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달팽이의 별]사랑, 사랑, 사랑... 그 누가 말했던가? 이게 진정한 사랑이야!

송씨네 2012. 4. 25. 20:48

 

 

늘 핑계 같은 소리지만 볼 영화가 많으면, 돈이 없으면 시기를 놓쳐 못 보는 영화들도 수두룩합니다.

오늘은 그런 점에서 이미 개봉이 된 작품 하나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입니다.

아시다시피 독립영화들은 상업영화보다도 교차 상영이 너무 심해 영화를 보러 나가려고 하면 정말 큰맘 먹고 시간표 짜서 나가야 할 정도이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를 조금 늦게 본 것은 미안한 마음조차 들더군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상당히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들이 만난 것은 인연이고 그 인연은 사랑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다큐 <달팽이의 별> 입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밤에도 태양은 우리 발 아래쪽에서 불을 뿜고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이라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때가 되면 그들은 주인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이 작품은 척추 장애를 가진 김순호 씨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지닌(이것을 '시청각장애'라고 하는군요.) 조영찬 씨 부부의 일상을 다룬 작품입니다.

다큐는 중간마다 수영하는 영찬 씨의 모습과 영찬 씨의 독백 속에 그가 자작으로 쓴 시가 들려옵니다.

대부분의 짧은 시의 내용은 지구인이 아닌 우주인으로 사는 그의 이야기이죠.

 

어렸을 적 심한 열병을 앎은 영찬 씨는 후로 시각과 청력을 모두 잃게 됩니다.

물론 완전히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것은 아니고요... 단지 시각은 빛과 어둠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이며 청각은 잘 들리지 않아 아내와 주변 사람들은 손으로 마치 타자를 하듯 점화(기존의 점자를 손등 쪽 손가락 위에 찍어 대화하는 방식이라고 하네요.)를 통해 대화를 나눕니다.

척추장애를 가진 순호 씨의 경우도 아주 어린 시절에 겪은 사고가 지금까지 이루어진 경우죠. 그녀는 키가 자라지 않고 몸이 약간 불편하지만 영찬 씨와 더불어 그들에게 장애는 그저 그냥 몸이 조금 불편한 일입니다. 그들은 서로의 손과 발이 되고 눈과 귀가 되어 주어 외출을 할 때도 같이 움직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의 삶이 순탄한 것은 아닙니다. 히브리어 통역사를 준비하는 그에게 점자와 구술이 결합한 시험은 복잡하기만 하고 쉽지만은 않습니다.

형광등을 갈아야 하는 일조차 우리는 형광등을 내리고, 형광등을 사고, 그것을 갈아 끼우면 되는 일이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그것조차 모험이고 쉽지 않은 일이죠.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외출을 나선 이들 부부가 바람 소리와 소나무의 느낌을 체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음향을 모두 지운 상태에서 마치 물속에서 있는 듯한 물속 소리가 대신 등장하는 장면이 있더군요. 이후 즐거운 데이트를 나선 이들 부부가 솔방울 주워 부부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던 감독에게 장난삼아 힘껏 던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통으로 감독이 얼굴을 맞았고 그것을 즐거워하는 부부를 보면서 별것 아님에도 그들에게는 작은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외로울 때 외롭다고 하여라. 피하여 달아나지 말고 돌이켜 뛰어들지 말고 그저 외롭다고만 하여라.
어둠은 짙어야 별이 빛나고 밤은 깊어야 먼동이 튼다.

 

이 다큐에는 동료 장애인들의 모습도 보여주는데요. 일반인들처럼 그들도 소소한 일상을 꿈꾸는 사람들이더군요.

고등어조림, 갈비찜 등의 맛 나는 요리를 준비하는 순호 씨의 모습과 그 속에서 식사하는 동료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연극을 준비하고 영찬 씨와 순호 씨 부부의 사랑이 시작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동료의 이야기는 참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아프다는 말에 자신의 몸도 불편하면서 동료를 이끌고 아내에게 다가갔다는 영찬 씨와 그 친구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은 정상이건 그렇지 않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 동료가 빙판길에 사고를 당하면서 장애와 더불어 그들에게도 반려자와 사랑이 필요한 순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찬 씨의 시가 중간마다 흘러나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이들이 멋진 사랑을 나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너무 영찬 씨의 위주로 소개된 것도 아쉽더군요. 저는 영찬 씨 만큼이나 순호 씨의 이야기도 궁금했거든요.

아내로서, 여자로서, 척추 장애인으로서 느끼는 힘든 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궁금했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받는 장면외에는 순호 씨의 단독 장면이 적었다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이 작품은 작년 EBS 다큐 영화제에 소개된 작품으로 영화의 엔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많은 협찬과 공동제작의 자막들이 보입니다.

한국의 EBS, 일본 NHK, 핀란드 공영방송사 YLE와의 공동제작, 미국 선댄스 다큐멘터리 펀드 지원, 아시안 사이드 오브 더 독, 유로독 공식 프로젝트 선정 등등...

그 만큼 작품의 완성도도 있었고 어느 나라에 수출되더라도 공감 가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현대인들은 지금 사랑하기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이냐는 의문도 들고 비싼 명품백에 사랑한다 외치고, 사랑의 주기는 점점 짧아집니다.

어떠면 이들 영찬 씨와 순호 씨 부부의 모습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랑은 이런 바보 같은 사랑이 아닐까요?

서로에게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그런 사랑 말입니다.

그런 사랑을 못해본 저에게 이들의 사랑은 바보 같다기보다는 가장 현명한 사랑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