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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소리]우리 음악이 최고? 말로만? 국악과 합창이 조화를 이루다!

송씨네 2012. 5. 1. 13:30

 

 

 

우리의 것이 소중하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말로만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죠. 근데 정말 소중한 이유를 보여주는 영화가 개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와 <건축학개론>으로 최근 탄력을 받은 명필름이 다시 제작이 아닌 배급과 홍보를 자처한 작품이 있습니다.

국립전통예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성악 방식으로 합창을 한다?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이기나 하느냐는 생각이 듭니다만 근데 가능하답니다.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영화 같은 이야기...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두레소리>입니다.

 

 

 

고3... 그들에게도 잔인한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예술고 아이들에게는 대학교 실기 시험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권위도 있고 등록금도 싸며, 장학금도 딸 수 있는 국립대는 선망의 대상입니다.

판소리 전공 슬기(김슬기 분)와 경기민요 전공 아름(조아름 분)은 단짝인 동시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중입니다.

판소리 명가 집안의 슬기는 아버지(이규호 분)부터 할머니까지 슬기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하니 부담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으며 아름은 식당일을 하는 이모(이지하 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레슨을 받고 다닙니다. 하지만 레슨도, 아버지의 기대도 이들 소녀에게는 부담감과 괴로움은 장난이 아니죠.

그러던 와중에 부족한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지도교사 함 선생(함현상 분)이 투입되면서 슬기와 아름을 비롯한 아이들은 갑자기 급조된 합창부 창설 소식에 당황하기만 합니다.

국악을 하던 아이들이고 국악식 발성법인 농음에 익숙한 아이들이니 쉽지가 않습니다. 양악을 공부한 함 선생과는 맞지 않은 도전일지도 모르죠.

더구나 예술고 아이들이라고 악보를 잘 볼 줄 알았는데 천만의 말씀! 함 선생의 고민은 더 커지고 그의 집에 국악 관련 서적은 점점 쌓여만 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두레소리'가 창단되고 선생님들에게 떨리는 첫 연습 공연이 공개됩니다.

하지만 대회를 위해 준비하던 합창단과 공연준비가 신종플루로 탓에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지요.

이들은 결국 연예인들이나 뛴다는 복지관 등의 행사를 뛰면서 칭찬도 받고 복지관으로부터 금일봉(?)도 받게 되지요.

그러나 교장 선생님(정명찬 분)에게 허락받지 않은 행사가 알려지며 경위서를 쓰게 됩니다. 과연 '두레소리'는 이대로 해체하는 것일까요?

 

이 작품은 실제 '두레소리'의 창단 스토리를 다룬 작품이라고 합니다. 영화에 등장한 학생들은 일부 배우를 제외하고는 '두레소리'의 3기, 4기 맴버들이 출연하여 멋진 하모니를 들려주었습니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극적으로 가미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요.)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아이들의 모습과 우리의 음악이 아카펠라와 어우러지는 모습은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음악에 도전하는 영화가 은근히 많죠. 일본 영화 <스윙 걸즈>에서는 집단 식중독에 걸린 합주부를 대신해 오합지졸 합주부의 탄생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실제로 영화가 개봉이 끝난 이후에도 일본 전역을 돌며 특별공연을 하기도 했지요. 우에노 주리를 비롯한 영화에 등장한 배우들이 말이죠.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 공동제작된 영화 <코러스>의 경우 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합창부를 만들어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기도 했죠. 실제 이 영화의 출연진들 역시 영화 속 합창단을 그대로 조직해 역시 많은 곳을 돌며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 <두레소리>의 실제 주인공들인 합창단 '두레소리'도 영화의 엔딩에서도 이들의 실제 공연을 보여주고 있고 최근 발매된 OST에서도 1기 맴버들의 실제 목소리를 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학교의 애물단지(?)에서 이제는 학교의 자랑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국악은 우리 가까이 듣는 음악이지만 정말 가까이 듣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것은 소중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서양음악에 익숙한 우리에게 영화 <두레소리>는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음악 영화답게 음악도 많은 작품인데요. 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에게 '두레소리'가 첫선을 보이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이사 가는 날'이라는 곡은 '팜파밤~'으로 시작되는 독특한 곡인데 과거 아리랑이 한이 맺힌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의 민요라면 현대 감각에 맞게 이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리랑 고개로 비유해서 들려주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재개발 탓에 자신의 삶을 살아가던 집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 곡입니다.

이외에도 '꿈꾸는 아리랑'이라던가 이들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두레소리 이야기'도 인상적인 가사의 곡입니다.

 

음악영화의 배우들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실제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을 배우로 기용하거나 오디션을 통해 배우로 기용하는 방법도 있죠.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실제 두레소리 맴버들이 참여한 이 영화는 이들 외에도 주연배우들도 실제 국악을 전공했다는 점에서 영화의 사실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인간문화재 할머니의 대를 잇는 손녀로 등장한 슬기 역의 김슬기 양은 우리에게는 드라마 <대장금>의 OST인 '오나라'로 알려진 목소리입니다. (실제 이 영화의 시사회 무대 인사에 깜짝 등장한 김슬기 양은 관객들 앞에서 '오나라'를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아름 역의 조아름 씨(당시는 실제 고 3이었다는 군요.)는 현재도 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하여 학업을 이어나가는 중이라고 하는군요.

의외의 배우는 바로 함 선생 역을 맡은 함현상 씨입니다. 실제로 두레소리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장본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계시죠.

남들은 발연기로 욕먹는 판에 실제 자신의 경험을 보여주고 있다보니 그 진심은 나름 관객에게 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영화와 달리 실제 다른 점이라면 함현상 씨는 양악을 전공한게 아닌 그 역시도 국악을 전공한 베테랑이라고 하는 군요. 또한 그는 잘리지 않고 현재도 국립전통예술학교에서 '두레소리'를 맡고 있습니다.

 

 

좌측부터 이 영화의 배우인 함현상 씨, 김슬기 양... 그리고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조정래 감독...

 

 

<두레소리>는 우리의 소리를 듣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명필름의 무모한 도전일지 모르지만 이번 명필름이 배급과 홍보를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거는 기대를 큽니다.

애니메이션은 <아기공룡 둘리> 말고는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웠던 국내 애니메이션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들고 나와 큰 이슈를 몰고온 경우를 생각한다면 독립영화에 가까운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를 명필름이 홍보하고 배급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이 영화가 생각할 점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이번 개봉이 과연 우리 국악을 알리는 계기가 될지도 지켜볼 일이고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레소리>를 보고 나서는 우리 국악에 관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는 것이죠.

우리 국악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웠던 것인가? 정말 그럴까요?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비겁한 변명을 하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네요.

 

 

PS. <두레소리>의 배경과 실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얼마전 CBS 표준FM <김미화의 여러분>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월 16일 방송으로 해당 방송분을 직접 다운로드 받아 들어볼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