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프로메테우스]'에이리언' 혹은 리플리의 조상을 찾아서! 프리퀼을 부정할 필요가 있을까?

송씨네 2012. 6. 13. 12:14

 

 

 

저는 영화를 보는 방식이 유별납니다. 남들이 아무리 화제라고 떠드는 영화들도 땡기지 않으면(흔히 말하는 '촉' 혹은 '직감'이죠.) 절대 보지 않는다는 것이 제 방식이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화제작 중에서는 리뷰를 쓰지 않는 경우도 많죠.

솔직히 이번에 소개할 작품도 극장에서 가서 꼭 보고픈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전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가물거리는 기억을 어찌 다 말해야 할까요? 그냥 캐치온 같은 유료 채널에서 방송되는 것 보고 리뷰만 안쓰면 되는 방법도 있으니깐요.

하지만 이 작품은 분명 리뷰를 써야 할 그런 운명 같은 영화입니다. 거장 리들리 스콧이 SF로 다시 무장하고 돌아온 영화 <프로메테우스>입니다.

 

 

어쩌면 가까울 수도 있는 미래 2085년... 우주를 개발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던 거대 기업 웨일랜드사는 인류 기원을 탐사하기 위해 프로메테우스 호를 우주로 발사시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탐사인원은 미지의 한 행성에 도착하게 되지요.

과학자 커플인 엘리자베스 쇼(노미 라파스 분)와 할러웨이(로건 마셜 그린 분) 인류의 탄생 과정의 열쇠를 이 행성에서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지요. 어딘가 로봇처럼 냉정함을 유지하는 웨일랜드사의 직원인 비커스(샤를리즈 테론 분)과 인간은 아닌데 인간처럼 살고 있는 안드로이드(로봇) 데이빗(마이클 파스빈더 분)은 회장이자 비커스의 아버지인 피터(가이 피어스 분)의 지시에 따라 다소 위험해 보이는 탐사를 맡게 되었지요.

파이필드(선 해리스 분), 밀번(라페 스팔 분), 포드(케이트 디키 분), 쇼, 할러웨이 등을 이끌고 돌무덤 같아보이는 동굴로 들어선 그들은 하나 둘 의문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쇼와 할러웨이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는 쇼는 불임임에도 임신을 하게 되었으니 이상한 노릇이죠.

탐사팀은 이 행성이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한 종족이 살고 있었음을 알게되고 이들이 정체불명의 생명에게 감염되고 나서 모두 죽음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 종족 중 한 명(엔지니어라 불리우는)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되고 탐사팀은 그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밝히면 밝힐 수록 이 행성의 어두운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점차 혼란에 빠집니다. 

 

 

 

최근 영화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자연을 뜬금없이 보여주며 시작한다는 것이죠.

<트리 오브 라이프>도 그랬고 <멜랑콜리아>도 그렇고 이 영화 <프로메테우스>도 그렇습니다. 시커먼 우주 화면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부터 처참히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이 세 영화는 자연의 탄생은 조물주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연의 위대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당연한 것이고요.

하지만 앞의 두 영화와 달리 <프로메테우스>는 생명의 탄생에 관한 부분에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것이 일부 관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물주(하나님)가 이 세상을 만든게 아니라 인간의 형상을 한 또 다른 종족들이 만들었을 것이라는 부분이죠. 이 부분에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를 가진 분들의 반발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 부분에 그렇게 우리가 흥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인데 그 부분에 우리가 흥분하면서 이 영화를 비판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죠. 비판을 하려면 작품안의 다른 오류를 찾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영화가 상당히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의 프리퀼이라는 점에 대해 반감을 나타냈다고 하는데요. 이는 부정도 아닌 긍정도 아닌 것이죠. 이건 마치 임상수 감독이 <돈의 맛>을 만들면서 자신의 전작<하녀>에 대한 속편임을 부정하는 것과도 똑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정하면 부정할 수록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퀼임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는 많은 언론에서 외계 우주선인 스페이스 자키에 대한 부분을 속편에서 그 어떤 감독도 다루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았다고 하네요. 어쩌면 속편을 엉망으로 만든(?) 부분에 대한 리들리 스콧의 불만과 의문이 더해져서 <프로메테우스>가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어요.

 

한편으로는 <프로메테우스>는 앞으로 속편을 만들기 위한 약간의 빈공간을 남겨놓고 <에이리언> 시리즈로 이어질 수 있는 빌미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헐리웃 감독들과 시나리오 작가들은 잔머리의 대가들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절대 속편이 나올 수 없는 시나리오를 프리퀼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시간여행 등의 장치를 활용하여 재창조 시키고 있으니 말이죠.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반대 개념에 인물들입니다.

<에이리언> 시리즈부터 꾸준히 나온 안드로이드와 더불어 과학자 집단(<에이리언>에서는 리플리가 되겠죠.)과 대립하던 웨일랜드사 직원들의 모습입니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엄브렐라사와 더불어 전염 확산을 묵인한 상당히 악덕 업자들이죠. 근데 이들의 모습은 서로 약간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들은 인간처럼 이해하려고 나름 노력한다는 점이죠. 영화의 첫부분에서 안드로이드 데이빗이 인간들의 언어를 배우고 영화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대사를 아예 외워버리는 모습에서는 인간보다 더 나은 로봇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마치 '나는 누구인가'의 정체성에 한 발 더 나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거의 거기에 근접해 고뇌하는 모습도 약간 보였으니깐요.

 

그에 비해 비커스를 포함한 웨일랜드사 직원들의 모습은 동료들의 생명보다는 기업의 이익에만 더 치중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결단을 하는 장면에서는 고뇌하는 모습은 마치 생략된 듯한 느낌도 듭니다. 인간이 아닌 로봇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죠. 이 때문일까요? 영화에서 비커스 역시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데이빗이 깨우기도 전에 운동을 하고 있고 물이 들어간 캡슐에서 수년동안 잠들어서 적응기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문제없이 바로 적응을 했다는 점에서 비커스의 정체가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서 비커스는 분명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모르죠. 속편에서는 어떻게든 재등장하여 그녀의 비밀을 알려줄지도 모를 일이죠.)

 

이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은 아무래도 엘리자베스의 모습이겠지요.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리플리의 조상벌이 되는 역할을 하게 되었지만 이 역할을 맡은 노미 피파스는 리플리 만큼이나 강인한 민물임을 이야기하기도 했지요. 영화 <밀레니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 리들리 스콧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이 강인한 여전사의 활약상을 계속 볼 수 있겠지요.

 

 

 

저는 3D 버전으로 개봉된 영화의 경우 되도록 그 버전으로 보려고 했지만 이 작품만은 예외로 했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이 나올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영화에는 홀로그램처럼 펼쳐지는 영상들이 많이 등장하여 의외의 볼꺼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3D로 보지 않은게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퀼이라는 꼬리표에서는 절대로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전편의 궁금했던 점을 보강하는데 프리퀼 만큼 좋은 방법은 없죠. 그러나 항상 문제인 것이 사골처럼 우려먹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속편을 기대하는 것은 바로 리들리 스콧이기 때문에가 아닐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