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게이와 레즈비언... 편견없이 사랑하고 편견없이 이야기하라!

송씨네 2012. 6. 18. 22:50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은 여러가지가 있지요. 그 중 하나라면 게이와 레즈비언의 사랑일껍니다. 그들의 사정을 우리가 모르는게 정상이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손가락질 할 권리도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들 나름대로의 삶이 있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이 있으니깐요.

 

청년필름의 수장 김조광수 대표... 그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물입니다. 상업적으로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독립영화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이죠. 어떻게 보면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는데 남들에게만 느껴지는 약점이 있습니다. 게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많은 작품을 통해 그는 게이와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통해 성소수자도 똑같은 사람임을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단편이 아닌 장편에 도전합니다. 더욱더 많은 이야기와 인물이 들어갔고 메시지가 추가 되었습니다. 네 명의 남녀가 펼치는 편견없는 멋진 사랑 이야기... 영화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입니다.

 

 

 

결혼식장... 하나됨을 선언하는 한 커플이 있습니다. 어느 결혼식과 똑같은 평범한 결혼식장입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이 남녀는 각자 다른차에 갈아타고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떠나고 있습니다.

민수(김동윤 분)와 효진(류현경 분)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커플이 아닙니다. 이게 뭔 소리냐고요? 민수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이이고 효진은 여성을 사랑하는 레즈비언이지요. 민수는 유학을 목적으로, 효진은 입양을 목적으로 위장결혼을 한 상태입니다.  낮에는 이들은 부부가 되지만 밤이되면 효진은 옆집에 살고있는 서영(정애연 분)에게 갑니다.

한편 언제나 시끌벅적한 게이바에는 낮에는 일반인으로 밤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한바탕 수다를 늘어놓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수는 음악공부를 하러 미국에서 물건너 온 석(송용진 분)을 보고 한 눈에 반하게 됩니다.

이들은 게이바에서 한바탕 수다도 떨고 G-VOICE 합창단 연습도 빠짐없이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몰라도 민수는 이 합창단에 선듯 나서지를 못합니다. 석처럼 커밍아웃을 얼떨결에 가족들에게 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성소수자는 민수처럼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깐요.

그런데 이들 민수와 효진의 위장커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병원 한 간호사가 효진과 서영이 장을 보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지요.

민수와 효진은 서로의 관계를 알기에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병원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두 사람의 일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죠.

괴로움에 빠진 민수... 그리고 그의 곁에 달려온 또 다른 동료 티나(박정표 분)...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이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게 됩니다.

과연 이들은 행복한 사랑과 삶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외국 영화나 우리나라 영화에서 동성애자를 표현하는 방식은 둘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어두운 커플로 이야기되거나 조연처럼 코미디 영화에서 웃기는 녀석들(?)이라는 식으로 비아냥 거리는 것이 동성애자들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지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만 헐리웃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게이나 레즈비언은 그야말로 정신나간 사람들, 비정상으로 그려진 것을 보면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편견이 좋지 못한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점에서 본격적으로 동성애자들의 눈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두결한장>을 이해하는데 좋은 작품으로는 얼마전 개봉해 좋은 반응을 보였던 이혁상 감독의 다큐 <종로의 기적>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동성애자들은 이상한 사람들로 생각하지만 의사이거나 인권운동가, 혹은 평범한 영화감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왜 이렇게 편견에 사로잡혔는가를 생각하게 되실껍니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에서 조연들로 등장하는 민수의 게이 친구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범한 회사윈이거나 혹은 변호사 등의 다양한 직업군이 영화에는 등장하고 그들은 편견을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유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나 영화에서는 야체가게 총각 티나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시게 될텐데요. 이들 네 남녀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물입니다.

평범한 체소가게 총각으로 넉살좋게 장사를 하는 인물이지만 자신의 성정체성과 고향에 내려가 사는 것도 고민해야 할 만큼 많은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택시기사와의 실갱이가 벌어지고 나서 벌어진 사건에서 그는 잘못도 없는데 기사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연발합니다. 게이로 살아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물의를 일으키는 것처럼 인식되어진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서글픔이 느껴집니다.

