나뉘는 것처럼 이 영화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는 분명한 것 같네요.

하긴... 아무래도 나이 차가 크거나 사랑하는 대상이 학생이라면 좀 문제 되는 것이 사실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니깐요.

그래도 무조건 비난만 하는 것은 좀 그렇죠? 물론 결론은 항상 여러분의 몫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도 그렇겠죠?

 

 

PS. 지우가 자신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면서 자랑하는 장면이 있는데 알라딘, 교보문고, yes 24등의 서점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됩니다.

그런데 이 이름을 거론하는 것 자체도 PPL이 된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실제 이들 서점의 이름이 협찬사의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장소협조를 받은 KT&G 상상마당과 더불어 말이죠. 이제는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PPL이 되는 세상입니다.

엄태웅 씨의 드라마 <적도의 남자>가 한 출판사 책들을 PPL로 노출하는 경우와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