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영화들도 많이 들어오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진 점이라면 제 3세계 국가의 작품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죠.
인도를 비롯해 다른 국가의 영화들도 많이 들어왔는데요. 헐리웃 영화 혹은 홍콩(중국) 영화가 강세이던 시절에도 프랑스 영화는 우리가 많이 볼 수 있는 영화였지요.
그런데 그러고보면 요즘 프랑스 영화 보기가 많이 힘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프랑스 영화에는 유달리 독백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독백 속에는 디테일한 묘사가 많았던 것이 프랑스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죠.
또한 프랑스 영화와 헐리웃 영화의 경우 같은 로맨틱 코미디라도 그것을 그려나가는 방식도 약간씩 다르다는 것이죠.
헐리웃 영화에 비해 프랑스 영화는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이 들까요? 헐리웃 영화도 아기자기 하지만 무미건조한 느낌도 많이 들긴 하니깐요.
헐리웃과 프랑스 모두 사랑받고 있는 여배우라면 아마 이 배우가 떠오르실 껍니다. 바로 오드리 토투!
그녀가 로맨틱 코미디 전문이라는 것 잘 알고 계시죠. 잔잔함 속에 유쾌함도 녹여든 영화 <시작은 키스!> 입니다.
한 여자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카페로 들어선 이 여자에 남자는 한 눈에 반하고 첫키스를 그녀에게 선사하죠.
그렇게 나탈리(오드리 토투 분)와 프랑수아(피오 마르마이 분)은 사랑을 나누고 결혼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탈리는 스웨덴 가구회사에 취직을 하게 됩니다.
본사는 스웨덴인데 말하자면 프랑스 지사인 것이죠. 이 회사의 대표인 샤를(브뤼노 토데쉬니 분)은 그녀를 따뜻하게 맞아주지만 그 호의가 좀 지나칠 정도이죠.
그러던 어느 날 프랑수아가 조깅 도중 사고를 당하게 되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의 모든 흔적들을 지워야 하기에 나탈리의 마음도 괴롭기만 합니다.
샤를은 프랑수아의 죽음 후 나탈리에게 집적대고 그녀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한편 나탈리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던 도중 한 남자에게 초면인데 얼떨결에 키스를 해버리게 됩니다. 그 달콤한 키스에 몸돌바를 모르는 이 남자의 이름은 마르쿠스(프랑소아 다미앙 분)로 바로 토종 스웨덴 남자이지요. 소심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키스를 잊지 못한 마르쿠스는 나탈리에게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차아나타운 중국음식점에서 만남을 제의합니다. 허당같지만 어딘가 모르게 끌림을 느낀 나탈리는 그에게 진짜 키스를 하고 맙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도, 나탈리의 친구들에게도 마르쿠스는 존재감이 없어보입니다. 마치 미녀와 야수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고요.
동료 여직원인 클로에(멜라니 베르니에르 분)의 깨방정으로 인해 사내연애의 소문이 퍼지고 사장인 샤를도 그 소식을 접합니다.
여자의 질투만큼이나 남자의 질투도 무서운 법... 샤를의 질투는 마르쿠스를 무시하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이 작품은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원작이 소설이나 연극(뮤지컬), 만화(애니메이션) 등의 경우 원작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영화를 만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 영화가 비판을 받거나 외면을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원작이 영화로 옮겨질 경우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기에 배역을 줄이거나 혹은 이야기의 흥미를 끌기 위해 배역이 오히려 늘어나기도 하죠. 만약 이것이 원작자의 마음에 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 반대라면 정말로 문제죠.
하지만 원작자가 아예 영화 감독도 겸한다면 이야기는 다르게 됩니다. 우선 평론에 있어서는 문학 작품의 원작자가 감독이니 작품을 훼손했다는 그런 우려는 줄어들죠.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한 비평도 할 수 없고요. 유하 감독처럼 문학작품도 쓰면서 그것을 영화화 하는 경우도 있고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 감독은 오리지널 뮤지컬의 원작자이자 이 영화의 감독으로 참여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지요.
그런점에서 <시작은 키스!>는 이런 우려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바로 소설이 원작이고 원작자인 동생 데이비드 포앙키노스와 형 스테판 포엔키노스가 같이 감독을 맡아 영화를 만든 것이죠. 데이비드 포앙키노스는 '프랑스 문단의 우디엘런'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작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매우 디테일하게 그려졌지요.
