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연가시]완벽하지 않지만 짜임새 있는 재난영화... 기생충이 이 세상을 지배할 때?

송씨네 2012. 7. 9. 05:50

 

 

 

 

한국의 재난영화는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우리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통해 한국형 재난영화의 가능성을 생각아게 되었고 <해운대>를 통해 그것이 확장됨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이 다양한 방식으로의 재난영화로의 탄생을 우리는 많이 기다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괴수가 등장하는 재난영화는 새롭기는 하나 현실감은 없고 자연재해는 어쩌면 뻔할 수 있는 재난영화의 소재가 될 수도 있기에 새로우면서 납득이 가는 이야기가 필요했겠지요.

그러고보니 <괴물>과 <해운대>에서 우리는 공통점을 생각하게 되네요. 바로 물입니다.

여기 물이 필요한 기생충이 있습니다. 물에서 산란하기 위해 인간을 조정하는 살인 기생충... 영화 <연가시>입니다.

 

 

 

재혁(김명민 분)은 미래가 보장받던 대학교수이자 학자였습니다.

하지만 철없는 형사이자 그의 동생인 재필(김동완 분)의 주식으로 빛이 생기면서 그 빛까지 고스란이 형인 재혁에게 넘어갔습니다.

지금은 제약회사에서 로비를 벌이며 약을 구입해달라고 호소하는 판매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내 경순(문정희 분)은 억척스럽게 두 아들과 딸(준우/ 엄지성 분, 예지/염현서 분)를 키우고 있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드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재혁은 자기 식구인데 얄미워 보이기만 합니다.

한편 하천에서 정체불명의 사체가 발견되고 그 사체의 숫자는 점점 늘어납니다.

정부의 소극적인 운영방침에 불만이 많은 질병관리본부 연구원 연주(이하늬 분)는 하소연을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사체가 늘어나는 동안 이 사건이 어느 계곡에서 발견된 연가시 기생충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고 여기서 물놀이를 즐긴 사람들이 모두 연가시 기생충에 감염된 것이죠.

우여곡절 끝에 해결책인 구충제가 발견되는데 문제는 제약회사에서 이미 생산라인이 중단된 제품. 거기에 제약회사는 이익을 위해 정부와 말도 안되는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죽어가는데도 말이죠.

재혁은 연가시 구충제를 구하려 제약회사로도 잠입하고 인터넷에 수소문해 약을 찾으러 가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오래된 창고에 수북히 쌓인 구충제 박스도 찾아내지만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갑니다. 재혁이 이 약을 구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랑하는 그의 식구들이 연가시 기생충에 모두 감염되었기 때문이죠.

과연 약을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의 끝은 언제쯤 다가올까요? 위기에 빠진 나라도 구하고 가족도 구해야하는 재혁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새로운 유형의 재난영화입니다. 그리고 PPL(간접광고)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들어간 이상한 영화라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PPL을 처음도입한 영화에 대한 역사는 확실치 않지만 PPL을 거의 처음 정착시킨 것은 아마도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일 것입니다.

주인공들이 악당을 피하기 위해 땅으로 안전하게 착지하기 위해 선택한 것도 모 맥주회사의 차량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실소를 금치 못할 수 밖에 없죠.

영상미가 살아있는 감독으로 사랑받았던 곽재용 감독이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 한편으로 추락한 요인도 알고보면 과도한 PPL이 문제였습니다. (제가 몇년전 실제 만나본 곽재용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어봐서는 그도 PPL를 원치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놈의 제작비 조달이 문제니깐요.)

<연가시>를 보신 분들이라면 정말로 조아제약이라는 곳이 있는지, 윈다졸이라는 약은 정말로 존재하는가의 의문을 갖게 되실껍니다.

 

근데 이 영화 정말 골 때립니다. 실제 조아제약도 존재하며 윈다졸이라는 약도 실제 존재하는 약이라는 것이죠.

