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배우 고현정의 이미지는 어떨까요?
드라마 <모래시계>로 사랑 받았지만 너무 차가워서 다가갈 수 없는 그녀라고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재벌그릅의 며느리였지만 돌싱이 되었던 그녀...
어딘가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가 강한 배우죠. 하지만 토크쇼의 게스트로 나가 '자신은 술만 먹으면 벽을 탄다'는 솔직한 고백은 그녀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만들었죠. 그리고 그런 그녀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을 때 사람들은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비싼, 엄청난 상업영화나 드라마에만 출연할 것 같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충분했으니깐요.
토크쇼 MC를 맡았을 때는 더더욱 예상을 깼지요. 정수리만 보인다고 해서 새로운 개념의 '정수리 진행'이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그녀는 영화잡지의 인터뷰어로 도전하여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진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이제 그녀의 진가를 확인 해볼 시간입니다. 이제야 첫 상업영화에 도전하는 그녀를 만나봅니다. 영화 <미스GO>입니다.
서른 중반의 순정만화를 그리는 만화가 천수로(고현정 분)... 겉으로 보기는 평범하지만 그녀는 대인공포증과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중화요리 집에서 전화로 음식을 시키는 것도 목소리 변조 어플을 이용해서 주문을 할 정도로 소심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그녀는 해골 그림의 네일아트를 한 이상한 수녀(진경 분)를 만나게 됩니다. 수로는 동생(하재숙 분)이 일본으로 떠나면서 극도의 긴장감에 기절 상태였고 그 상황에서 이 수녀가 발견을 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 수녀가 이상합니다. 신의 뜻을 거역해 한 남자를 사랑했다고 이야기하며 그에게 선물을 전해줘야한다고 이야기 했기 때문이죠. 졸지에 그 선물을 전달받은 수로는 선물을 건내주기로 한 호텔방에서 흉기에 찔린 사내 둘을 발견합니다. 알고보니 조직 보스 봉남(박신양 분)의 부하 독개구리(김병철 분)소행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 정체불명의 선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여기 또 있습니다. 성 반장(성동일 분)과 봉남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또 다른 조직의 보스 영철(이문식 분)의 밑에서 비밀 스파이로 활동하는 '빨간구두'(유해진 분)라고 불리우는 사내가 바로 그들입니다. 사실 거기에는 마약거래와 관련된 중요한 물건이 숨어있었기 때문이죠.
봉남이 노리는 것은 마약봉지, 그리고 영철이 노리는 것은 수로가 가지고 있는 사물함 키와 그 사물함 속에 들어가 있는 돈다발인 것이죠.
서로가 수로를 노리는 가운데 졸지에 '미스 고 2'가 되어버린 그녀는 빨간구두를 따라 끝을 알 수 없는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참으로 복잡해보이고 캐릭터도 많아보이지만 그렇게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약간 꼬이고 꼬이는 반전도 있지만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레는 아니라는 점이죠. 그 중심에 수로라는 여자가 있고 우리의 주인공인 '미스 고' 고현정 씨가 있는 것이죠. 애시당초 이 영화는 '고현정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작품이라 작품의 제목도 어떻게 보면 속보이는 제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들여다보면 수로의 성은 고 씨가 아님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녀가 왜 '미스 고'가 되었는가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보여지게 되는 것이니깐요.
알고보면 단순합니다. 영화의 전반이 수로가 자신이 마약운반책이 아님을 밝혀야한다는 점이라면 후반부는 경찰과 상대 두 조직을 모두 골탕먹이는 두뇌싸움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죠.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는 중간지점에 해당되는 사건은 바로 수로가 바다에 빠지는 장면에서부터 입니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정신과 의사(이원종 분)으로부터 심리치료를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두 가지 정신병에 물에 대한 상당한 트라우마가 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것을 극복하면서 수로의 성격이 약간 변화되는 부분이죠. 그런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 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을 무서워하던 사람이 갑자기 밧줄을 풀고 경찰을 비롯해 두 조직을 쥐었다, 폈다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테니깐요. (물론 여기에는 영화에서 수로가 탐정 소설 마니아였다는 장치를 추가시키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캐릭터 무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실껍니다. 이야기보다는 배역들의 성격에 중점을 맞춘 것이라는 것이죠.
캐릭터에 중점을 두다보니 영화의 전개가 약간 부실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을바에는 캐릭터를 살린 점에서는 그나마 이 영화가 봐줄만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영철이나 야구광인 상대편 조직의 봉남, 말을 더듬는 소 형사(고창석 분)의 모습들은 이 영화가 '캐릭터 쇼'임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게 하죠. 고현정 씨가 진행하는 <고 쇼>가 영화로 넘어온게 아닌가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현정 씨 그녀가 진행하는 토크쇼도 알고 보면 가상의 제작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유해진, 성동일, 이문식, 고창석, 이원종, 김병철 씨 등등 개성 강한 배우들을 이렇게 다 모아놓은 영화도 흔치 않죠. 더구나 감초 연기의 대가들만 모아서 드림팀을 만든 결과이니깐요. (오히려 주연급에 해당되는 박신양 씨가 특별출연으로 등장하니 말이죠. 음... 사실 말이 특별출연이지 비중이 매우 큰 조연급이었죠.)
특히나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바로 유해진 씨 입니다. 그는 왜 여태까지 주연을 하지 못했는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전작에서 주연이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주연을 받쳐주는 주연급 조연이거나 그냥 조연인 경우가 많았죠. 또한 왜 유해진 씨처럼 개성 강한(!) 배우들은 액션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는가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못생긴(유해진 씨 죄송합니다... ^^; ) 배우들은 액션연기나 폼나는 연기를 할 수 없느냐는 것이죠. 그런데에는 이런 조연급 배역을 너무 코믹하게만 보여주는 점이 있습니다. 액션을 할 줄 알아도 인상이 안좋다고 느껴지는 배우들은 아예 악역을 시켜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저는 유해진 씨 같은 개성있는 배우들이 액션연기나 다양한 내면 연기를 보여 줄 수 있는 주연급으로 활약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게 당연한 것 아닐까요?
이 영화는 사실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였죠. 제작이 갑자기 엎어져 영화가 제작이 계속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으니깐요.
그러나 <달마야 놀자>의 박철관 감독을 새로운 감독으로 기용하면서 영화는 다시 제작이 되었습니다. 사실 엎어져서 중간에 스텝이 바뀐 경우 영화 스타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미스GO>는 이런 우려를 씻어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고현정 씨에게는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유쾌한 버전의 '친절한 금자씨'... 아니, '친절한 수로씨'가 아닐까 생각이 되어지네요.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코믹 액션 <미스GO>였습니다.
PS. 영화에서 수로가 전화를 두려워해 음성변조를 이용해서 중화요리를 시키는 장면에서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저는 공감이 되더군요. 영화의 수로 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약간의 대인기피증이 있거든요. 전화 거는 것을 무서워한다는 것이죠. 몇 년전에 인터넷 채팅이 활발하던 시대에는 그것 마져도 두려워했으니 말이죠. 그러고 보면 지금은 콜센터에서 일도 해보고 카카오 톡을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을 보면 제 자신이 신기하기까지 하네요.
공황장애나 대인공포증에 시달리시는 분들은 이 영화 보시고 용기를 많이 얻으셨으면 합니다.
아참, 이 영화는 영화 끝났다고 일어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에필로그에 해당되는 만화 장면이 숨겨져 있습니다. 끝부분까지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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