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코리아]과도한 감동... 멋진 이야기임에도 실화의 의미를 퇴색하지 않을까?

송씨네 2012. 5. 5. 23:23

 

 

 

스포츠 영화가 참 많아졌지요. 과거 스포츠 영화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바로 실화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핸드볼, <국가대표>의 스키 점프 등 소재 면에서도 인기종목의 이야기에 중점 되는 것에서 비인기 종목이지만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푸른색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경기, 핑퐁이라고도 불리는 이것... 바로 탁구이죠.

탁구경기도 뜻밖에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입니다. 명승부도 많았지만 탁구영화는 없었던 것도 사실이죠.

또 하나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된 국가입니다. 이제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분단 국가 중의 하나이죠.

남북단일팀이 탁구계를 제패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세계제패도 놀랍지만 물과 기름 같은 남북한이 하나가 된 것도 특이했지요.

과연 1991년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영화 <코리아>입니다.

 

 

 

1989년 서독... 남한과 북한의 탁구선수인 현정화(하지원 분)와 리분희(배두나 분)은 넋을 놓고 중국 우승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그렇게 패배를 설움을 겼었던 그들에게 소식이 들려옵니다.

남한 단독으로 1991년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를 출전하려던 계획은 남북단일팀 출전이라는 소식으로 모두에 반발을 사게 됩니다.

일본 지바... 남북은 그렇게 만났지만 어딘가 모르게 이들의 첫 만남은 낯설고 어렵기만 합니다.

남한 이 코치(박철민 분)와 북한 조 감독(김응수 분)도 서로의 전력을 확인하고 경기를 준비하기로 합니다.

라운드마다 총 다섯 번의 경기가 있는데 첫 번째 부터 네 번째 경기는 단식, 다섯번째 경기는 복식 경기로 치러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리분희, 남한은 현정화로 결정된 상황이지만 복식 경기는 쉽지만은 않지요. 자체 선발전을 통해 복식은 유순복(한예리 분)이 출전하지만 첫 출전에 대한 부담감은 경기에서 힘겹게 이기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결국 유순복은 자신 대신에 복식경기에 현정화를 대신 출전시켜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남북의 숙명의 라이벌인 현정화와 리분희는 복식 경기에 출전하게 되지요.

멀어졌던 남북한 팀들은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고 멋지게 경기에 임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폐쇄적인 정책은 경기에서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 탁구선수인 최경섭(이종석 분)은 다른 나라의 감독으로부터 선수 제안을 받게 됩니다. 거기에 경섭에게 반한 남한 선수 최연정(최윤영 분)의 구애도 끊이지 않습니다.

과연 이들은 남북 분단의 장벽을 스포츠로 이겨낼 수 있을까요?

 

물론 남북이 하나가 되어 경기를 치른 것도 사실이며 이들 단일팀은 세계 최강 탁구 지존 중국을 물리치는 기적을 이뤄냅니다.

기적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남북의 하나 됨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실제 기록은 조금 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혹시나 해서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요. 한 탁구 전문 블로거의 글(원문 http://blog.naver.com/woksusu/150137720471)에 의하면 실제로는 경기의 순서라던가 참가 선수가 약간 다른 부분이 확인됩니다. 리분희 선수만큼이나 유순복 선수의 활약도 컸지만 마지막 경기가 유순복 선수의 단식으로 치러졌던 실제 기록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현정화 선수와 리분희 선수의 복식 대결을 치르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 감동코드가 조금 컸던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한 최연정 선수는 실제 인물은 아니고 가상의 배역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는 홍차옥 선수가 현정화 선수와 당시 같은 남한 대표이지만 극적 재미를 위해 연정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사용했다는군요. 주요 배역들이 실명을 사용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홍차옥 선수가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울 수 있겠네요.

 

 

 

 

 

사실 이 영화는 이 감동 코드가 너무 지나쳤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멜로 영화에나 볼 수 있는 신파적인 느낌을 스포츠 영화에서까지 끌고 왔다는 것이죠.

물론 감동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감동을 끌어내려고 너무 많은 가상의 스토리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정과 경섭의 러브스토리는 물론이요, 경섭과 남한 선수였던 오두만(오정세 분)과의 대립을 그려내려는 점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죠.

단일팀이 북한 측의 내부문제로 어려워지자 현정화를 비롯한 남한 선수들이 비 는 날 무릎을 꿇고 단일팀으로 다시 꾸려갈 수 있도록 요청하는 장면은 너무 신파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울어야 한다'혹은 '감동 코드를 넣어야 한다'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는 것이죠.

오히려 저는 영화의 엔딩에 해당하는 실제 현정화 선수와 리분희 선수의 사진 장면이 더 인상적이었고 더 감동적이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감동코드를 보여주려는 지나친 무리수가 문제였지 배우들의 연기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원 씨나 배두나 씨의 활약상도 좋았지만 유순복 역의 한예리 씨의 활약이 컸죠. 한예리 씨의 경우 헤어스타일이나 말투로는 북한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지요. 독립영화를 자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독립영화에서 최근 기대되는 유망주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저는 개인적으로는 윤성호 감독의 인터넷 시트콤이었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서 정신분열로 자아가 두 개로 나뉜 인물을 맡았을 때의 한예리 씨를 기억해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 한예리 씨의 역할은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하이킥 시즌 3'에서 '뿌잉뿌잉'으로 사랑받은 이종석 씨 입니다. 물론 북한 사투리도 열심히 했고 나름의 변화를 준 역할이지만 영화가 아무래도 여성 중심으로 흘러가서 그런지 활약상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드네요. 활용을 제대로 못 했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외에도 최근 연예 늦둥이로 사랑받고 있는 김응수 씨 이 분이 이렇게 뜰 것 라고는 예상 못 했죠. 다만 악역 연기는 이 분은 최고여서 언젠가는 주목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나 박철민 씨의 활약도 낮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덩아령 선수 역을 배우인데요. 아주 얄미운 중국선수 역할을 한 이 배우는 김재화 씨로 연극무대에서 많은 활동을 한 배우입니다. 최근에도 조선족이나 중국인 역할을 전문적으로 맡게 되었다고 하네요. 실제로는 덩야핑 선수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하는 군요.

 

 

 

이 작품에서 실제 현정화(지금은 한국마사회 소속 감독으로 활동하고 계시죠!)씨가 하지원 씨나 배두나 씨를 비롯해 탁구를 직접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노력한 것은 보이지만 저는 지 이 영화에서 하지원 씨가 배두나 씨가 현정화 씨나 리분희 선수로 빙의 된 연기를 펼쳤다기보다는 그냥 하지원 씨와 배두나 씨가 탁구를 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고생은 보이지만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저는 자료대로 시나리오를 더 신경을 섰더라면 좋았을 생각이 듭니다. 싸우거나 러브라인으로 볼거리를 만들려는 것은 오히려 어울리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만남은 단지 싸우기 위해서도 아니고, 사랑의 작대기를 찍기 위함이 아니니깐요.

분명 그 만남은 계기가 있고 의도가 있는 것인데 <코리아>는 그 점을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