사실 이 영화의 초반부분만 따지고 보면 이 영화가 조아제약에 대한 홍보영화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갖습니다. 영화 속 재혁이 일하는 곳이 바로 회사이고 해결책으로 등장한 구충제를 만든 회사도 이 회사이니 말이죠. 여기까지 보게 되면 <여친소>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기 마련이죠. 하지만 정부와의 마찰을 일으키는 제이슨 김(이형철 분)이 일하는 곳도 조아제약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이 제약회사는 약에 대한 홍보도 확실히 했지만 한편으로는 회사의 이미지도 약간 상하지 않을까라는 느낌도 듭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도 들었습니다. 가상의 제약업체로 이름을 붙어도 될텐데라는 생각 말이죠. 

드라마나 일부 영화에서는 기존의 기업이름을 약간 변형해서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간접광고에 대한 규제가 약간 풀리면서 기업을 아예 표기하는 방식이 늘고 있는 것도 현실이죠. 회사에 득이 되느냐 실이 되느냐의 의문일텐데 가상의 제약회사로 등장하는 방법은 제작사 측은 편하겠지만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이 있기에 아마도 이런 방법을 생각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손실도 감안해야 하죠. 그런점에서 조아제약의 경우는 좀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PPL계의 대인배를 자청해버린 경우죠.

 

PPL의 대인배는 얼마전 개봉한 김조광수 감독의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에서도 볼 수 있지요. 한 상조회사가 등장했던 이 영화는 동성애(게이)영화에서 상조회사가 웬말이냐라는 지적을 받을 뻔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협찬을 결정했다는 일화도 있다는 의미에서 또 하나의 PPL의 대인배로도 소개되고 있지요. <연가시>를 통해 PPL의 표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과연 이렇게 독과 약이 되는 PPL이 또 등장할까라는 의문도 드네요.

 

 

 

 

다음은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재난영화의 가능성입니다. 이 영화는 자칫 좀비 영화나 흡혈귀 영화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웹툰작가 '호랑'(우리에게는 '옥수동 귀신'로 유명하죠.)의 티저 형식의 단편 웹툰과 UCC 형태로 공개된 티저 예고편 등을 통해 호기심과 공포감을 안겨주기도 했지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재난영화라는 평가가 많다는 것입니다. (일부 관객들이 낚였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껍니다.) 초반부가 연가시 기생충의 피해를 열거했다면 후반부는 그것을 이겨내는 가족과 가장의 모험이 주로 이야기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앞에 이야기 했던 <괴물>이나 <해운대>와 닮아있는데 보이지 않는 것과 싸우는 점에서는 <연가시>는 <괴물>에 더 까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능력한 남자(아버지)가 가족에 헌신한다는 점에서도 <괴물>의 강두(송강호 분)과도 닮아있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가시>는 <괴물>을 능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죠. (옥의 티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가령 한 지방의 계곡에서 사건의 발단이 시작되지만 아무리 큰 계곡이라고 하더라도 해수욕장의 관광객에 비하면 많은 숫자가 아닐텐데 마치 많은 감염자에 대한민국이 마비된 것처럼 그려진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랬을 것이라면 차라리 이 영화는 <괴물>처럼 한강이나 <해운대>처럼 사람이 많은 해수욕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판을 벌이려면 작정하고 발단이 되는 장소를 큰 곳으로 해야하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이겠지요.

드라마는 흥행하지만 영화에서는 흥행운이 없는 김명민 씨의 경우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연기력이 정말 뛰어난 배우라는 것이 다시한번 입증이 되었으며 문정희 씨는 엄청난 양의 생수통을 마시는 연기 뿐만 아니라 물을 갈망하고 입맛을 다시는 연기는 소름이 끼치더군요. 모성애 연기도 인상적이고 한편으로는 이 영화에서는 배우 장영남 씨의 모습도 살짝 보이더군요. (그만큼 연기 잘하셨다는 얘깁니다. 칭찬입니다.)

신화의 김동완 씨도 이제 연기자 김동완으로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건강미인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하늬 씨의 활약도 좋았습니다.

 

 

 

<연가시>는 상업영화와 재난영화가 갖고 있어야 할 장점을 잘 지닌 영화입니다.

최근 주목받은 헐리웃 영화 <컨테이젼>과 비교할 때 이 영화 역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기생충이나 세균전 등의 이야기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PPL에 대한 조절을 적당히 했더라면, 아예 판을 크게 벌리고 영화를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해피엔딩의 영화임에도 뒷끝이 아쉬운 영화... 그래서 결국은 구충제를 찾게 되는 영화... 영화 <연가시>였습니다.