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다크 섀도우]언제나, 늘, 항상 엽기정신으로 무장하는 팀 버튼... 이번에도?

송씨네 2012. 5. 5. 11:19

 

 

 

 

팀 버튼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괴짜 감독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괴망측한 스토리와 영상과 음악들로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팀 버튼은 늘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지요.

거기에 그의 영원한 동지인 조니 뎁과 팀 버튼의 반려자인 헬레나 본햄 카터를 자주 기용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그러던 그가 이번에는 1970년대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근데 판타지와 엽기정신으로 무장한 팀 버튼이 이 1970년대의 미국을 그냥 평범하게 표현할까요?

영화 <다크 섀도우>입니다.

 

 

한 여인이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벨라 헤스코트 분)은 가정교사 겸 보모를 구한다는 말에 콜린스 가문의 고향인 콜린우드 마을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론가 그녀를 잡아당기고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고 있네요.

한편 갑자기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갑니다. 기품있는 콜린스 집안의 남자인 바나바스 콜린스(조니 뎁 분)은 수산업을 하면서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사랑하는 여인 조세트와의 달콤한 로맨스를 꿈꾸고 있지요. 하지만 마녀 안젤리크(에바 그린 분)는 바나바스의 이런 모습에 질투를 느끼지요.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다는 것에 분노한 그녀는 바나바스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죽임을 당하도록 저주를 내린 것이죠.

조세트의 죽음에 슬퍼한 바나바스는 절벽으로 그녀를 따라 자살을 했지만 그는 죽지 않게 됩니다.

영혼 불명의 뱀파이어로 안젤리크가 만들어버린 것이죠. 그것도 모자라 뱀파이어라면서 그를 매장하라고 마을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관속에 매장된 그는 200년 후가 지난 1972년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저택은 여전하지만 이제 콜린스 가문에 살아남은 사람은 네 명 남짓...

이 대저택의 주인인 엘리자베스(미셸 파이퍼 분)를 비롯해 그녀의 사차원 딸 캐롤린(클로이 모레츠 분)도 있고요.

이들의 정신과 주치의인 줄리아(헬레나 본헴 카터 분)에 어딘가 모르게 어리숙한 이 집안의 관리자인 윌리(잭키 얼 헤일리 분)도 보입니다.

엄마를 잃고 환영이 보인다는 아들 데이빗(걸리버 맥그래스 분)과 그의 철없는 아버지 로저(조니 리 밀러 분)도 있는데 로저는 콜린스 가문에 별로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 같네요.

약 200 년 후 마치 타임워프나 타임슬립을 한 것처럼 얼떨결에 이 세상에 나타난 바나바스는 비밀 통로를 보여주고 금은보화가 가득한 물건들을 엘리자베스에게 보여줍니다. 벰파이어임을 비밀로 바나바스 3세로 위장하고 이들은 콜린스 가문을 다시 살리기로 마음먹습니다.

낡아빠진 공장을 통조림 공장으로 탈바꿈했지만 이들의 라이벌은 엔젤이라는 이름의 수산물 회사를 운영하는 앤지가 라이벌로 그들을 가로막습니다.

알고보니 죽지도 않고 몇백 년을 지킨 마녀 안젤리크가 바로 앤지였던 것이죠. 마녀가 엔젤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죠.

안젤리크와의 재대결도 문제이지만 빅토리아의 모습에서 과거 죽었던 조세트의 모습이 보이기만 하니 바나바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팀 버튼의 영화들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비슷한 이야기들처럼 보입니다.

더구나 어두운 분위기의 배경과 그 속에서 웃음까지 주려는 팀 버튼의 영화 스타일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어쩌면 밝은 이미지의 디즈니에서 그가 일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니깐요.

