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고릴라, 국내에서 비닐 패션을 처음으로 선보인 사람, 떡을 매우 사랑하는 사나이.
자신의 소속사나 자신이 프로듀서한 곡에는 무조건 '제와피~'를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 남자...
마지막으로 '노래를 할 대는 공기반, 소리반이 중요하다'고 떠드는 이 남자...
바로 박진영 씨를 말할 때 붙는 수 많은 수식어입니다. 그는 욕심이 많은 사람임은 분명합니다.
YG와 SM과 더불어 국내 대표 3대 기획사인 JYP의 수장이지만 소속 가수 키우기는 물론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대고 자신이 그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욕심이라면 연기에 대한 욕심이겠지요. 그는 드라마 <드림하이> 시리즈로 제작에 관여한 것은 물론 직접 출연을 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어눌한 말투의 영어 선생 양진만 역으로 시즌 1과, 시즌 2를 버텨내기도 했지요.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에 도전을 하기로 합니다.
거액의 돈을 얼떨결에 갖게된 거대 기업 간부의 15억 사수기...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입니다.
건설업체인 보경건설에서 회사 돈을 담당하는 로비스트 영인(박진영 분)...
생긴 외모는 '사와디캅'(태국어로 '안녕하세요?')이라고 외쳐야 할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의 이 남자...
하지만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는 기자에게 로비로 돈거래를 할 정도로 그는 영특한 인물이죠.
같은 동료이던 승대(조진웅 분)은 술자리에서 회사의 비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정의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승대는 한강에서 투신자살이 된 것으로 보도가 됩니다.
슬픈 감정을 억누르고 몇 일이 지나고 다른 날처럼 로비를 위해 차량에 탑승한 영인은 정체 불명의 사람들의 둔기에 머리를 맞게 되고 고속도로 어딘가에 버려지게 됩니다.
근데 문제는 깨어보니 자신의 양복에 유서가 발견된 것입니다. 유서를 쓴 적이 없는 영인은 수상함을 느끼게 되지요.
알고보니 보경건설의 한상무(조성하 분)의 계략이었언 것! 그리고 로비용으로 큰 가방에 담겨진 현금 5백만불...
이것을 되찾으러 온 영인은 회사 장학재단 강의에서 불성실하게 임했던 미리(민효린 분)을 다시 만나게 되지요.
미리는 낮에는 길거리에서 젬베이 연주를, 밤에는 남자들을 유혹해 돈만 챙기고 도망가는 그련 소녀이지요.
하필이면 필수(오정세 분) 일당이 애지중지하던 다이아몬드 조각을 그녀가 가지고 있는 바람에 그녀를 추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5백만불을 되찾아야 하는 한상무 역시 급하기는 마찬가지... 말이 후배이지 거의 건달과 다름없는 조폭 조사장(조희봉 분)와 함께 이 거액을 찾아야 합니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경찰의 헛다리 수사와 추격도 계속 되고 있고요.
졸지에 도망자가 되어버린 영인과 미리는 부산을 향해 도망을 갑니다. 영인은 과연 회사의 비리를 밝혀내고 누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는 박진영 씨에 기대하고 보는 영화는 아닙니다. (박진영 씨에겐 미안하지만... ^^; )
드라마 <추노>, <도망자 플랜 B>를 비롯해 영화 <7급 공무원> 등의 작품을 통해 액션과 유머를 고루 선보인 천성일 작가의 작품이지요.
사실 이 영화에 대해 기대를 한 것은 바로 이 천성일 작가와 바로 이 <7급 공무원>을 만든 하마리오 픽쳐스 작품이라는 점에서 끌렸습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가 과연 어떤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컸던 것이 사실이죠.
그런데 의외로 이 영화는 박진영 씨를 위한 캐릭터 무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그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많이 참고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나는 작품이 하나 있지요. 최근 개봉한 영화 <미스 GO>과 이 영화에 출연한 고현정 씨 였습니다.
유난히 공통점이 많지요. 두 배우 모두 돌싱(!)이라는 공통점이 우선 있으며 고현정 씨나 박진영 씨나 자신의 캐릭터가 영화에 최대 반영을 한 점, 그리고 영화에 주배경이 된 장소가 부산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박진영 씨나 고현정 씨 모두 자존심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고 그 성격은 연기 뿐만 아니라 그들이 활동하는 무대에서도 그것을 잘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죠.