영화의 초반은 매우 어둡습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잃었으니 어두운 것은 당연한 것이죠.
그리고 그런 여성들이 그렇듯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하거나 다시는 사랑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생각들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꼭 그런 이들에게는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나서 그 여성의 마음을 뒤흔들죠. 근데 이 영화는 엉뚱한 구석으로 흘러간다는 겁니다.
볼품없어 보이는 남자에게 아무 이유없이 키스를 해버린 것이 시작이 되어버린 것이죠.
영화에서 마르쿠스의 모습은 벗겨진 이마에 턱수염은 산타를 연상시킬 정도로 덮수룩합니다. 노스페이스 배낭을 메고 출근하며 하의 실종에 가까운 파란 초미니 반바지를 입고 조깅을 합니다. 영락없는 40대 아저씨의 모습이죠. 이런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죠.
하지만 연극을 좋아한다는 공통적인 취미에 플레이보이 같은 치한도 물리친 이 남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을까요?
쑥맥이고 허당 같지만 웬지모를 나탈리에 대한 그의 마음은 진심 같아 보입니다. 특히나 나탈리에게 선물이라면서 페즈(사탕을 담은 용기로 동물이나 미키 마우스, 스타워즈 등의 캐릭터가 들어간 경우가 있지요.)를 선물하는 장면은 마르쿠스의 순수함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영화는 독백이 많습니다. 초반에는 프랑수아가 나탈리에게 반하는 과정을 보여줄 때 프랑수아의 독백이 흘러나오고 이후는 나탈리의 독백이, 그리고 후반부로 향해가면 마르쿠스의 독백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영화의 엔딩에서 나탈리의 할머니 집을 방문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숨바꼭질을 진행하는 순간 속에서 마르쿠스의 독백이 등장하는데 나탈리는 할머니 집의 마당에서 청춘을 이렇게 보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랑스 영화에서 독백은 영화를 차분하게 보는데 큰 도움을 주는 장치라고 봅니다. 간혹 헐리웃 영화나 다른 영화에서도 이런 독백이 나오지만 액션 영화 스피드한 전개가 필요한 영화들은 독백 역시도 빨리 이야기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런 로맨틱 코메디는 이런 차분한 독백이나 나레이션이 영화를 집중시키는데는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드네요.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에서 강세를 보이는 오드리 토투는 그렇다 치더라도 프랑소아 다미앙은 좀 생소한 이름의 배우라고 생각되실 껍니다. 그런데 좀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있네요. 프랑소아 다미앙은 벨기에 출신의 배우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마르쿠스는 스웨덴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어를 잘 구사하는 스웨덴 배우를 구하지 못해 그를 기용했다고 하네요.
얼마전 소개한 <미스GO>의 빨간구두 마찬가지고 <시작은 키스!>의 마르쿠스는 볼품없는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왜 못생긴 사람들은 멋진 발차기 액션도 보여주지 못하는가라는 의문부터 왜 그들은 사랑마져도 너무 오버스러운 코미디로 그려져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루저들로만 그리는 것이냐는 겁니다. 그들도 똑같은 이 세상의 남자들인데 말이죠. 그런점에서 최근에 개봉되는 이런 영화가 저는 너무나도 마음에 듭니다.
어쩌면 저같은 못난이들에게도 희망을 준다고 해야할까요? 근데 아직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를 못했네요.
분명한 것은 이놈의 사랑을 실전으로 배우고 싶은데 선듯 용기가 나지 않네요. 누구처럼 책으로만 말로만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을테니깐요.
PS. 혹시 이 영화의 옥의 티 확인하셨나요? 마르쿠스가 나탈리를 데려온 중국요리집... 그런데 고양이 모양의 인형이 왔다갔다 거립니다.
우리나라에서 다코야끼 등의 음식을 드실 기회가 있다면 노점상이나 일식집에서 보게 되는 그 인형이죠. 일본에서는 고양이가 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수호신처럼 고양이 인형을 가져다 전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본게 확실하다면 영화속 등장하는 식당은 일식집이 아니라 중화요리집입니다. 근데 고양이 인형이라니... 이건 옥의 티죠!
연출진들이 일본 문화와 중국의 문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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