이 영화 역시 무거움과 가벼움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뱀파이어와 마녀라는 어두운 소재를 끌고 왔지만 배경을 1960년대의 미국으로 끌고 왔고 바람둥이라는 설정과 가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눈물겨운 모습들을 통해 팀 버튼 식의 개그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히피 주의자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바나바스의 장면에서도 당시 시대상을 재미있게 풍자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거기서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진 '러브스토리'를 거론하는 것도 특이했죠.

 

 

 

 

저는 솔직히 이 영화가 조니 뎁의 영화로만 포장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물론 이 영화의 매인 주인공은 조니 뎁이 맞습니다. 영화의 분위기를 이끄는 중요한 인물이죠. 이는 팀 버튼의 다른 영화에서도 항상 그래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 조니 뎁의 영화만은 아니거든요. 포스터에는 조니 뎁의 이름만 들어가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죠.

앞에서도 보셨다시피 이 영화는 여배우들이 쟁쟁합니다. 에바 그린은 섹시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코믹 연기는 많이 선보이지는 못했죠. 그런 점에서 코믹함과 섹시함으로 가득한 마녀로 등장한 그녀의 모습은 약간 이색적이기까지 합니다. 클로이 모레츠는 이번에도 반항 끼 가득한 소녀로 등장해 영화의 분위기를 이끄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요. 미셸 파이퍼는 중년의 나이지만 여전히 관능적입니다. 거기에 <인 타임>으로 얼굴을 각인시킨 벨라 헤스코트는 팀 버튼 영화의 새로운 뉴페이스로 등장합니다.

근데 뜻밖에 인상적인 것은 헬레나 본헴 카터입니다. 그동안 팀 버튼의 영화에서는 상당히 추녀이거나 엽기적인 인물로 그려졌는데요.

의사라는 역할도 그렇고 이 영화에서는 그나마 멀쩡한 인물로 그려지지요. 물론 영화의 후반에서는 욕망이 가득한 여인으로 본심이 드러나지만요.

제 생각은 팀 버튼 감독이 이제 망가뜨릴 만큼 망가뜨렸으니 자신의 부인을 이제는 좀 멀쩡한 배역을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영화는 의외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다양한 음악들이 펼쳐지지요.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원제 <A Summer Place>/1959년)의 테마는 물론 카펜터스의 명곡인 'Top Of The World'(콜린스 가문의 저택이 탈바꿈하는 장면)나 바나바스와 엔젤리크가 뜨거운 밤을 보내던 장면에 나오던 베리 화이트의 히트송인 'You Are The First, My Last, My Everything'을 듣는 것도 이 영화에서는 큰 재미이지요. 카펜터스의 노래들은 뜻밖에 <슈렉>을 비롯한 영화에서 자주 애용할 정도인데 범상치 않은 영화들에서 카펜터스의 노래들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괴짜 영화나 괴짜 감독들은 카펜터스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힘 있는 베리 화이트의 노래에서는 언제 들어도 힘이 넘친다는 점에서 좋고요.

 

그런데 정말 의외의 인물은 대표적인 락 뮤지션인 엘리스 쿠퍼의 등장인데요, 영화에서는 무려 두 곡을 부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마녀 이름에서 따왔다는 엘리스 쿠퍼는 올해 나이는 예순넷의 노장이지만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션이죠.

괴상한 의상과 분장은 마릴린 멘슨 등의 후배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니 팀 버튼의 괴상한 성격도 나름의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마녀가 등장하는 영화답게 마녀의 이름을 사용하는 그를 출연시킨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겁니다.

 

 

 

팀 버튼의 엽기주의자로써 자세는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칫 그 우울함이 너무 영화에 반영되는 것은 옮지 못하다고 보네요. 마치 그 우울함이 관객들에게까지 전염되는 느낌이 드니깐요.

그러나 그럼에도 이 영화 <다크 섀도우>는 밝음과 어둠을 뜻밖에 잘 어우르게 한 작품임은 틀림없습니다.

엔딩이요? 팀 버튼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팀 버튼 다운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 그런데 이것도 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결말마저도 팀 버튼 답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 <다크 섀도우>입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