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두개의 문]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용산 사건의 진실... 그러나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송씨네 2012. 6. 20. 20:50

 

 

 

2009년 1월 20일...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용산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용산역 부근의 남일당 건물에 불이 났습니다. 화재사고로 일반 시민 다섯 명과 경찰 특공대 한 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군이 용산을 철수하면서 많은 땅이 남았고 이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용산 국제 업무지구'를 발표하기에 이르죠.

말도 안되는 보상비에 거리로 나가야 하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일터와 장사를 하던 곳에서 쫓겨나기 이릅니다.

청와대 계신 분께서는 폭력사건은 신속히 대처하라는 이야기를 하시던 시기이기도 하죠.

2009년 그 암울한 기억속으로의 이야기.... 다큐 <두개의 문>입니다.

 

 

 

용산 남일당 참사는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사건입니다. 다양한 방식의 다큐로도 접근하였습니다만 <두개의 문>은 어딘가 달라보입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할 때는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철거민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깐요.

하지만 이야기는 경찰 특공대의 눈으로 그려집니다. 앞에서도 보셨겠지만 여기에는 사상자가 한 명 등장하는데 바로 경찰 특공대였기 때문이지요.

영화는 남일당 건물의 모습을 열심히 비추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다만 이들이 어떻게 남일당 건물 옥상에 침입했느냐는 것입니다. 바로 이 것이 이 다큐의 핵심이지요.

 

다큐는 우선 그 이전에 사상자 다섯 명의 시신을 유가족 협의도 없이 일사천리로 부검을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검을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살리고 불리한 부분은 숨기는 꼼수이겠지요. 결국 그 꼼수는 3,000 여장이 넘는 조사결과 자료가 증발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심지어는 용산 참사를 덮기 위해 청와대는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주로 소개하라는 취재 지침까지 보내는 상황까지 벌어지지요.경찰을 비롯한 윗선은 이 사건을 감추려고만 들었던 것이죠.

 

물론 이것은 이 다큐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부분입니다.

핵심은 바로 이거죠!  왜 그들은 서둘러 용산 남일당으로 향했는가라는 점이죠. 모든 취재진이 철수한 19일 밤... 남은 것은 칼라 TV나 사자후 TV 같은 인터넷 방송국들이 전부였습니다. 이들은 기존 언론들이 담아내지 못한 화면을 담아내곤 하는데 이들의 화면에서 경찰들의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지요. 더구나 경찰 측은 일반 경찰을 투입시키는 것이 아닌 경찰특공대를 투입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를 만들게 됩니다.

경찰특공대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테러를 막기 위해 조직된 팀이었지만 실제 이들이 투입된 현장은 대학생들의 시위나 노사 파업, 혹은 도시개발로 인한 주택과 건물을 철거하려는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는 것이죠. 전경, 경찰특공대와 더불어 그들의 영원한 동반자(?) 용역깡패와 더불어 말이죠. (영화 <파주>나 <특수본> 등에 등장한 경찰특공대의 모습들을 떠오르신다면 이해가 빠르실껍니다.) 자신의 삶을 터전을 지키겠다는 철거민이 한 순간 테러범으로 둔갑되는 상황입니다.

 

 

 

 

다큐에서는 시시콜콜한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잘 생각하면 이 시시콜콜한 것들이 사상자를 줄 일수도 있었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남일당으로 출동 당시 경찰은 안전을 위해 컨테이너를 이용해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합니다. 당초 두 대의 컨테이너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기사의 도주(코미디같지만 실제 검찰 진술내용으로는 컨테이너 기사가 도주했다고 합니다.)로 인해 컨테이너가 하나만 등장했다고 합니다. 또한 경찰특공대가 건물 계단을 이용해 망루(동정을 살피기 위해 만들어진 가건물이나 다락집)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경찰특공대 윗선 어느 누구도 망루를 비롯해 옥상 건물의 구조에 대해 미리 브리핑을 하거나 구조가 담긴 지도등을 입수해 설명하는 것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는 무턱대고 작전에 나설 경우 철거민 뿐만 아니라 경찰특공대의 생명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경찰은 사건을 숨기는데 급급하고 심지어는 채증(증거수집)용 화면의 몇 분도 공통적으로 어딘가 지워져 있다는 것이 의혹을 만드는 문제점이 되었지요. 다큐는 그런점에서 칼라 TV, 사자후 TV, CCTV 화면 등을 총동원해 그 날의 기록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박진 씨(용산참사 조사단), 류주영 씨(용산참사 국민대책 위원회)를 비롯해 당시 사건의 변호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 김형태 변호사의 입을 통해 당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취재하던 칼라 TV의 박성훈 씨의 증언도 결정적이었지요.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감독들이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닌 증언과 당시 화면으로만 구성하는 그야말로 날로 먹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다큐를 제작한 김일난 감독, 홍지유 감독의 역할은 매우 컸습니다. 많은 영상을 재구성하고 경찰의 증언을 목소리 재연하고 CCTV나 화면에 가록되지 않는 것은 재연 기법을 이용하는 등의 고생도 만만치 않았을테니깐요.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용산 철거민 피해자(유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으니깐요. 하지만 이 다큐는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였기에 다른 결론을 맺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그 결론 역시 우리가 생각했던 그 결론과 같다는 것입니다. 철거민이건 경찰특공대이건 모두 희생자이고 피해자이며 똑같은 우리의 국민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이 벌어진 남일당 건물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용산역이 있고 용산 CGV가 있습니다. 저는 사건의 현장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영화를 본 것이죠.

태준식 감독의 <어머니>의 경우 전태일 열사가 일하던 곳인 동대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벌어지던 것을 착안해 실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이 영화를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너무 짧은 기간의 적은 횟수의 교차상영이었지만요.) 어쩌면 <두개의 문>이 용산에서 개봉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해답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기자시사와 일반시사를 제외하고 이 영화는 용산에서는 개봉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많이 봐주고 장기상영을 할 경우 용산에서도 이 영화의 개봉이 확대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더욱더 이 사건에 대한 경각심과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시사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비가 그치고 나서 바람이 시원하개 불고 있더군요. 용산에서 불어오는 그 밤 바람은 시원해보이긴 해도 용산 참사를 생각하고 나면 그 바람도 사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용산참사 후... 큰 맘먹고 용산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특별 미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바로 남일당 그 자리였지요. 실제로 그 곳은 어딘가 모를 삭막함이 느껴졌습니다.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다른 세상속에서 변화의 바람은 불어오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우리에게 불어오는 바람은 그냥 차가운 바람일 뿐이었습니다.

 

 

PS. 씨네 21과 무비위크 모두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로 소개한 리뷰와 논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극장에서 다큐를 보고도 사건의 전개내용이 이해되지 않으신다면 무비위크(533호)에 소개된 김형태 변호사의 사건의 개요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의 논쟁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씨네 21(859호)의 김동원 감독(<송환>)과 홍형숙 감독(<경계도시> 시리즈)의 논쟁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아참, 이 영화의 포스터 상당히 디테일하죠? 만화가 최규석 씨가 직접 경찰특공대 의상을 입고 찍은 공식 포스터는 2종으로 만들어져 당시 상황을 우리가 느끼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