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나는 공무원이다]윤제문을 위한 원맨쇼...하지만 장편이고 싶었던 단편 영화?

송씨네 2012. 7. 13. 01:48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배우중에 여러 배우가 있지만 아무래도 최근에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익숙한 분을 뽑으라면 바로 윤제문 씨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선한 역도 잘어울리고 악한 역할도 잘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물이 되기도 하며 불이 되기도 하고 기름이 될줄도 아는 팔색조의 배우이지요. 그래서 그럴까요?

보통 영화포스터는 배우의 이름을 대문짝만하게 써놓지를 않고 인물의 캐릭터에 중점을 맞춘 포스터가 제작되는데 이 영화는 공식 포스터도 마치 티저 포스터처럼 바로 배우 윤제문의 이름을 정면에 내걸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와 <더킹 투하츠> 등의 작품을 통해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윤제문 씨...

그의 이름을 걸고 만든 영화...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입니다.

 

 

이름은 한대희(윤제문 분)...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주임, 7급 9호봉 공무원에 연봉은 3500 만원...

그는 말로만 우리가 듣던 철밥통의 사나이... 바로 구청 공무원입니다.

주민원 내용은 생활쓰레기 문제부터 시작해서 소음을 일으키는 이들을 감시하고 사고가 터지면 중재를 하는 그런 역할입니다. 물론 벌금도 때리기도 하죠.

그는 진상 민원인만 아니라면 그저 편안하게 출퇴근을 하는 행복한 공무원입니다.

그러나 그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인디밴드의 연습실을 제공한 부동산업자가 돈을 들고 튀어버렸기 때문이죠.

그냥 살짝 아는 사이라는 이유로 그는 이 인디밴드 '삼삼은구'의 연습실을 구해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장기 리스한 악기들도 도둑맞았으니 정말 엎친데 덮친격이죠. 음악에 관심없던(없는 척하던...)그는 자신의 집 지하에 이들의 연습실을 제공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밤마다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잠을 청할 수가 없습니다.

얘네들을 혼내볼까 생각하다가 어느 덧 그들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대희... 다락방을 뒤적이며 자신이 사모은 LP와 음악잡지들을 찾아냅니다.

한편 이 오합지졸 밴드 '삼삼은구'는 리더 민기(성준 분)을 주축으로 키보드 미선(송하윤 분), 보컬 사쿠(김희정 분), 드럼 영진(서현정 분), 기타 수(권수현 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근데 민기는 사회 경험이 매우 부족하고 보컬 시쿠의 작곡실력에만 의존하죠. 이 헝그리한 밴드는 결국 사쿠가 팀에서 탈퇴하고 수는 경제활동을 위해 팀에서 빠지게 됩니다.

5 인조에서 졸지에 3 인조가 되어버린 이 밴드는 비상이 걸리게 되고 음악에 마치 일가견이 있는 듯한 대희를 임시 맴버로 기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락 음악 경연대회 당일 3월에 내린 폭설로 대희는 경연대회와 비상근무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립니다.

 

 

사실 소재면에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졸지에 음악을 공부하는 아저씨와 젊은 친구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니깐요.

그것도 소음을 무진장 싫어하는 공무원이라는 것과 부서도 생활공해팀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죠.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사건을 끌고 나갈만한 사건들이 많지가 않다는 것이죠.

사건들이 너무 단조로와서 차라리 이 영화는 단편 영화용으로 적합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허접한 영화가 아닙니다. 나름 적당하게 코미디 요소도 숨겨져 있고 88만원 세대의 슬픔도 있으니깐요.

근데 너무 단조롭게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심심하다는 느낌이 생기더군요.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밴드와 대희의 모습에서 '설마 저대로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심심한 결론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도 아쉬웠지요. 적어도 이 오합지졸 밴드가 사고도 치고 대희 역시 음악과 공무원 일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여러 방법으로 보여주었다면 좋았을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101 분(약 1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영화에서 적당한 길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심심한 생각이 들었죠.

이럴 바에는 단편으로 줄이던가 아니면 애피소드를 더 다양화 시켜서 110분에서 조금 넘기는 방향으로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독특한 이력도 있는데요. 영화를 보시면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의 느낌이 더 든다는 느낌이 드실껍니다.

근데 상업영화를 주로 배급하는 NEW가 배급을 했으니 이것도 의문 투성이죠. 알고 봤더니  이 영화는 작년 2011년 서울 독립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당시 이 영화의 원제는 <위험한 흥분>이었는데요. 애로영화일 것 같다는 편견 때문에 정식 개봉을 하면서 <나는 공무원이다>로 이름이 바뀐 경우라고 하네요.

 

 

 

 

윤제문 씨를 결혼 못한 소심한 공무원 아저씨로 그려낸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그는 악역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터라 그에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고 보는데요. <나는 공무원이다>는 그런점에서 윤제문 씨에게 숨돌릴 시간을 잘 마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음악을 할 줄 아는 배우들을 기용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며 반가운 얼굴들도 총출동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죠.

영화 <화차>에서 미스테리한 사건을 풀던 간호사로 등장한데 이어, 최근 드라마 <유령>을 통해 주요 등장인물의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비밀을 쥔 여인으로 등장한 송하윤 씨의 모습도 너무 좋았고요. 드라마 <꼭지>룰 통해 원빈 씨의 상대 아역배우로 등장했던 김희정 씨도 당돌한 젊은이로 등장하여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서현정 씨나 권수현 씨는 실제 영화의 배경이 된 홍대거리 클럽에서 음악을 했던 인디밴드 출신의 뮤지션들이라는 점도 이 영화가 음악영화로써의 매력을 잘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일화 중 하나... 영화에 등장한 수많은 LP는 실제 구자홍 감독의 소장품이라는 점도 이색적이죠.) 그리고 뜬금없이 등장해 영화에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 오광록 씨(밥 딜런이 홍대 출신(?)이라는 것이 이 영화를 통해 밝혀졌죠. ^^; )나 인디밴드 심사위원으로 등장한 고창석 씨도 인상적이었지요.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강력한 카메오는 대희의 동생 준희로 등장한 박해일 씨 였습니다.

 

 

 

 

<나는 공무원이다>는 마음만 먹으면 더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 줄 수 있는 영화인데 영화속 대희의 모습을 더 느껴보려는 사이에 영화가 금방 끝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줄이려면 확실히 줄이던가, 아니면 큰 맘먹고 만들었다면 확실히 더 스케일을 크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분명했던 것은 우리가 봤던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어느 정도의 타이밍에서 영화를 끝맺음을 지어야 하는지 잘 알았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그 점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