특히나 티나는 아마도 <종로의 기적>에 등장한 故 최영수 씨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점이 많습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점과 G-VOICE를 알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것이죠. 특히나 <종로의 기적>의 영수 씨도 그렇고 <두결한장>의 티나 모두 '내 인생의 황금기'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실제로 김조광수 감독은 영수 씨를 생각하며 티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름에서 반전을 주어 '대근'이라는 이름이 사용이 되었지요.  (티나 역을 맡은 박정표 씨의 원래 캐스팅하기로 했던 배우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조정석 씨 였다고 하죠. 박정표 씨를 선택한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게이들의 은밀한 용어들도 듣게 됩니다. 우정박(동성친구간의 스킨십)이나 평때박마(평소에는 터프한 척 하다가 관계를 맺을 때는 순진한 성향으로 돌변하는 사람)등의 우리에게는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죠. 자칫 어려운 단어일 수 있는데 곰인형으로 그 장면을 대체하여 보여주는 장면은 코믹하기도 합니다.

게이들과 레즈비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묘사한 것도 인상적인데 레즈비언들 중에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입양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신들도 법적으로 입양은 가능하지만 고아원이나 입양기관 등의 단체에서는 독신자보다는 결혼한 이들을 더 선호한다는 점은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죠. 그렇기에 위장결혼을 하고 이혼을 함으로써 이들 레즈비언 커플들이 입양을 하게 된다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의외로 허를 찌르는 캐스팅이 많습니다. 연기는 잘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것이지요.

민수 역의 김동윤 씨는 많은 드라마에서 조연급으로 등장하다가 이번에 빛을 본 경우이며 석 역의 송용진 씨의 경우 말이 필요없는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스타이지요. <헤드윅>을 통해 이미 비슷한 연기를 해봤던터라 그에게는 어색하지가 않죠.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드라마에서 두루 사랑받고 있는 류현경 씨는 사랑스러운 레즈비언 효진을 연기하였습니다.

 

민수와 석의 게이친구들도 인상적인 배우들이 많은데요. 왕마담 역을 맡은 박수영 씨는 우리에게는 <완득이>에서 완득의 아버지로 등장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분이며, <최종병기 활>의 이승준 씨는 마담 게이로 등장해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사 주노 역의 김준범 씨는 씨네 21i의 전 대표이사이신데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활동하셨던 모습만큼이나 활발한 모습으로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영화 개봉 이후에도 다양한 상품으로의 개발도 신경 쓴 모습이 보이는데요. 영화의 엔딩에는 짧막한 만화가 하나 등장합니다.

만화가 박희정 씨의 작품인데요. <두결한장>은 이미 만화로 만들어져 영화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이들 네 명의 남녀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원소스 멀티유즈(하나의 컨텐츠로 여러가지 방식으로 확장되는 것)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엔딩크레딧에 보너스 화면으로 등장하는데 아기자기한 화면이 인상적입니다. 이 장면도 놓치지 마시길... 실제 이 작품은 지금도 네이트 만화에서 연재중입니다.)

 

 

 

우리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심합니다. 당연한 거고 저도 이해합니다.

문제는 그들을 무시하는 우리들의 태도입니다. 무조건 비정상적으로 그들을 생각하는게 문제이지요.

영화는 해답을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전히 민수와 석 가족들은 이들의 새로운 출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엔딩에서도 이들 커플이 축하받아야 할 자리에도 이들의 표정은 좋지만 않습니다. 아마 다른 영화였다면 이들의 관계를 인정하는 아주 행복한 해피엔딩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해피엔딩이 아니죠. 다만 해피엔딩을 향한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 그들을 이해하라고 무조건 강요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들을 비하하고 비판할 자격은 우리에게 없습니다.

그들의 사랑도 그들에게는 멋진 사랑이고 아름다운 축복일테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