(다시 박진영 씨의 이야기로 넘어가서...) 박진영 씨의 이번 영화 도전은 어떻게 보면 자칫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앞에도 이야기했듯 그의 욕심이었고 그 부분에 우리가 뭐라고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 후 관객의 냉정한 평가를 받고 나서 박진영 씨가 영화를 다시 하던가, 말던가는 본인의 몫이니깐요. 그런데 의외로 박진영 씨의 첫도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이국적인 외모를 지녔지만 알고보면 대기업의 중책을 맡고 있는 인물이라는 설정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으니깐요. 하지만 기왕 박진영이라는 거물을 망가뜨리려면 소심한 셀러리맨으로 캐릭터를 잡았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소심한 셀러리맨이 5백만불을 갖게 된다는 설정이 더 영화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박진영 씨는 자신의 캐릭터를 제대로 망가뜨리는데에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얼떨결에 죽음 아닌 죽음을 당하는 그가 처참한 모습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핫바를 갈구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었지요. (다만 그가 그렇게 좋아한다던 떡으로 대체해도 이 장면은 무리가 없었을껍니다.)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을 꼽으라면 등장인물이 많다는 겁니다. 등장인물들이 떼로 등장하는 영화는 마지막 얽히고 얽힌 사건을 푸는 상황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는 장점이 있지만 배우들이 많을 수록 몰입도가 떨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배우들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우선 조성하 씨의 경우 묵직한 역할을 그동안 맡아왔는데 그 묵직함은 그대로 두는 대신 코미디 연기가 추가되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서로 다른 것을 노리지만 결국은 목적지는 같았던 두 건달로 등장한 조희봉 씨와 오정세 씨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이 분들은 이 캐릭터들이 너무 잘 어울리지요.) 또한 초반 상당히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 조진웅 씨의 카메오 출연은 물론이요, 아주 살짝 등장했음에도 악날한 조직의 보스를 연기한 정성화 씨(기업형 조폭의 전형적인 모습이죠.)의 짧은 등장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희봉 씨나 오정세 씨 등의 주조연급을 받쳐주는 또다른 조연들의 활약상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영인에게 거래제의를 받았던 이상희 기자 역의 윤미영 씨나 코미디 영화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전형적인 헛다리 수사의 형사들의 역할을 맡은 김준배, 이상홍 씨의 모습들도 인상적입니다. 노숙인의 포스로 등장을 하는데 왜 최근 이런 영화에서 형사들은 노숙자차림으로 등장을 하는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의 배경이 부산이라는 점인데요. 앞에 이야기한 <미스 GO>가 부산이라는 지역적인 색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면 이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 지역적 특색을 잘 보여준 장면을 뽑으라면 롯데 자이언츠 팀에 대한 묘사일 것입니다. 영화에서 마지막 주요 등장인물들이 최후의 반격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며 주인공인 영인과 미리를 구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 롯데의 팬들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선수단의 팬들을 적절히 다루면 의리있는 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등장할 수 있지만 아시다시피 프로축구나 프로야구가 일부 열광적이다 못해 이성을 잃은 팬들로 인해 좋지 않게 그려지는 경향도 많지요. 그런 점에서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을 의리있는 인물로 그려진 것은 부산에 대해 호감을 갖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이런 장면들이 영화의 최대 격전지인 사직구장의 장소를 섭외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요인이기도 했겠죠.
이 영화는 그러고 보면 실제 개봉하면 정말로 스코어가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박진영 씨와 천성일 작가의 조합이 과연 이 영화가 성공할까라는 의문을 갖기 충분하니깐요.
만약 이 영화가 실패한다면 이 것은 박진영 씨의 인지도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일 수도 있으니깐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진영 씨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봅니다.
혹시 모르죠. '공기반 소리반'을 외치던 그가 노래에만 '공기반 소리반'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보여줄지도 모를 일이죠.
그것이 박진영 혹은 제와피~(JYP)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지도 말입니다.
PS. 제가 늘 강조하는 배우들의 정보에 대한 부분에 대해 하나 짚고 넘어갈까 합니다.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가 많은 제작비가 든다는 점을 생각할 때 요즘은 주요 자료만 소개하고 나머지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대신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런 영화의 공식 SNS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홍보나 이벤트도 목적이지만 배우라던가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궁금할 때는 해당 공식 SNS에 물어보는 것이 정상이지요.
심지어는 요즘은 배우 정보를 그냥 네이버 영화 등의 포털에 단순 링크 시키는 형식으로 이들 홍보사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지요.
하지만 배우 정보를 찾을 수 없음에도 '네이버에 찾아보시고 없으면 메일 주세요'라는 대응은 좀 너무하지 않나요?
참으로 별것 아닌 것들이 영화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그 점을 마케팅을 담당하는 홍보사나 제작사는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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